아래는 김진명의 소설 '하늘이여 땅이여'의 일부분입니다.
산속에서 도를 닦던 주인공, '사도광탄'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정신과 여의사는 사도광탄의 사상과 풍모에 점차 매력을 느끼게 된다. 사도광탄은 한국의 역사적 수수께끼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를 도와주고 싶어진 여의사는 자신의 동창인 사학과 교수를 설득해서 함께 역사 탐방에 나선다. 역사탐방이 끝난 저녁, 정신병원으로 돌아가려는 사도광탄을 여의사가 만류한다. '오늘은 병원으로 가지 마시고 우리집으로 가자고...' |
소설에서 주인공 사도광탄은 여의사의 제안에 일말의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병원으로 향하는 사도광탄의 눈빛은 고요하기만 했지요. 사람의 심리란 참 아이러니합니다. 만약 사도광탄이 여의사의 제안에 미련을 가질 정도의 위인이었으면, 애초에 여의사는 그런 제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그에 대한 관심조차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에겐, 무언가를 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반면 누군가가 은근히 바라면서 아닌 척 한다 해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의 욕심을 느끼게 되고 거부감이 생기기도 하지요. 그래서 자기 확신을 가지고 홀로 서고자 하는 사람에겐 의지가 되어주고 싶은 반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몸부림치는 사람은 외면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우리네 세상엔 있는 것 같습니다.
강호동은 몰락의 순간에 스스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 어떤 변명도 없이, 어마어마한 돈이 걸리고 숱한 인연이 얽힌 연예계를 떠나기로 한 거지요.
자리에 연연해서 곤혹을 치르다, 자리를 떠나면서 여론이 급반전된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지난 3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는 가수다의 재도전 사태' 역시, 김건모가 룰을 어기고 자리를 지키려 하자, 어머어마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미 하차해 버린 김건모의 녹화장면이 방송을 타자 사람들의 입장은 확 바뀌어버렸지요. 손을 덜덜 떨면서 열창하는 김건모의 모습에 큰 아쉬움을 느낀 사람들은 그의 복귀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국민가수는 졸지에 국민밉상이 되었다가 이내 국민가수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강호동의 사과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정말로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조기복귀할 꿍꿍이를 가지고 사과했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 겁니다. 앞서 예를 든 사도광탄의 아이러니겠지요. 물론 사람의 마음은 변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엔 진심이었어도 나중엔 바뀔 수도 있습니다, 또 상황도 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복귀를 청원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다고 정말 조기복귀를 한다면, 강호동은 현재 누리고 있는 동정론 이상의 혐오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겠지요. 사과는 '쇼'에 불과했고 도무지 진정성이란 없는 인간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될 겁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 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