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여론을 잠재우는 방법 중에 일품은 어떤 방법일까? 이번 라디오스타는 하나의 좋은 방법을 제시했다. 그동안 라디오스타(라스)에서 신정환의 빈자리를 많은 부분 메워준 '김희철'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보직을 받기 전 현재 6주간의 훈련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어린 스타든 나이가 든 스타든 일단 병역 의무에서 공익을 간다고 하면 비난을 받은 것이 일반적이며, 당연히 김희철eh 도마 위에 올랐다. 멀쩡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이자 연예인인 그들이 왜 꼭 공익근무를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신체 조건이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는 그들이 공익근무를 한다고 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그리 좋은 기분을 주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공익근무 기준에 부합하는 연예인들조차, 일부 불법적인 거래나 안 좋은 시도로 병역회피를 한 연예인들 때문에 떼로 욕을 먹는 일도 많다.

김희철이 공익근무로 판정 난 가장 큰 이유로 교통사고 때문이다. 같은 그룹 동해 아버지의 빈소에 다녀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다리에 철심 8개를 박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었다. 그 이후 무대에서 제대로 춤도 추지 못하고 꾸부정하게 다니는 등 많은 애로사항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는지 그가 군대를 가고, 공익근무를 한다고 전해지는 글에는 하나같이 많은 악플들이 달렸다. 정확한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이유를 알았다고 해도 타 연예인들의 전력 때문인지 그 모든 상황을 비난으로 퍼붓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일들이 있다고 하여 <라디오스타>는 구차하게 이유를 세세히 알려주지 않고 대중의 편에서 선 듯, 그를 약 올리며 뿔난 심리를 잠재워 주려는 시도를 한다. 스타의 편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질질 끌면서 풀어놨다면 아마도 대중은 더 화를 냈을지 모를 일인데, 이번 방송에서 대중의 화를 누그러뜨릴 여지가 다분해 보이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대중의 화를 잠재우는 방법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배려하는 방법이 최고라고, <라디오스타>는 어쩌면 철저히 그들의 편에서 김희철을 약 올리며 강하게 키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훈련소 가기 전 마지막 방송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들은 잠시 함께했던 임이 떠나는 길에 예쁜 가시 가득한 한 떨기 꽃을 놓으며 살포시 밟고 가라하며, 배려의 손길을 내민다. 준비된 독설과 그를 배웅하는 사신단을 투입해 한껏 약을 올린다. 군대 가는 사람에게 가장 짜증이 날 사신단은 누굴까? '갓 제대한 예비역 스타'와 '걸그룹 스타'는 최고의 약올림 젯밥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준비한 약올림 사신단은 갓 제대한 '붐'과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와 개코'였다. 또한 군대에서 가장 보고 싶어 할 걸그룹 '수지'까지 등장했으니, 어찌 짜증이 안 날 쏘냐! 하지만 아직은 얼떨떨할 김희철이 꼭 짜증나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또 중요한 것은 이 방송을 어쩌면 훈련소나 공익근무를 하는 시기에 보면 효과 만발인 수가 될 것이기에 이번 방송은 제대로 약올리는 방송이었다.

대중이 생각했을 때 무척이나 쉽게 보이는 공익근무 하는 김희철에게 <라디오스타>가 나서서 미리 잔뜩 약을 올려놓는 것은 대중의 작은 심리까지 생각한 좋은 기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얄미운 것이 이 세상'이라고 <라디오스타>는 거꾸로 시어미와 시누이가 얄밉지 않게 기술적으로 약을 올리며 즐거움을 주는 모습이었다. 쥐색 옷을 입고 나왔다고 조금 있으면 입을 옷 색깔과 같다고 놀리는 시어미 윤종신. 혼자만 대본 못 받고 헤매는 김희철에게 마지막 대본이라고 건네는 윤종신의 능글맞은 웃음은 시청자를 웃기기에 충분했다.

이런 장난에 시누이 같은 역할의 김구라는 "한 달인데요, 뭐. 공익인데요, 뭘..."이라며 약을 올리는 모습은 능숙하기도 했으며 자연스러운 웃음을 줬다. 그 뿐이겠는가?!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와 '개코'에 '붐'까지 제대한 스타에 합류해 그가 훈련소에 들어가서 고생할 군대 이야기를 맛깔나게 했다. 그가 겪을 과정을 장난스레 이야기한다.

다음 주 방송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남다른 '수지'를 게스트로 데려와 즉석 무대를 꾸며, 군대에서 걸그룹 스타를 보는 듯한 기분을 주려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 또한 막 훈련소에 들어가는 김희철에게는 부글부글 끌어오르는 장난이었을 것이다.

꼭 아끼는 사람을 비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라디오스타>는 알려준다. 예전 신정환이 일을 저질렀을 때에는 엄청난 편집 기술을 발휘해 아예 화면에서 모두 사라지는 연출을 보여준 적도 있다. <라디오스타>는 매우 현실적인 직설편집과 독설이 공존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라디오스타 김희철 약올리기 편>에서는 공익근무요원으로 2년간 모습을 감추는 김희철을 향한 대중의 조금 과한 비난을, 대중 대신 미리 김희철을 약올리며 대리만족할 수 있게 해주는 연출이 가미돼 잔잔한 웃음을 줬다. 이런 것이 <라디오스타>의 진짜 맛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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