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실존하는 누군가를 카메라로 담아내고 편집이라는 가공과정을 거쳐 관객과 만나게 하는 일은 양날의 검이다. 저널리즘은 물론 막대한 윤리적 책임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에 카메라를 겨눌 때, 관객들로부터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소명의식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국정원 사건 조작, 위안부 문제, 전쟁, 실종아동 등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조명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영화 <자백> <김복동> <사마에게> 그리고 오는 11월 12일 개봉하는 <증발>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 <김복동> 포스터

다큐멘터리 장르로는 이례적으로 14만 관객을 동원한 <자백>(2016)은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PD인 최승호 감독이 한국과 중국, 일본, 태국 등 4개국을 넘나들며 40개월 간의 추적 끝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최승호 감독은 저널리즘 시각으로 팩트와 그 연계성에 집중했다. 오랜 세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력을 바탕으로 주장에 그치지 않고, 반론과 여러 증거를 제시하며 설득력을 확보한 것. 국민들이 잘 몰랐던 사실, 해당 사건의 이면을 입체적으로 짚어내며 단순한 사회 고발 영화를 넘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언론에 염증을 느낀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김복동>(2019)는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고 김복동 운동가가 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가 되찾고 싶었던 삶, 전 세계에 세우겠다던 소녀상의 의미, 후세에 희망의 씨앗을 뿌린 발자취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또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 피해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분노를 일으킨 박근혜 정부, 불의에 대항한 이들의 모습은 반성을 끌어낸다. 다큐멘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를 그리며 최근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가해 속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 <증발> 포스터

<사마에게>(2020)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전쟁 중단과 평화를 기원하는 #Actionforsama 캠페인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상자 수십만 명이 발생한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5년간 생생히 담아낸 <사마에게>는 제72회 칸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영화제 62관왕을 거머쥐며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임을 인정받았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알레포에서 태어난 사마와 이를 카메라에 담아낸 와드 알-카팁 감독, 의사로서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편 함자의 모습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파괴된 민간인들의 삶을 오롯이 담아내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으로 11월 12일 극장가 문을 두드리는 <증발>은 20년 전 사라진 여섯 살 딸의 행방을 쫓는 아버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지난해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2019) 최우수 장편상,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9)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젊은 기러기상 등을 수상하며 강렬한 임팩트 다큐멘터리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증발> 스틸컷

국내 최초로 기획‧제작‧개봉하는 실종아동 소재 다큐멘터리로, 경찰 장기실종전담수사팀의 재수사 과정을 스크린을 통해 공개하며 이목을 끈다. <증발>은 실종아동 문제와 실종자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내밀하게 그려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다양한 층위에서 화두를 던진다. 더불어 실종 문제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문제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실종아동 문제에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관심이다. <증발>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리는 실종아동 문제가 관객의 소명의식과 만나 만들어갈 기적에 귀추가 주목된다.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할 이야기를 담아 사회변화를 향한 책임과 소명의식을 불어넣는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로 평가받는 <증발>은 11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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