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 남자 100m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블레이크는 12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STAF 국제육상대회 남자 100m에서 자신의 개인 최고기록(9초82) 타이를 기록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대구세계육상 우승 직후인 지난 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 9초82로 우승을 한데 이어 두 번째 우승이다.

이번 ISTAF 대회에는 대구세계육상 100m에서 충격의 실격을 당했던 세계기록(9초58) 보유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를 비롯해 세계적인 강호들이 상당수 참가하지 않았지만, 지난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세운 개인 최고기록을 이번에도 유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블레이크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 승리하는데 쉽지 않았다. 더욱 빨리 달리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을 했다"며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삶이 좀 변했다"고 언급, 대구세계육상이 터닝포인트가 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대구세계육상 남자 100m 부문의 정당한 우승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블레이크의 우승은 볼트의 부정출발 실격에 따른 어부지리 우승이라는 평가가 뒤따랐지만, 블레이크의 약진을 예상한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한때 남자 100m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미국의 모리스 그린은 대구세계육상 기간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블레이크를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당시 그린은 "볼트가 예전 같지는 않다"며 "아킬레스건과 허리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한 게 뼈아프다. 블레이크는 볼트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볼트의 훈련 파트너 출신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실력자였던 블레이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던 셈이다.

블레이크의 100m 개인 최고 기록과 볼트의 세계기록 사이에는 0.24초의 차이가 있다. 100m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작은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볼트는 교통사고와 부상을 당해 한동안 트랙을 떠나 있다가 부상에서 회복, 트랙에 복귀한 이후 공식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에 근접한 기록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최고기록(9초88)도 블레이크에 뒤진다.

반면 '신성' 블레이크는 대구세계육상 이후 자신의 최고 기록을 작성했고, 그 기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기록단축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그와 같은 기대를 갖게 하는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는 22세에 불과한 그의 나이 때문이기도 하다. 나이가 모든 걸 말해주지는 못하지만 어린 나이만큼 선수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요소는 없을 것이다.

블레이크 스스로도 밝혔듯 대구세계육상 이후 그의 인생은 변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세계 최고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통해 챔피언을 꿈꿔온 블레이크는 '우승맛'을 봤다. 그 터닝포인트가 대구세계육상이 됐다는 점에서라도 블레이크는 평생 대구를 잊지 못할 것이다. 블레이크는 대구세계육상 이후 진정한 챔피언의 자격을 갖춰가는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