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201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가 오늘 저녁(중동에서 열리는 경기들은 우리 시각으로 내일 새벽) 8강전을 통해 다시 시작됩니다.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는 K리그 3팀이 올라 중요한 일전을 치르게 됩니다. 다행히 3팀이 8강에서 만나지는 않았지만 각각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을 대표하는 팀들과 대결을 펼치게 돼 만만치 않은 승부를 앞두고 있습니다.

8강에 오른 팀 가운데 K리그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연 가장 높습니다. 전북 현대, FC 서울, 수원 삼성 등 세 팀이 진출해 조바한, 세파한 두 팀이 8강에 오른 이란을 누르고 가장 많은 8강팀을 배출시켰습니다. 몇 년 전까지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일본 J리그는 세레소 오사카 한 팀에 만족했으며, AFC 챔피언스리그의 유일한 2회 우승팀 알 이티하드 한 팀에 불과한 사우디 아라비아도 겨우 체면치레했습니다. 2009년 포항 스틸러스, 2010년 성남 일화에 이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K리그 강세가 3년 연속 이어져온 것입니다.

▲ FC서울, 수원 삼성
대진운이 좋은 것도 흥미롭습니다. 3팀이나 올랐기에 8강에서 만날 법도 했지만 추첨에서 K리그 팀 간 대결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4강에서 전북, 수원이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구도가 나타나 이번 고비만 잘 넘긴다면 4강에 K리그 팀이 3팀이나 올라가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볼 수 있게 됩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클럽 대항전에서 K리그 팀의 강세는 곧 K리그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그라는 인식을 고정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좋은 일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축구 좀 하는 나라들을 대표하는 팀과 겨루는 것도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FC 서울이 상대할 알 이티하드는 2004, 2005년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며, 2009년 포항 스틸러스가 우승할 때도 결승 상대로 올라올 정도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준 팀입니다. 또 전북 현대가 맞붙을 세레소 오사카는 이미 조별 예선에서 상대해 오사카 원정에서 0-1로 패한 경험이 있어 '닥공 축구' 전북에 굴욕을 안긴 적이 있습니다. 수원 삼성이 상대할 세파한은 이란 국가대표팀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시킨 팀으로서 역시 2007년에 결승 무대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팀입니다. 모두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됩니다.

▲ 전북 현대
8강에 오른 K리그 3팀의 일정이 빡빡한 것도 부담입니다. 서울과 수원은 1주일 사이 3경기를 치러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무엇보다 장거리 이동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워 보여도 전북 역시 빡빡한 일정을 보면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래도 이 같은 고비를 넘어야 아시아 정상에 오를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기대반, 우려반이기는 해도 어쨌든 8강에 오른 세 팀의 꿈꾸고 있는 장면은 바로 AFC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일 겁니다. 전북 현대는 2006년 첫 정상을 차지한 뒤, K리그 팀 가운데 처음으로 이 트로피를 두 번 들어올리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며, K리그를 대표하는 팀을 자처하는 FC 서울과 수원 삼성 역시 가깝게 다가간 우승의 꿈을 이번만큼은 반드시 이뤄내려 할 것입니다. 공교롭게 서울, 수원은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은 2009년 카타르 움 살랄의 침대 축구에 무릎을 꿇으며 4강 진출에 실패했으며, 수원 역시 지난해 성남 일화를 8강에서 만나 1차전 성남 원정에서 1-4 대패한 것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중동을 대표하는 팀을 상대해 기필코 넘어서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는 두 팀입니다.

지난 2년 동안 K리그 팀들이 우승하면서 써 내려간 드라마는 참 흥미로웠습니다. 포항은 '파리아스 매직'을 통해 매 경기 더 강한 모습으로 만만치 않은 팀들을 추풍낙엽처럼 떨어트리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성남 역시 '초보 감독'일 줄 알았던 신태용 감독이 '한국판 과르디올라(FC 바르셀로나 감독)'의 면모를 보여주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진 조직력과 패기로 K리그 출전팀 가운데 가장 약하다는 비아냥을 잠재우고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들이 쓴 드라마는 그렇게 K리그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이제 그 바통을 이어 새로운 드라마를 써야 하는 K리그 3팀, 전북 현대, FC 서울, 수원 삼성입니다. 더 흥미진진하고 감동이 있는 내용으로 또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해피엔딩' 드라마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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