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제이슨 데룰로의 노래 ‘Savage Love’ 리믹스 버전에 방탄소년단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해당 노래가 핫1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방탄소년단이 영어로 노래한 ‘Dynamite’도 2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정은 달랐다. 15일 상장하자마자 11조 8800억 원이라는 놀라운 시가총액을 기록했지만 15일엔 –4.44%를 기록한 데 이어 16일엔 -22.3%를 기록, 단 이틀 만에 최고 시총 대비 절반 가까이 사라지고 말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기념식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오늘 주가는 20만 원을 간신히 턱걸이하고, 시총 7조 원이 무너져 주가 방어가 안 된 빅히트는 'Big Hit'라는 사명이 무색하게 ‘빅 쇼트’(대규모 매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를 시기적으로 보면, 빅히트 상장 전 방탄소년단이 만개(滿開)한 것이 상장 후의 성장 기대감을 저해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뉴스, 또는 1위와 2위를 동시 석권했단 뉴스가 빅히트 상장 이후 들려왔다면 빅히트는 반등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빌보드 낭보는 빅히트가 상장되기 전에 들려왔다. 기업의 상승 동력이 상장 전에 들려옴으로 빅히트의 주가 하락을 방지할 수 있는 요인 하나가 사라진 셈이 된다.

하나 더, 방탄소년단은 10일과 11일 양일 동안 온라인 콘서트 'BTS MAP OF THE SOUL ON:E'을 열었다. 상반기 열렸던 ‘방방콘 더 라이브’에선 107개 국가 및 지역에서 75만 6000명이 시청했지만, 이번 'BTS MAP OF THE SOUL ON:E'에선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총 99만 3000명이 시청, 상반기 온라인 콘서트 규모 대비 관객 비율이 31.3%나 늘어났다.

시청자가 늘어난 덕에 빅히트가 온라인 콘서트로 벌어들인 수익 규모도 커졌다. 상반기 ‘방방콘 더 라이브’의 관람료를 살펴보면 유료 팬클럽 가입자는 2만 9000원, 미가입자는 3만 9000원에 가격이 책정돼 빅히트는 22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을 선보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연합뉴스]

이번에 열린 'BTS MAP OF THE SOUL ON:E'의 관람료는 상반기보다 높게 책정됐다. 6개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멀티뷰 관람료는 4만 9500원, 온라인 전시와 함께 볼 수 있는 통합권은 6만 1000원, 팬클럽 가입자가 구매 가능한 관람료는 5만 9500원, 4K가 추가된 관람료는 7만 1000원이었다.

상반기 온라인 콘서트보다 관람료는 올랐지만, 팬의 수요에 맞춰 다양하게 책정된 관람료와 늘어난 시청자 덕분에 빅히트는 상반기 온라인 콘서트 대비 두 배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만일 빅히트 상장 후 'BTS MAP OF THE SOUL ON:E'가 열렸다고 가정하면,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성과가 빅히트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높여 주가 방어 내지는 상승의 원동력으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로 늘어난 관객 수치와 수익 규모가 빅히트 상장 이전에 공개돼 주가 하락의 안전핀으로 작용할 수 없었다.

빅히트가 상장되자마자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빅히트가 엔터기업임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형 IT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넣은 무리한 공모가 책정 탓도 있지만, 빅히트의 주가 상승 요인이 부재한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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