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EBS가 보험사 판촉 논란이 불어진 프로그램 '돈이 되는 토크쇼, 머니톡'(이하 '머니톡')의 협찬·외주계약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에선 방송사에 협찬 관련 자료보관·제출 의무를 부여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머지 않은 시기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EBS 논란이 방송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협찬의 정의, 협찬 관련 자료제출 의무 등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해당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협찬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송 사업자 협찬 관련 자료보관·제출 의무가 신설됐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방송사업자는 협찬 관련 자료를 5년 이내의 기간동안 보관해야 한다. 방통위는 협찬 관련 규정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자료제출을 요청할 수 있고 방송사는 요청에 따라야 한다.

이런 가운데 EBS는 '머니톡' 협찬·외주계약서 제출 요청을 거부, 국회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23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지난 15일 EBS가 참여한 국정감사에서 재무설계 상담프로그램에 대해 진상조사를 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사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편성계획 과정에서의 문제를 발견해 시정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서 보고해주길 요청했다"며 "EBS 사장은 알겠다고 답했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어떤 서류도 제출받은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중 EBS 사장 (사진=연합뉴스)

정 의원은 "당시 과방위원장도 (EBS에)최소한 의원실이 자료열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는데, 그럼에도 EBS는 과방위원장과 국회 감사권한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협찬 상 외주제작사 계약서 제출에 대한 과방위 의결을 요청한다. EBS는 지금이라도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말했다.

이에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입장을 묻자 김명중 EBS 사장은 자료제출 문제에 대한 언급을 제외한 채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EBS 개인정보 법규위반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고, 조치사항에 따라 바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이 "그 문제가 아니라 자료제출 문제, 최소한 열람이라도 시켜달라"고 다시 묻자 김 사장은 "비밀유지의무로 저희가 이 문제로 인한 여러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에 국가기관(개보위) 조사로 대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거부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증언감정법이 이 자리에서 가장 우선이다.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자료제출을 거부하기에 최소한 (자료의)개인정보를 가려서 열람이라도 시켜달라고 수차례 말씀드렸다"며 "계속해서 자료제출은 고사하고 열람조차 시켜주지 않는 것은 국정감사 방해행위"라고 질타했다. 김 사장은 "열람하는 문제를 검토해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고, 이 위원장은 "30분 내로 결과 알려달라"고 했다. 2018년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KBS, MBC 등 공영방송은 국회의 협찬 관련 자료제출 요구를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국회증언감정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기관이 국회로부터 증언이나 자료제출을 요구받을 경우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군사·외교·대북관계 등 국가기밀로서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언·자료만이 소명을 통해 제출의무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정 의원실에서 EBS에 제출을 요구한 자료는 '머니톡'의 협찬·외주 계약서다. 협찬·외주 계약서상에 논란이 일었던 개인정보 판매, 보험사 직원 출연진 섭외 관련 내용이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EBS '머니톡'은 사설 보험대리 업체 키움에셋플래너에 재무상담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넘겼다. 키움에셋플래너는 자사 보험설계사들에게 이 개인정보들을 건당 7~8만원에 판매했다. EBS '머니톡'은 키움에셋플래너의 협찬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었고,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키움에셋플래너 직원들이었다.

(EBS)

정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EBS는 몰랐다고 얘기를 한다. 계약상의 문제가 없었는지, 진짜 몰랐는지 봐야한다"며 "EBS는 계약상 개인정보가 판매 가능하도록 되어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없다'고 얘기하니 그 부분을 확인시켜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외주의 경우 방송사 홍보용 보험방송들이 외주사를 끼고 제작을 하는 듯 한데, 외주사와의 계약관계를 정확히 보지 않으면 외주사가 어떻게 보험사와 연결되어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시청자 피해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마련하고 재발방지를 하려면 계약서상 중간과정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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