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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지역총국 기자들의 태풍 재난방송 취재기본사 위주의 재난방송 탈피 성과도 한계도…"휴식시간이라도 제공해달라"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10.14 15:32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달 29일 노보에 KBS지역총국 기자들의 태풍 ‘하이선’, ‘마이삭’ 재난방송 취재기를 실었다. 정민규 KBS부산총국 기자는 “카메라를 들고 MNG를 메고 있던 기자의 몸이 휘청거렸고 원고를 써놓은 전화는 터치가 되지 않았다”며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취재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정 기자 보도에 1,30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취재진의 안전을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엄마가 걱정하신다. 너도 빨리 집에 들어가라”, “저러다 기자 죽는다...위험짓 하지 말기를...” 등의 댓글에 대해 정 기자는 “남들의 안전을 위한답시고 현장에 나가 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의 안전도 지키지 못하게 비친 게 부끄러웠다”고 했다. 이어 “‘좋은 그림’과 ‘안전’을 저울에 올려놓는 현장에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듯하다”며 “헬멧과 고글이 슈퍼맨을 만드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태풍 마이삭 상륙 당시 정민규 부산KBS기자가 제공한 재난방송 모습, 가거도에서 보도중인 KBS기자의 모습, 이성현 KBS광주총국 기자가 제공한 현장 기자의 손. (사진=전국언론노조KBS본부 노보)

황현규 KBS부산총국 기자는 “이번 태풍 때 부산총국의 경우 현장 중계를 위해 2개 팀을 운용, 재난CCTV와 시청자 제보 영상을 활용, 전문가 출연, 현지 통신원 연결 등으로 특보 방송을 했다”며 “예전보다 특보시간이 길어지고 내용도 다양해져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밤새 재난 현장을 누빈 기자들이 다시 피해 현장을 취재하러 나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황 기자는 4년 전 참관하고 온 일본NHK 재난방송 시스템을 두고 “NHK오사카는 본사가 아닌데도 재난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며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사화돼 언제든 자막을 송출하고 속보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CCTV와 헬기 촬영 영상을 바로 전송받아 실시간 방송이 가능했고, 방송국 내에는 장시간 재난 현장 취재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는 물론, 재난방송 훈련이 일상화돼 있었다고 전했다.

황 기자는 “NHK와 비교하면 KBS 지역방송국의 재난방송 체계는 매우 열악하다”며 “재난방송센터를 운용하는 본사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에도 ‘잘 갖춰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성현 KBS광주방송총국 촬영기자는 지난 8월 태풍 ‘바비’가 북상할 당시 가거도로 취재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태풍 북상 이틀 전, 안전모와 취재 장비를 챙겨 가거도에 들어갔지만, 3명으로 구성된 취재팀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도서 지역의 특성상 취재인력을 교체할 수 없었고 매시간 중계 참여로 인해 현장 취재를 할 물리적 시간마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17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현장을 연결했다. 최대순간풍속 초속 66m.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바람을 지닌 태풍이었다”며 “교체할 인력도 없는 섬에서 장시간 동안 태풍의 상황을 전달하는 것은 고역이다. 특히, 중계와 취재 업무를 분리하지 않고 혼자 맡는다면 태풍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더욱 위험하고,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KBS노보)

KBS 재난특보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중계차와 제보 영상 소개로 채워진 방송이 지적됐다. 정유진 기자는 새롭게 추가할 내용이 없어 한 시간 전 방송화면이 그대로 반복됐고 현장에서는 “지금은 빗줄기가 약해진 상탭니다” 같은 민망한 멘트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제보영상 소개의 경우 사실상 특보시간 채우기 위해 재난을 하나의 구경거리, 스펙타클로 전락시켜 버린 게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정 기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브’한 편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태풍 ‘바비’ 상륙 당시 이미 정해진 편성시간에 맞춰 26시간 특보가 진행되는 통에 중계차 뺑뺑이와 제보영상 소개로 채웠다고 지적했다. 반대의 경우인 7월 23일 밤에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부산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특보는 사망자 발생 3시간 뒤쯤인 다음날 새벽부터 시작됐다.

정 기자는 “편성에서 기민한 대처가 부족한 게 문제”라며 “기상청이 예보하지 않았더라도 상황이 심각해지면 바로 특보를 열어야 하고, 예보와 달리 상황이 심각하지 않으면 빨리 일반 편성으로 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한 KBS재난방송센터 기획팀장은 “기상, 재난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본사 위주의 재난방송이 아니라 거점 총국 위주의 재난방송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현장 연결이 많았다는 지적에 대해 “재난방송 하면서 제일 고민되는 부분은 한정된 자원의 배분으로 올해는 무식하게 시간을 채워 반성하고 있다”며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KBS 구성원들이 ‘우리가 재난방송을 왜 하는지’를 늘 내재화하고 ‘어떻게 하면 국민 피해를 줄일지’를 늘 생각한다면 콘텐츠가 한 발 나아갈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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