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의 준비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대회가 끝난 뒤 분위기가 바뀌는 건 금방인가 봅니다. 흔히 어머니들이 말씀하시죠. 식사를 준비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먹는 건 순식간이라고. 비슷한 상황인 듯합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더 이상 언급하는 건 조금 때 지난 이야기가 될 듯 해지고 있는데요. 육상대회를 정리하는 3부작 시리즈도 이제 마지막 편, 대회 전반에 대한 조금은 다른 접근과 그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강의 내용이 자칫 지난 포스팅, "욕을 먹는 데는 이유가 있다"편과 상반되기도 합니다만. 대상이 다르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육상대회를 치른다는 것. 처음부터 부정적 시선과 실패에 대한 우려가 더 깊은 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릅니다. 육상이란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나마 마라톤이 있지만, 마라톤은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종목이죠.- 구기 위주의 프로스포츠와 국제대회에 우리 선수 위주의 뜨거움이 가득한 우리 스포츠 여건에서 육상대회는 다소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규모와 수준을 자랑하는 대회라도 이런 어색함들은 자칫 대회에 대한 무관심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들인데요. -전국적 관심을 불러오는 데 있어선 이런 한계들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회를 직접 찾아간 이들, 대회를 향한 관심과 열기의 수준은 걱정을 "기우"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대구 육상대회는 대회가 임박하며 관심도가 급상승했고 개막을 전후해서는 몇몇 저녁 메인 이벤트에 표를 구하기 힘들어졌죠. 일본 오사카 대회에서 관중석이 절반 가까이 비어있던 경우와 비교하면 매우 적극적이고 뜨거운 분위기란 걸 느끼게 합니다. 예선경기 위주의 오전경기는 비록 동원관중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결선 경기들로 구성된 저녁경기엔 그런 문제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자발적으로 현장을 찾은 관중들의 열기와 응원, 관전태도도 매우 성숙한 편이었고, 뜨거운 관심은 대회 기간 내내 이어졌습니다. 여러 아쉬움과 비난이 있더라도, 뜨거운 관심과 열정이 있었던 대회로서 이번 대구육상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또 여러 가지 이유에서 관람을 했지만, 경기를 즐기는 모습은 더욱 놀라운 부분으로 기억됩니다. 우리선수들의 활약이 없음에도 대부분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관전하던 시민들, 육상을 즐기는 분위기가 가득했던 대구 스타디움, 우리 편에 대한 응원으로 가득했던 스포츠 관람태도, 그 한계를 극복되는 작은 기회가 바로 이번 육상대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인 건 아쉽습니다만, 어떤 면에선 그 기대가 너무 무리한 부분도 있었죠.

2011 대구 육상의 가장 대단했던 순간들은 뜨거운 분위기와 즐거운 관중들에 의해 연출된 풍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위원회의 의도나 노력과는 무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응원과 육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것들이 가득했던 관전 분위기. 대표적으로 피스토리우스 선수에 대한 뜨거움이 바로 그것인데요.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우리 선수를 응원하듯 격려를 보내던 관중들. 가장 늦게 들어오는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대단한 도전에 눈물을 보이던 관중들. 그 대단함은 작지만 깊은 울림을 줬습니다. 대회에 있어 이런 장면들, 이런 순간들이 좀 더 주목받고, 언급되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이제 대회는 끝났죠. 그리고 육상이란 종목에 이런 뜨거움은 앞으로 만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11년 가을의 입구에서 만났던 육상, 그 대회 현장의 추억들은 여러 가지 다른 아쉬움과는 무관하게 기억될 듯합니다.

이 순간들은 그 순간으로 아름답게 기억되고, 그렇기에 "대구 육상대회"의 긍정적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음에, 그 현장을 느끼고 즐길 수 있었음에, 그런 긍정적 에너지와 스포츠가 주는 그 특수하고 조금은 다른 감동을 충분히 봤기에, 여러 가지 아쉬움과 안타까움 또 그 대회의 결과와 효과를 정치적으로 말하는 답답함을 이겨봅니다. 순수한 스포츠 자체의 감동으로. 그리고 그 순간을 만들어낸 관중들의 순수를 느낌으로.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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