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으로 위원 구성과 직무 구조 정립 등 산적한 과제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미디어의 공공성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사회적 합의부터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언론학회와 한국PD연합회가 지난 11일 오후 주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과 과제' 긴급 토론회에서는 절차와 명분 없이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통위원 추천 과정의 문제점과 함께 대통령의 방송 개입을 가져올 수 있는 방통위 설치법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투명성과 공개성, 대표성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방통위원 선임 과정"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초대 방송통신위원의 구성과 추천에 있어 방송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 추천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방통위는 대통령 2명, 여당 1명, 야당 2명의 추천 몫으로 구성하게 돼 있어 여야 비율이 3대 2 구조를 가져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시민단체와 언론현업단체들은 투명성과 공개성을 갖추지 못한 채 밀실에서 진행되는 각 정당의 추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에 대해서는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상실한채 정치권력의 속성인 방송장악 기도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한 배경에 대해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후보에게 줄을 서고 대선 본선에서도 최소한의 비판을 하지 않았던 이른바 '이명박계 신문'에 대한 정치적 보은을 수행하고 KBS와 MBC 등 공영방송에 정치적 보복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한 결과"라며 "방송과 신문의 교차소유 허용, 공영방송 KBS2TV와 MBC의 민영화를 위해 방송현업인들의 저항을 예상하면서도 절차도 명분도 없이 무리하게 최씨를 내정할 수 밖에 없는 오만에 그 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언론학회와 PD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과 과제' 긴급토론회가 3월 11일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열렸다.
한나라당의 방통위원 추천 과정에 대해서도 "투명성과 공개성, 대표성이라는 민주주의 의제는 철저히 무시되고 당권자들의 손아귀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다뤄지고 있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거론되고 언론보도를 통해 그 흔적이 드러나고 있지만 도대체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논의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양 총장은 통합민주당의 추천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조직법의 협상카드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전락시킨 것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마저 없었던 통합민주당은 야당의 인사추천 몫인 방통위원을 자기사람의 일자리 창출 기회로 파악하는 등 구태의 답습을 보였다"며 "이에 언론연대와 언론노조는 방통위원 추천의 투명성을 요구했고 급기야 통합민주당은 방통위원 추천위원회를 설치해 공모를 통해 2명의 추천인사를 확정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치집단과 정치권 대변자는 절대 방통위원으로 와선 안돼"

그는 "방통위원 자격 기준과 내용에 대한 쟁점에 앞서 절차적 민주성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행태 때문에 방통위라는 초대형 기구가 출범 초기부터 겪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치권은 추천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해 후보 공모와 심사를 벌이고 여기에 국민 의견까지 수렴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총장은 언론연대의 '방통위원 시민후보 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한 △방송독립을 주장하고 방송 공공성·공익성 신념이 있고 실천의지가 있는 자 △수용자 복지에 공헌이 있거나 신념이 있는 자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자 △재산 형성과정 등 도덕적 흠결이 없는 자 △산업논리에 의한 무분별한 방송시장 개방 반대 등 방송 문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자 등 5가지 추천 조건을 소개한 뒤 "이를 반드시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박선영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방통위원은 방송위 설치법의 목적에 따라 방통융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을 높여야 하며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토대 마련과 독립적 운영 보장 그리고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정치집단과 정치권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방통위원으로 보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원 구성과 법안 마련 때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 원칙 지켜져야

고차원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은 "진정한 방통위원회 구성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답은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며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총괄기구를 고민하고 논의할 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졸속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통위 설치법의 직무구조 문제를 발제한 최우정 계명대 법정대학 교수는 "현행 방통위법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방송의 자유 보장에 부합되지 않는 규정을 내포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방통위를 대통령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으로 규정한 3조와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소관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11조 등은 결국 법적으로 완전한 대통령 주도권을 뜻하는 것으로 이제 방송은 사실적·법적으로 대통령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방통위법은 모든 결정권을 대통령에게 집중시켜 거대한 육식공룡을 만들고 업무 소관에 있어 다른 중앙행정기관과의 충돌 여지가 있는 데다 신문방송 겸영을 통한 언론집중 현상과 그로 인한 자유로운 사상의 마비, 공영방송의 독립 침해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은 결국 방통위법과 방송 관련 법률을 개정하거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을 통해 치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문효선 언론연대 집행위원장도 "여론을 통제하고 감시하려는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방송위원회가 설립되었고 여러 비판이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결과였다"며 "이번 방통위법은 법적인 문제점과 함께 민주주의를 후회시키는 법이다. 여론형성, 문화주권, 문화다양성 문제들이 분명히 제고되도록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수 PD연합회 정책실장은 "방통융합은 사회적 대세이지만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밀어붙이면서 이념적으로 사회적으로 거쳐야 하는 필터링이 안된 것이 문제"라며 "방송은 사회 구성원이 소통하는 보편적 가치체계를 전달하는 매체라면 통신은 개인과 개인의 가치체계를 전달하는 매체다. 따라서 방송은 공적 책임과 규제를, 통신은 시장의 공정 경쟁을 더 고민해 왔는데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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