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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불법파견', 노동부 손 놔…1년 8개월만에 "검찰 지휘"진정인측 "업무해태-책임전가"… 노동부 불법파견 내부지침, 근로감독권 스스로 포기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10.22 08:03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KT 서비스 불법파견 진정 사건에 대해 1년 8개월 간 조사를 실시하고도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않은 채 검찰 지휘를 받겠다고 밝혀 "무책임한 책임전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희망연대노동조합은 21일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서비스 불법파견 사건 조사를 실시해 온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희망연대노조는 김영미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장에 면담을 신청했지만, 김 지청장은 면담을 거부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은 21일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서비스 불법파견 사건 조사를 실시해 온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앞서 KT서비스 노동자는 지난해 2월 13일 KT와 KT서비스 북부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불법파견 진정을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접수했다. KT 상품판매영업, KT 상품수리·설치업무, KT 정보보호 강화 프로그램 공유, KT 회장의 여름철 안전보건 예방 지시, KT 포상 프로모션, KT 업무 수첩 배포 등의 업무를 KT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KT 서비스에서 수행했다는 내용이다. 

희망연대노조측은 지난해 5월 서울서부지청 조사에서 KT와 KT서비스 북부 양사가 KT본사 지표에 따른 영업과 VOC(Voice of Customer) 등 업무 외적인 일을 KT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강요한 증거를 제출하고, 용역 계약상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일조차 KT의 지시를 받아 시행한 정황을 진술했다. 

그러나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지난 9월, 진정사건 처리현황을 묻는 민원에 검찰 지휘를 받겠다고 답변했다. 진정사건 접수 1년 8개월만에 검찰 지휘에 따른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론내린 것이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와 해당 진정사건을 담당 중인 박사영 노무사에 따르면 진정인측은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으로부터 조사결과와 관련한 어떤 설명도 들은 바 없다.

진정사건 당사자와 희망연대노조 등은 노동부 서울서비지청의 업무해태와 책임전가를 의심하고 있다. '2018년 고용노동부 업무계획'은 "불법파견 의심 사업장에 대한 수시 감독 실시, 위반사업장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시정지시 등의 적극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수시감독은 이뤄지지 않았고, 공식 접수된 진정사건마저 1년 8개월째 결론을 내지 않은 채 검찰로 넘겨 사실상 업무해태, 책임전가라는 것이다.

희망연대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솔직해지자. 혐의가 없으면 종결하면 될 일"이라며 "그런데도 지금껏 노동부가 끌어안고 있다가, 이제와서 검찰 지휘 운운하는 것은 대체 무슨 속내인가.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책임전가, 대기업 KT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는 작태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희망연대노조는 "노동부가 할 일, 근로감독관이 할 일, 법위반 사항 여부를 가리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며 "법 위반 사항이 명백한만큼 즉각적인 시정지시로 행정기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라"고 촉구했다. 김영미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장에게는 "면담에 응해 지금껏 무책임하게 지연시켜온 상황과 사건조사 경과를 명백히 밝혀라"라고 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은 21일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서비스 불법파견 사건 조사를 실시해 온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노동부의 '불법파견에 따른 직접고용 시정지시 관련지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해 4월 해당 지침을 내려보내 사건유형별 각 지청의 판단을 제한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내부지침에는 ▲근로감독 또는 진정 사건의 경우, 시정지시 시기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단되면 지체없이 실시함이 원칙이지만 민사소송 중이면 본부와 협의해 판단 ▲고소·고발사건의 경우, 파급력 큰 사업이 많아 검찰에서 불법파견 기소 후 시정지시를 시행 ▲근로감독 실시 중 고소·고발이 제기된 경우, 사안에 따라 판단이 비교적 명확해 혼란 가능성이 낮은 경우 감독 종료시 곧바로 실시하고, 복잡하고 파급력이 큰 경우 검찰 기소 후 실시 ▲법원 민사판결이 있는 경우, 사안별 근로감독 실시여부 검토 및 본부와 협의해 판단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고용노동부 '불법파견 사건 유형별 처리지침' (표=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이에 대해 강은미 의원은 지난 8월 "노동부가 근로기준법 등이 보장하고 있는 독립적인 근로감독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사건 유형에 따라 본부 개입여지를 확대하고 검찰 기소에 의지하는 지침은 노동부 스스로 근로감독관의 독립성과 공정성·투명성을 저버리고 노동권과 노사관계를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파급력 큰 사업장은 대부분 대규모 사업장으로 대기업 봐주기와 검찰 눈치보기를 노동부가 자처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강 의원은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지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과태료 처분 전 행정지도에 불과하고, 과태료 처분은 직접 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라 파견법에 근거해 부과하는 처분이라고 꼬집었다. 과태료 처분은 검찰 기소여부와 관계없이 당사자 이의제기를 통해 과태료 재판절차로 적법성을 다툴 수 있다. 즉 과태료 처분과 형사처벌은 별개라는 지적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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