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언 가운데 이런저런 포장을 걷어내고 알맹이만 추리면 이렇다.

‘우리 사람 앉혀야 되니 좀 나가달라.’

힘들게(?) 정권교체 했더니 지지해 준 사람들 챙겨줄 자리도 없고, 총선 앞두고 ‘개혁공천’ 여파로 인해 경쟁률만 더 치열해졌으니 ‘우리 사람 좀 챙기게 알아서 나가달라.’ 뭐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될 것을 이래저래 포장하느라 말을 좀 빙빙 돌리는 것 같다.

그럼 노무현 정권에서 중용된 김성호·임채진·한상률은 어떻게 되나

▲ 한국일보 3월13일자 2면.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들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오늘자(13일) 한국일보 염영남 기자가 <기자의 눈 - 여권의 자기모순>(2면)에서 지적했듯이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한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나 유임된 임채진 검찰총장, 한상률 국세청장은 어떻게 설명할지 의문”이고 “지난 두 정권에서 장관과 국회의원을 한 정덕구 씨를 일찌감치 공천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할 지”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참여정부 시절 주요한 직책을 맡았던 이들을 이명박 정부에서 핵심요직에 앉힌 것과 “국정을 파탄시킨 김대중, 노무현 세력들은 국정의 발목을 잡지 말고 떠나라”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 모순 없이 나란히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사실 정무직 관료나 공공기관장들의 경우 정권이 교체되면 알아서 물러났던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들’의 주장이 전혀 논리적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해당 기관장들이 물러날 의사가 없을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안상수 원내대표나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계속해서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그냥 자기 사람 앉히고 싶으니 조용히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커밍아웃’ 하는 게 오히려 좋지 않았을까 싶다.

▲ 중앙일보 3월13일자 8면.
사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현재 국면이 대략 난감인 것은 분명한데 이를 연일 대서 특필하고 있는 조중동의 보도태도는 또 다른 논란의 여지가 있다.

조중동의 ‘속보이는’ 논란 지피기

이들 세 신문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마치 ‘살생부’를 작성하기라도 하듯 공기업을 비롯한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명단을 일일이 작성, 연일 많은 지면을 할애해 보도하고 있는데 이들의 지면을 보면 한나라당 못지 않은 ‘속내’가 어렵지 않게 읽힌다.

‘조중동’이 공기업과 정부기관 산하단체장들의 코드와 그에 따른 임기를 문제 삼고 있지만 지면을 자세히 보면 정작 관심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코드 인사 논란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문화 언론 체육기관장’을 비롯해 문화부 소속 기관장과 문화부 산하 기관장 임기의 도표를 주요하게 편집해서 배치하고 있는데, 문화나 언론 관련 기관장들이 언론사 출신 간부들이 진출할 수 있는 일종의 ‘요직’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지면배치를 온전히 순수하게 ‘읽기가’ 곤란하다. 대단히 정치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친이명박 정부 인사’ 즉 코드인사로 이들 자리가 구성될 경우 조중동 출신들을 포함해 보수언론 출신인사들이 주요하게 등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 몸담았던 언론계 출신 인사들이 ‘매머드급’이었다는 점을 뒤집어 해석하면 그만큼 챙길 사람이 많다는 얘기도 된다.

▲ 한겨레 3월13일자 사설.

최근 ‘코드 인사’ 논란을 확대하는 조중동의 지면을 보면서 노골적인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면 그냥 그렇다고 하면 될 것을 괜한 명분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길 필요까지 있을까.

오늘자(13일) 한겨레 사설의 표현대로 “괜한 논리나 명분으로 가리려 한다고 가려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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