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 추진과 함께 노동관계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는 공존할 수 있는 의제이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타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5일 ‘공정경제3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을 병행 추진하자고 정부와 여당에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 해고 경직성, 근로시간 규제 등의 과제를 꾸준히 언급해왔다. 또한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왜 지금 경제민주화인가>에서 기간제·파견직 확대 등 ‘유연안전성’을 주축으로 한 독일 슈뢰더 전 총리의 ‘하르츠 개혁’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평론가는 13일 KBS1라디오<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공정경제3법은 원래 진보진영에서 낸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내용을 담고 있고 노동유연성은 쉬운해고라고 해서 진보진영에서 반대했던 내용이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둘 다 찬성하는 입장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새롭게 대두될 수 있는 입장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관성이 없다, 모순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게 보긴 어렵다”며 “일례로 IMF 사태 이후 한국에는 재벌개혁과 노동유연성이 둘다 요구됐다. 이를 두고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긴 어렵다”고 했다. 또한 “진보세력은 재벌개혁만 받아들이고 보수세력은 노동유연성만 받아들였는데 김 위원장처럼 둘다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진보진영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나 이종태 경제전문기자도 재벌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대신 조세 등 사회책임을 무겁게 해서 복기국가에 쓰자는 주장을 해왔다"면서 "꼭 공정경제3법이 진보의 단일입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네덜란드의 경우, 한국보다 임시직·시간제노동자 비율이 높다. 김 평론가는 “정규직 일자리를 강하게 보호하지 않아도 비정규직 임금을 더 쳐주는 식으로 소위 ‘유연안전성’이 보장되는 나라”라며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연설에서 유연안전성을 말한 적이 있다. 노동유연성에 민주당 일부가 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김종인 위원장의 회고록이나 과거발언을 살폈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타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김종인 위원장 패러다임에서는 재벌 대 노조 구조가 아닌 대기업 노조가 한 덩어리”라고 했다.

김 평론가는 공정경제3법과 노동유연화 의제가 함께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그러나 공정경제3법 통과 이후 노동유연화는 화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 사이에서는 비정규직, 재벌문제도 있지만 '정규직 대기업 노조'도 문제라는 양비론이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규직만 살아남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한 노동층과 실업자층에서 공감대가 일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