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포함해서 설 연휴까지 연예인들의 체육예능 프로그램은 그 대명사가 "육상"이 됐습니다. 이번 추석으로 3회를 맞이한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 지난 설에는 수영까지 더해서 대회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2010년 9월 지난해 추석에 시작된 스타들의 육상대회가 어느덧 명절 고정 예능으로 자리잡는 듯합니다.

MBC가 좋아하는 스포츠 예능, 과거 씨름이나 복싱 같은 격투기와 1:1대결이 그 주를 이뤘는데요. 오랜 시간 이어져온 스포츠 예능이 이젠 기록경기이자, 종합종목인 "육상"으로 바뀌었다는 거, 분명한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예능코드를 담고 있지만, 사진 판독까지 가는 접전이 이어지는 경쟁이 펼쳐집니다. 진짜 경기만을 보면 스포츠 중계나 다를 바 없구나 싶을 정도의 진지함이 넘치는 대목도 많았습니다. 특히, 진지한 열정과 뛰어난 운동 신경으로 아이돌 스타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요.

명절마다 다채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능 프로그램이 스포츠와 만난다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적입니다. 솔직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는 스타들을 보면 그 재미가 쏠쏠하고, 은근한 감동이나 스포츠 특유의 긴장감이 재미를 더하죠.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구성으로 많은 걸 배우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번 아이돌육상대회에 대한 칭찬들 사이에는 대구 세계육상과 같은 화려한 화면과 편집이 이어졌다는 평도 많았습니다. 스포츠 중계에 가까운 역동적인 화면들을 통해 다른 재미를 선사했고, 긴장감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중계방송의 형식을 기본에 두며,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하기 좋았고, 아이돌 스타들과 거리가 있는 세대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연예인들이 뛰고, 달리는 모습과 그에 열광하는 팬들, 사실 매번 명절마다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육상이란 종목에 대해 아직은 생소하고 거리감을 느끼는 많은 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함을 준 효과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육상 종목이란 점에서 조금은 아쉬움도 있는데요. 이 대회와 함께 육상이란 키워드에 얽혀 나오는 많은 기사들과 언론의 관심을 보면 왠지 마음 한편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바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대구에서 펼쳐졌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떠오르기 때문인데요.

육상으로 전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공간, 그 뜨거웠던 대결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못했고 기사도 많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대회 자체에 대한 평가도 그리 후하지 못했고, 몇몇 스타들의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을 뿐이었죠.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예능 프로그램보다 덜했던 것 같았던 대구 육상의 약간은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아이돌 육상에 대한 집중도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을 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반응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대구에서 육상을 보며, 또 이번 아이돌 육상을 보며 서로를 떠올리지 않았을까요? 지난 대구 육상대회 기간을 떠올리면 많은 매체들의 반응과 온도차가 이번 아이돌 육상대회를 통해 서운함도 남깁니다.

3회를 무사히 마친 아이돌 육상대회란 기획은 아마 앞으로도 명절에 또 볼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되는데요. 지난 추석 처음 그 시작을 알렸을 때만 하더라도, 생소하고 신기한 느낌에 불과했던 명절 특집, 스포츠인 육상과 예능의 만남. 처음 아이돌 육상대회를 접했던 조직위는 이 프로그램으로 육상홍보를 기대하며 두근거리기도 했습니다. 그 분위기나 인기를 육상대회로 끌어오는 부분으로의 결과물은 거의 없었습니다. 직접적 홍보만이 전부였죠.

대구시가 육상선수권 이후에도 대구란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에 "육상"을 이어가고 육상경기대회를 이어간다고 하는데요. 이번 추석동안 TV를 봤다면, 일단 이 "아이돌 육상대회"부터 한번 유치를 하고 이런 기획을 서로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연휴도 끝났으니 또 일상에서 힘차게 살아야겠죠? 추석에는 스포츠, 시리즈도 모두 끝났으니 이젠 또 일상으로의 스포츠와 함께 이야기들을 이어가야 할 날들이 다가옵니다. 연휴 뒤의 출근, 등교, 일상으로의 복귀에 힘차게, 즐겁게 시작을 하시길 기원하며!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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