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요정보 누락 등 재난방송 법규를 위반한 7개 방송사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방송사 의견 청취 과정에서 자막방송 누락, 재난지역·발효시각 누락 등의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항변이 나왔다.

방통위는 14일 KNN, 원음방송, 연합뉴스TV, YTN라디오, 춘천MBC, CBS, 광주영어방송재단 등 7개 방송사가 재난방송 법규를 위반해 총 6천 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따라 방송사업자는 정부가 요청한 재난방송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방송해야 한다. 이날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방송사들은 재난방송 미실시와 재난지역·발효시각 등 주요정보 누락을 지적받았다.

하지만 일부 방송사들은 재난방송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구체적인 재난 지역과 발효시각 등을 방송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담당지역 외 재난정보들이 너무 많고 특보·속보편성을 통해 재난정보를 전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KNN 관계자는 "특보가 가장 강력하게 재난 현황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라며 "태풍이 올라온다는 예보를 듣고 뉴스특보와 속보를 편성해 방송했는데 하단 자막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단 자막만 내면 될 일을 특보 편성할 이유가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KNN 관계자는 "저희는 부산 경남지역을 커버하는 지역 민방이다. 부산과 경남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재난 예방이 목적"이라며 "이날 건은 11개 지역이 언급됐고 저희가 걸린 것은 경남, 남해 관련이다. 저희들이 특보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타지역 발생 자막을 내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처분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KNN 관계자는 "예를 들어 현장에서 태풍이 부는 날 보면 집중적으로 (예보가)100건 들어오는데 92건이 부산·경남과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 안하면 벌금을 맞을 수 있어 무조건 다 해야한다"며 "역량이 되어서 서울, 강원도 정보도 다 내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저희는 부산·경남지역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방송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영어방송재단 관계자는 "태풍 경보로 바뀌는 상황에서 31개 지역 전부를 방송하지 않았고, 청취자 인식 범위 내에서 지역명을 언급했다"면서 "사실 지역에서 라디오만 하는 소규모 지역방송에서는 직원 수도 적고, 24시간 대기하면서 재난방송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지난 8월, 3일 간 84건의 재난방송을 해 청취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열심히 해온 만큼 깊이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재난방송 고시 중 재난방송을 요청하면 '빠짐없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너무 강력해서 제작진이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이들 여론을 청취해 고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김창룡 상임위원은 "재난 방송은 지역이나 소규모 방송사가 타겟이다. 여러 여건이 열악한 가운데 규제 기관의 행정 처분이 보다 엄밀하면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행정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예보)문자 가운데 KNN 커버리지는 딱 하나였다. 그 문장을 문자로 하지 않아도 특보로 해서 더 강력하게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리있게 들렸다"며 "광주영어방송은 라디오 방송을 중단해야 해서 길게 하는 것에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재난방송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하지만 무리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상당히 억울한 부분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시 개정이 시급한 것 같다"면서 "방송이라는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를 재난방송 규정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그간 동일한 사안에 대해 계속 과태료 처분을 해와서 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송사측)발언을 보면 재난방송에서 요청되는 수준을 안 했다고 인정한다"면서 "매체 특성상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만 정확한 정보가 전달이 안 돼서 고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기준은 추후 다시 검토, 마련해도 위법 상황을 인정했고 이미 이 내용을 가지고 계속 처분해왔는데 갑자기 다시 논의하는 것은 기준이 바뀌기 전에는 곤란하다"고 했다.

재난방송 기준과 관련해 방통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재난방송을 요청하는 이유는 '경보'의 의미가 크다. 재난지역이 어디인지, 발효시각은 언제인지,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재난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라며 "방송사 나름대로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중요한 요소들이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구역에 있지 않은 타 지역 재난정보를 방송해야한다고 한 적도, 방송을 안 한다고 제재를 준 적도 없다"며 "지역별로 재난이 많다보니 사업자들이 부담은 있었겠지만 방송에서는 해당지역 정보만 전달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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