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영화계에는 시리즈물이 드물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화가 한류로서 아시아를 휩쓸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시리즈물의 부재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영화계의 시리즈물 부재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헐리우드 영화가 세계를 휘어잡는 데는 시리즈물의 역할이 컸다. 007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등 아직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시리즈물은 세계를 휘어잡았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런 시리즈물을 통해 헐리우드 영화에 충성도를 높이게 되고, 헐리우드는 자생적인 콘텐츠를 보유하게 될 수 있었다. 언제든지 안정적인 수익을 벌어줄 수 있는 '시리즈'가 있기에 영화사는 다른 영화에도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시리즈'의 선순환이 만들어 지게 되었다.

대한민국 영화계에서도 시리즈가 갖는 의미는 크다. 안정적인 관객이 보장될 수 있고, 영화 자체의 팬이 생긴다.

대한민국 영화계에 시리즈물이 부족한 것은 언제나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대한민국에 시리즈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투캅스'시리즈가 있었고 '공공의적'도 있다. 그리고 '두사부일체'와 '여고괴담'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제작되며 상업적 수익을 거두는 시리즈는 '가문의 영광'시리즈 뿐이다.

그런 점에서 '가문의 영광'은 대한민국 영화계에 중요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된 '가문의 수난'을 보면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가문이 이제 그 가문을 끝낼 시점에 다다랐다는 불안감이 역습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 서사구조이다. 가문의 수난에는 바로 이 서사가 없다. 이야기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한 가족의 왁자지껄 여행기라고 애써 이해하려 해도 서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서사는 'try - reaction'의 사슬로 이루어지는데, '가문의 수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사건이 이뤄지면 그 사건에 대한 반응(리액션)이 나오고, 그 반응이 다시 사건이 되고 그 사건에 대한 반응이 다시 나오면서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발전해 나간다. 그러나 '가문의 수난'에는 이 개념이 없다. '사건-반응'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건-반응'이 일어난다. 마차 '가문의 수난'은 개그콘서트 같다. 똑같은 연기자들이 한 영화 안에서 다른 코너를 하는 느낌이다. 결국 코메디 영화가 줄 수 있는 웃음과 즐거움의 크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개그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는 순간적으로 임팩트 있는 웃음만 지을 뿐이다. 또한 웃음의 강도가 개그콘서트 보다 약하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개그콘서트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코너 하나에도 지속적인 서사가 있는 웃음 주기 위해 애써왔다는 점이다. '뮤지컬'같은 작품들이 그랬다. 즉, '가문의 수난'은 개콘보다도 수준이 떨어진다. 돈까지 냈는데 말이다!

물론 서사가 없는 데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가 있긴 하다. 미국의 '잭애스'가 그렇다. 그러나 이건 대놓고 웃자는 영화이며 영화가 아니라 그냥 웃긴 코너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돈 내고 막장 '개그콘서트'같은 것을 본 것이다. 그러나 ‘가문의 수난’은 재밌지도 않고, 영화라는 틀은 쓴데다가, 돈까지 받는다. 게다가 추석 연휴니까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자는 얄팍한 상업수단을 내세운다. 따지고 보면 '가문의 수난'이 진정한 막장 영화다.

한 영화를 이렇게 비난 하는 것은 그 작품에 출연해서 고생한 '연기자들'에게,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쓴 스텝들과 연출진에게도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영화를 내놓으면 '가문의영광' 시리즈를 앞으로 누가 보려고 하겠는가?

대한민국에 있어서 시리즈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작품이라면 적어도 시나리오 작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부터가 완전히 막장이다. 시나리오 자체에 서사가 없었을 텐데 그냥 영화를 만든 것을 보면, 좀 웃기고 돈이나 뜯어내자는 생각만 했다는 의심까지 들 정도이다. 더욱 끔찍한 것은 현재 관객수 1위라는 점이다. 이 영화를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은 시리즈의 다음 편을 돈 주고 보러 올 사람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가문의 영광'은 그래도 팔리는 대한민국의 시리즈였다. 이런 위상이 있기에 어쩌면 다음 편 까지는 어느 정도 흥행이 될지 모른다. 그것이 시리즈의 힘이다. 그러나 다음 작품도 이정도 수준이라면 가문의 영광은 100%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문의 수난'은 가문의 몰락을 그린 비극적인 영화다.

이 가문이 몰락하는 것을 막고 다시 한 번 비상하기 위해서 제작진이 정신 똑바로 차릴 필요가 있다. 흥행이 잘 된다고 기뻐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 좋은 시나리오와 더욱 실력 있는 연출이 필요하다. '가문의 수난', 완벽하게 다 바꿔야 한다. 그나마 '가문의 수난'에서 잘한 것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다. 이름 하나는 정말 잘 지었다.

'가문의 수난' 덕분에 앞으로 '가문의 영광'시리즈는 확실히 수난을 겪게 될 것이다. 다음 시리즈의 제목이 '가문의 몰락'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