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또다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 구도이다. 이런 광경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의문이다. 금융사기범인 김봉현 씨의 옥중서신 한 통에 여당과 야당, 법무부와 검찰은 물론 심지어 검찰들끼리 대립하는 초현실적 풍경이다.

추미애 장관은 사상 세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을 강행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주로 보수세력을 통해 제기된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다 ‘윤석열 밀어내기’라는 정치적 목표를 갖고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포함해 역사적으로 보면, 법무부 장관 등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대개 검찰 수사로부터 정치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됐다. 이는 정당한 수사를 막는 것이었기에 파장이 컸고 대개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정치권력이나 수사기관의 총책임자가 물러나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법으로 보장한 것은 정치권력에 ‘조커’ 카드를 주기 위한 게 아니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순기능이 있다면 수사기관 자체 동력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안의 수사를 강제하는 것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례의 적절성을 따지려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찰 수사를 더 잘하게 만들기 위함인지, 아니면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인지를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김봉현 씨의 폭로 내용은 검찰이 ‘제 머리 깎기’에 실패해 온 역사를 상기시킨다. 법무부는 김봉현 씨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진행해 ‘룸살롱 접대’를 받은 검사 3명 중 2명을 특정한 걸로 보인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라임자산운용 관련 사건팀에 포함됐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법무부는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아무튼 본인이 사건의 ‘몸통’이 아니라는 게 결론인 김봉현 씨의 입장문을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는 별론하더라도, 검찰 수사 중립성 훼손이 의심된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문제는 이게 장관 수사지휘의 주요 내용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배제 필요성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논리 전개가 가능하려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사 또는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봐주기’를 시도하는 등 편향적 수사를 주도한 정황이 있어야 한다.

여당이 근거로 드는 것은 수사 당시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의 의혹이 정식 보고라인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에 ‘직보’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반부패수사부장이 ‘패싱’된 것 아니냐는 거다. 하지만 대검 반부패수사부장이라는 직은 결국 검찰총장의 참모라는 점에서 서울남부지검의 ‘직보’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이 대목의 문제는 ‘윤석열 라인’과 ‘추미애 라인’의 검찰 내 대립 구도를 전제로 할 때만 이해되는데, 이걸 공식적 판단의 기준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더군다나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어찌됐건 정상적으로 진행돼 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봉현 씨가 폭로를 하기 전에 이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진술이 나왔다는 거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그간 라임 사건 관련 보도에서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의 이름보다는 여당 인사들이 주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언론 플레이’의 문제라고 한다면 모를까 검찰총장이 수사 중립성을 훼손한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검찰총장의 수사 배제가 결론인 수사지휘권 발동의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수사지휘 대상에 윤석열 검찰총장 주변 관련 사건을 포함시킨 것도 장관의 수사지휘가 수사를 더 잘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검찰총장 밀어내기에 더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의 근거가 된다. 이게 여당이 김봉현 씨의 폭로를 활용해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덮으려 한다는 야당의 정치적 주장에 빌미를 주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오히려 수사 중립성이 다른 방향에서 훼손될 여지가 생긴 거다. 이런 점에서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이 적절한지 대단히 의문이다.

라임 사건과 관련이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 주변 문제가 수사지휘의 대상이 된 것은 무슨 시나리오의 문제라기보다는 ‘힘겨루기’ 차원이 아닌가 추측된다. 김봉현 씨의 폭로가 나오고 나서 법무부가 감찰을 공식화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자 대검이 중상모략이라며 치받은 것에 대해 ‘괘씸죄’를 물은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에 이례적으로 격앙된 입장을 직접 전달한 것 역시 이런 극단적 대립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애초에 법무부가 검찰로 하여금 수사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도록 했으면 될 문제이다. 결국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의심에 기초한 사전적 대응의 반복이다. 정부 여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앞세운 검찰이 금융사기 사건을 활용해 정권에 상처를 입히고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 할 것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사건 처리의 주도권을 윤석열 검찰총장으로부터 박탈하려는 것이다. 검찰로서는 정치권력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정권에 부담스러운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의 최종 책임 역시 결국은 정권이 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일들은 결국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여당이 언제까지 이런 이상한 제 발등찍기를 계속할 것인지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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