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택배 업무에 종사하던 노동자가 또 한 명 사망하며 올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는 13명으로 집계됐다. 택배노동자 의무 휴식제, 장시간 노동 금지, 추가인력 투입안 등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중앙일보는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해야 한다는 제안을 소개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올해 택배노동자 6명이 사망한 CJ대한통운은 22일 공식 사과하고 택배현장에 분류지원인력을 기존 1000여 명에서 40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택배기사들의 산재보험 가입 100% 유도, 건강검진 주기 단축,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통한 근무시간 조정 등의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환영했다. 특히 택배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요구해온 분류작업 인력 증가안을 가장 반겼다.

전문가들은 휴식시간 제공, 시스템 변화, 추가 인력 투입안 등을 제안해왔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21일 MBC<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심야노동을 강요하는 ‘로켓배송’시스템을 없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구조를 끊어야하고 필수 휴일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22일 KBS<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한 사람당 배달할 수 있는 물량을 일정 수량으로 제한하거나 택배분류 직원을 늘려야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일보 10월 23일자 경제B02면에 실린 <일손 없다는 택배 상·하차 … “외국인 근로자 쓰면 될 텐데”> 보도

하지만 중앙일보는 택배회사의 어려움을 전하며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택배사의 입장을 소개했다. 23일 B02면에 실린 <일손 없다는 택배 상·하차…“외국인 근로자 쓰면 될 텐데”>기사에서다.

중앙일보는 “일감이 넘치고 지불할 돈이 있어도 힘든 상·하차 작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택배회사들은 상·하차 작업 만에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바란다”며 물류 상하차 작업에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자고 했다.

이어 현 정부도 이같은 방안을 고민한 적이 있다며 “지난해 국무조정실 주도로 택배 상·하차 작업에 한해 해외동포 방문취업 비자를 내주는 방안도 추진됐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등이 내국인 일자리를 뻇는다는 이유로 반대해 별다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익명의 택배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고용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라는 걸 알지만, 택배 상·하차 작업의 경우 이미 내국인들이 꺼려 일손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처럼 경직된 규제는 산업현장 곳곳을 옭아매고 있다”고 했다.

해당 보도는 누리꾼들에게 비판받고 있다. '네이트'에 올라온 해당 기사 아래에는 “일손이 부족한게 아니라 근무 환경이 안 좋아서 사람들이 일하기 꺼려하는 거지 외국인 근로자는 그런 환경에서 일해도 된다는건가”(vict****), “외국 근로자는 무쇠팔 무쇠다리냐. 이러니 차별이 안 없어진다”(kevi****), “근무환경에 대한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마치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서 꺼려하는 것처럼 몰고가서 외국인 노동자를 쓰기 시작하면 아무도 모르게 죽어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생길건데...”(moon****)등의 댓글이 달렸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에 대해 보수, 진보 구분없이 안타까워하고 중앙일보 역시 CJ대한통운 대표이사의 사과와 대책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며 “택배기사는 근로자 지위와 관련해 법적인 논란이라도 있지만 상하차노동자는 명백하게 근로자에 해당하고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아야한다. 언론이라면 근로기준법 위반을 지적하지 않고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라’는 주장을 하다니 깜짝 놀랐다”고 했다. 탁 소장은 기사 댓글 중 하나인 ‘기자도 수입해서 쓰자’는 반응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