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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 저자가 기자들에게 전하는 당부[2020 저널리즘 주간] "코로나19 무지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야"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10.22 16:22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책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 교수가 저널리스트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들이 코로나19와 관련된 무지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맞서는 것이 저널리즘의 역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2일 주최한 ‘2020 저널리즘 주간’ <코로나19 이후의 언론과 세상을 잇다>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원고갈과 착취에 대한 문제, 불평등의 결과에 대해 저널리즘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핵심적인 역할은 언론인들이 하는 것이며 코로나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 재앙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저널리즘이 역할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의학지에 실린 복잡한 내용을 대중들에게 쉽게 제공하는 전달자 역할과 과학자·의사 등 전문가들과 대중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언론에 제안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20저널리즘주간'에서 책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전문가들은 언론이 정확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제공한다면 코로나19로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신종 감염증 확산이 언론 신뢰회복의 기회라는 말에 동의한다”며 “전통적 언론을 불신하던 시민들의 눈과 귀가 올바른 정보를 찾기 위해 언론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정확한 정보를 찾는 시민들이 방송, 신문 뉴스를 찾아 뉴스 이용률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신종 감염증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불확실성이 높다. 또한 감염 위험으로 취재에 제약이 있다. 이에 더해 기자들은 ‘저널리즘 가치 간의 충돌’을 경험하고 있다. ▲신속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심각성을 경고해야 하지만 과도한 불안을 조성해서는 안된다 ▲재난상황을 감안해서 정부 조처에 협조해야 하지만 방역정책을 감시하는 업무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 등의 딜레마에 봉착해있다.

박 교수는 기자들이 처한 딜레마의 해답을 찾기 위해 한국 언론의 코로나19 보도를 분석하고 취재 기자, 브리핑 공보관, 의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한국언론은 코로나19에 별다른 준비나 고민 없이 대응했고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파편화된 정보를 단순 중계하는데 그쳤다. 전체 기사 중 질병관리본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보가 전달하는 정보를 단순 전달한 스트레이트 기사 비중이 88.3%로 가장 많았다. 분석 해설기사는 5.6%, 탐사기획보도는 전체의 0.5%에 불과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단순 사실 결과를 보도한 비율이 46.2%로 가장 높았고, 질병 확산 및 현황 보도(25.9%), 책임귀인(8%), 갈등(5.2%), 인간적흥미(3.9%), 비난과 혐오(2.0%) 순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20저널리즘주간'에서 발표를 맡은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의 발제자료.

현상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보도해 불안을 조성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박 교수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로 정파성에 따라 정보를 이해득실에 따라 이용했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의사들이 가장 많이 말한 부분이 ‘왜 의학의 영역을 정치의 영역으로 치환하냐’였다”고 전했다.

언론의 부정편향은 부정적인 보도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박 교수는 “부정적인 정보는 시민들이 크게 반응하고 특히 정부 비판 보도의 경우 권력 감시라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기에 언론은 부정적 정보에 더 귀를 기울인다”며 “하지만 돌아보면 언론의 욕망을 해결하기 위한 관습화된 비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늘날 언론은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한 기능적 수단으로 비판 보도를 관습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불안 상황 조성, 적극적으로 '무능한 정부' 프레임 씌우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보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박 교수는 “신속성보다 정확성, 단순 사실 전달보다 심층적 해설 제공에 주력해야 한다”며 “정보의 불확실성이 클 때 뉴스의 정확성이 더 중요해지며 신뢰의 위기에 처한 언론이 시민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효용을 제공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이 전통적 언론에 필요로 하는 것은 위기의 순간에 참조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으로, SNS나 유튜브,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단순 수치 외에 전문지식, 분석을 담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독감백신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언론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 지난해 독감백신 사망자 사례와 비교하는 등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서 ‘지금 백신을 맞는게 옳은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출입처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관련 소식을 전하는 ‘어쩌다 코로나 담당 기자’가 아닌, 전문 인력을 할당하고 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업 종사자들은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자는 “시민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게 좋은 저널리즘이라는 걸 알고 세계일보는 탐사보도팀을 운영, 모든 기자들이 탐사보도팀을 거치는게 목표다. 출입처에 있더라도 우리 사회에 중요하지만 부각되지 않은 이슈를 기자들이 직접 찾고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을 노력하고는 있지만 시간,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도 더디게 나타나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한국언론은 비전과 신뢰를 찾아야 한다”며 “언론에 가장 중요한 건 광고를 얼마나 얻고 구독자를 모을 수 있는지가 아닌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는 “해오던 대로 보도해서는 저널리즘이 유지되기 힘들다. 언론사, 기자들이 신뢰를 얻고 독자들을 분석해 새로운 변화된 방식으로 구독자를 확보해야지 지금과 같은 방식은 곤란하다”며 “좋은 저널리즘은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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