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환매 사기로 드러난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명단에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사 등 미디어 관련 회사와 단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옵티머스가 펀드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2017년 6월부터 환매 중단을 선언한 올해 6월까지 3년간 전체 펀드계약 3359건의 내용이 담긴 옵티머스 펀드 가입자 명단 문건에 따르면 SBS M&C, MBC 강원영동, 한국ABC협회, 아프리카TV, 에이스토리, JYP 엔터테인먼트 등 미디어 각계 회사와 단체가 등장한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입구 (사진=연합뉴스)

SBS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SBS M&C는 2019년 7월 케이프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에 5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액을 회수해 피해는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MBC 강원영동은 2020년 2월 NH투자증권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1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은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킹덤', tvN '시그널' 등을 제작한 프로그램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2019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NH투자증권을 통해 다섯차례에 걸쳐 130억원을 투자, 이 중 40억원 가량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스토리는 올해 상반기 공시에서 "금융감독원의 중간 검사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옵티머스 펀드가 환매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해당 펀드의 회수가능가액를 신뢰성 있는 금액으로 추정하기 어려워 장부가액 90억3320만원 전액에 대해 평가손실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TV드라마 제작과 콘텐츠 부가사업 등을 영위하는 초록뱀미디어는 2018년 11월 케이프투자증권을 통해 30억원을 투자했다. 1인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는 2019년 7월 NH투자증권을 통해 10억원을 투자했다. 생활정보지 사랑방신문을 발행하는 사랑방미디어는 2019년 9월~10월 NH투자증권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30억원을 투자했다.

신문·잡지 판매부수를 집계하는 한국ABC협회는 2019년 6월과 올해 5월 NH투자증권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6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3억원은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2018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NH투자증권을 통해 40억원을 투자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자회사로 시작해 콘텐츠 제작사업을 하고 있는 JYP 픽쳐스는 올해 4월 NH투자증권을 통해 10억원을 투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NH투자증권을 통해 40억원을 투자했다가 30%(12억원)를 잃은 것으로 공시했다.

옵티머스 펀드 총판매액은 1조 5797억원이다. 이 중 펀드 판매 이후 환매가 중단된 금액은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상장회사만 대기업 포함 59곳에 달한다. 이밖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한국마사회·한국전력·한국도로공사·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과 성균관대·한남대·건국대 등 대학, 노동조합 등이 펀드에 가입했다.

이중 한국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 펀드의 첫 번째 펀드 가입자로 13차례에 걸친 총 투자금액이 1060억원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에서 740여억원으로 조사된 것보다 300억원가량 더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16일 한국전파진흥원 경인본부와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전파진흥원은 대신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정관계 로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전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인 정영제씨가 전파진흥원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금운용 담당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2일 열리는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는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서석진 전 전파진흥원장, 최남용 전 전파진흥원 기금운용본부장이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전파진흥원은 매년 2조 3000억원 규모의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맡아 운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특정 사모펀드에 상장사 수십곳 등 대규모 투자가 몰려든 상황을 이례적인 일로 평가한다.

한편, 옵티머스 사태 정관계 로비 의혹은 지난 7일 SBS 보도를 통해 옵티머스 내부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이 공개되면서 확산됐다. 문건에는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펀드 수익자로 일부 참여돼 있었고, 정관계·재계 고위 인사 20여명의 실명이나 직책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SBS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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