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출범 이후 30년 만에 6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4개 구장에 총 6만1천264명이 입장, 올 시즌 466경기 만에 605만7천542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한 시즌 600만 관중은 한국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처음이다.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이 2008년 294만5천400명인 프로축구, 122만8천855명(2008∼2009시즌)인 프로농구와 비교할 때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연간 개최되는 경기수의 차이로 인해 단순히 관중 총수만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지난 2008년부터 4년 연속으로 프로야구 경기장 평균 관중수가 1만 명을 넘어가고 있고, 좌석 점유율도 5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로야구는 단연 한국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로 그 입지를 굳혔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프로야구의 흥행열기에 대해 구단들의 꾸준한 마케팅과 야구 골수팬들의 변함없는 야구사랑, 그리고 지속적인 TV 중계방송을 통한 꾸준한 저변확대를 원인으로 들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IMF 금융위기의 여파로 프로야구 팀들이 줄줄이 해체되고 국민들의 경제사정이 악화되며 프로야구는 관중이 격감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그렇게 프로야구는 2000년대 중반까지 200-300만 관중을 동원, 고만고만한 흥행성적을 이어갔다.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프로야구는 그 인기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계기를 맞는다.

그 계기는 바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에서 프로야구 스타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 야구대표팀이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과시하며 눈부신 선전을 펼친 것.

한국 야구가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미국과 숙적 일본을 연파하며 4강 돌풍을 일으켰던 제1회 WBC가 열린 2006년 프로야구는 304만여 명의 관중을 동원, 전년도 총관중수(338만여 명)에 비해 오히려 34만 명 가량 관중이 줄어들었으나 그해가 독일월드컵이 열린 해였고,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1990년 이후 월드컵이 열렸던 해의 프로야구 흥행성적을 살펴보면 1990년 318만 명, 1994년 419만 명, 1998년 264만 명, 2002년 239만 명이었다. 1994년을 제외하면 월드컵이 열린 해 프로야구 흥행은 그야말로 '그저그런' 수준이었다.

제1회 WBC에서 한국 야구의 저력을 확인한 야구팬들은 이듬해인 2007년 410만여 명의 팬들이 프로야구장을 찾는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1996년 이후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한 것.

이후 한국 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미국, 쿠바 등을 연파하며 9전 전승이라는, 그야말로 야구에서는 결코 일어나기 힘든 기적의 연승행진를 펼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해 프로야구는 총 525만 명의 관중을 동원, 400만 관중을 돌파한지 1년 만에 거침없이 500만 관중시대를 개막했다.

그리고 한국 야구는 2009년 제2회 WBC에서 제1회 대회 4강 진출의 성적을 넘어서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제2회 대회 준우승은 그야말로 엄청난 성과였다. 제1회 대회 때 국가별로 메이저리그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 대회가 치러졌다면 제2회 대회에서는 국가별로 나름대로 최정예 멤버들을 구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대회에서 직전 대회의 성적을 넘어서는 성적을 올리는 한국 야구의 저력을 직접 확인한 야구팬들의 시선은 고스란히 프로야구 경기장으로 모아졌고, 팬들의 사랑은 국가대표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불사른 선수들에게 집중됐다.

WBC 대표 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의 '위대한 도전'이란 말은 한동안 유행어가 됐고, 김태균은 '김별명', 봉중근은 '봉중근 의사', 정현욱은 '국노' 등 다양한 별명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녔다. 또한 한국 야구가 WBC, 올림픽에서 펼친 명승부들은 이후에도 각종 케이블 채널에서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지금도 인기리에 재방영되고 있다.

그 결과 프로야구는 2010년에 592만여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600만 관중시대를 예고했고, 올해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작년의 예고대로 6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프로야구의 폭발적인 인기는 WBC와 올림픽을 통해 '적어도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직접 본다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를 보고 있는 것'이라는 자부심이 자연스럽게 팬들의 가슴속에 녹아든 결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올림픽, WBC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보여준 선전과 빼어난 성적이 프로야구 600만 관중 시대 개막의 숨은 원동력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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