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2명 여당 1명 야당 2명.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명시하고 있는 5명의 방통위원 추천 주체와 관련된 내용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태도와 야당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자.

첫째,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추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씨를 추천했다. 한나라당은 소문만 무성하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어떤 의중으로 최시중씨를 추천하고 강행하고자 하는 지 정확하게 모를 일이지만 학계와 시민사회는 이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방송을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인식이 가져온 무리수

상황론으로 설명하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 전후로 장관 후보자들을 발표했고, 그 중 3명이 낙마했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이 장관 후보검증에 심혈을 기울였고, KBS와 MBC가 계속해서 후보검증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결과다.

▲ 한국언론학회와 PD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과 과제' 긴급토론회가 3월 11일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열렸다.
돌이켜보면 너무나 당연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발동되었고, 언론학적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언론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후보검증을 주도하고, KBS와 MBC 등이 이를 받아 확산시키는 ‘이명박 정부 타격을 위한 하나의 시스템’ 쯤으로 파악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방송을 저대로 방치해 둘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 대통령의 멘토이자 핵심중의 핵심인 인사를 급히 기용하며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곧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이 사회적 관점에서 핵심 자격기준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치권력의 속성인 방송장악 기도를 여느 정권과 다름없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론으로 설명하면, 지난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박근혜 구도에서 일방적으로 이명박 후보에게 줄을 섰고,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도 예외 없이 최소한의 비판도 하지 않았던 소위 ‘이명박계 신문’에 대한 정치적 보은을 앞장 서서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명이 있으면 암이 있는 고로, 조중동에게는 정치적 보은을 정책적으로 해야 하고 KBS와 MBC 등 공영방송에게는 정치적 보복을 감당할 수 있는 인사를, 그것도 강력한 추진력으로 돌파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한 결과, 그가 바로 최시중씨다.

신문 방송 교차소유 허용과 공영방송의 민영화로 상징되는 최시중씨 지명

결국 최시중씨 지명의 정책적 배경은 바로 방송과 신문의 교차소유 허용 및 공영방송 KBS2와 MBC의 민영화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 서울경제 3월11일자 39면.
이런 상황론적 정책론적 배경을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명약관화한 국민들과 방송현업인들의 저항을 예상하면서도 무리하게 최시중씨를 내정할 수밖에 없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를 간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리하게 내정’한 것은 소위 말하는 절차도 투명성도 명분도 없는 ‘대통령이 뭘 못하랴’는 오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다른 한편 한나라당 몫 추천과정은 말 그대로 암흑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론되고 있고, 언론보도를 타고 그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지만, 도대체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논의하고 있는지 조차 드러나지 않은 채 오로지 명단만 흘러 다닌다. 시민사회에서 한나라당에 항의 방문을 가려고 해도 누구를 찾아가야 할 지를 몰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몇 가지 의제 중 하나가 투명성이며 공개성이요 대표성이다. 한데 이런 최소한의 의제조차 철저히 무시되고 당권자들의 손아귀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식은 결코 민주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정치권력을 장악한 이후 오만해진 한나라당이 야당시절의 원칙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둘째, 통합민주당의 추천 행태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합민주당은 대표가 미는 사람, 원내대표가 미는 사람, 사무총장이 미는 사람, 문광위 위원이 미는 사람이 다 달랐다. 무소속 독립행정기구인 방송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전락시키는 과정에서 통합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몰상식한 방송관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그것도 정부조직법의 협상카드로 방송통신위원회를 팔아 넘긴 것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반성마저 없었던 통합민주당 지도부는 거의유일하게 야당의 인사 추천 몫인 방통위원을 자기사람의 일자리 창출 기회로 파악했던 모양이다.

구태 답습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위원 추천행태

도대체 방송통신위원회가 얼마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또 마음먹기 따라 한국의 방송구도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그 결과 여론조작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소위 야당지도부의 무능력한 것이 탐욕만 가득찬 방통위원 추천 물밑싸움은 말 그대로 구태의 답습이었다.

결국 시민사회는 이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대표가 미는 사람 원내 대표가 미는 사람으로 이미 결정되었다는 정황판단을 내려야 했을 정도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법률이 통과되자마자 통합민주당은 밀실추천의 악폐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옛 방송위원 중 한 사람이 3위권에 들어있다는 내부 인사들을 전언에 앞 뒤 판단할 겨를도 없이 ‘그나마 시민사회와 정책적으로 유사한 인물’로 판단하며 ‘지지’하는 입장까지 공식적으로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변명하자면, 하루를 다투는 상황이 아니라 시급을 다투는 상황에서 내린 상황판단이었다. 결국 언론연대와 언론노조는 대표면담 기자회견 대표실점거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 통합민주당 설득작업과 더불어 통합민주당의 밀실인사에 대한 강력한 성토 성명서를 이어가며 방통위원 추천의 투명성을 요구했고, 급기야 통합민주당은 방통위원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당내 인사 5인 외부 인사 4인으로 구성해서 공모를 통해 후보를 받아 추천위원회에서 2명의 추천인사를 확정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또 바뀐다. 외부인사 5인에 민주당 4인으로 구성하겠단다. 적어도 공당이라면 스스로의 원칙을 정하고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공개성 중립성 전문성. 이것 외에 우리는 바라는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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