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최고의 히어로는 이견의 여지없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라고 할 수 있다.

남자 100m 실격 사태로 대구 대회를 세계 스포츠계 최고의 이슈로 만들어줬을 뿐 아니라 200m에서 기대대로 우승한데 이어 대회 마지막 종목으로 치러진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37초04라는 유일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번 대구 대회를 '볼트로 시작해서 볼트로 끝난 대회'라고까지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볼트 외에도 대회를 빛내준 여러 선수가 있다. 남자 5000m에서 금메달, 남자10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영국의 모하메드 파라의 눈부신 역주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가 남아공 1600m 계주 대표팀의 일원으로 팀을 결승에 올려놓은 장면도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 앨리슨 펠릭스 ⓒ선수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기량과 성적에 있어 볼트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두드러지는 선수가 여자 선수 중에도 있었는데 그 주인공은로 카멜리타 지터와 함께 미국 최고의 여자 스프린터로 꼽히는 앨리슨 펠릭스였다.

펠릭스는 지난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까지 3회 연속 여자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있었고, 이번 대구 대회에서 '단거리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여자 400m에도 출사표를 던져 '여자 마이클 존슨'의 탄생여부에 세계 육상계가 주목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펠릭스는 그러나 여자 400m는 물론 자신의 주종목인 여자 200m에서도 우승하는데 실패했다.

지난달 31일 치러진 여자 400m 결승에서는 보츠와나의 아만틀 몬트쇼(49초56)에 0.03초 뒤진 기록으로 준우승에 그쳤고, 여자 200m에서도 자메이카의 라이벌 베로니카 캠벨-브라운(22초22)과 팀 동료이자 100m 우승자인 지터(22초37)에 뒤지는 22초42로 동메달에 그쳤다.

두 종목 모두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놓쳤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펠릭스는 언제나 얼굴에 웃음기를 거두지 않았다.

펠릭스는 그 대신 여자 1600m 계주와 여자 400m 계주에 출전해 미국팀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금메달2, 은메달 1, 동메달 1개를 획득한 펠릭스는 지난 대회까지 획득한 6개의 금메달까지 합쳐 통산 세계선수권 통산 금메달을 8개로 늘렸다. 이는 미국 단거리의 전설인 칼 루이스, 200m-400m 최강자 마이클 존슨과 같은 금메달 숫자다.

특히 지난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는 200m와 400m 계주, 1600m 계주에서 모두 우승하며 3관왕에 올랐던 펠릭스는 4년 후 대구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획득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이 같은 기록은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펠릭스에게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여자 선수 최초 올림픽 육상 4관왕의 탄생이 바로 그것이다.

남자 선수들 가운데서도 올림픽 육상 4관왕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했던 제시 오웬스와 앞서 언급된 1984년 LA올림픽의 칼 루이스 등 2명뿐이다.

비록 이번 대구세계육상에서 200-400m 동시 석권이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펠릭스가 런던올림픽에서 4관왕에 오른다면 200-400m 동시 석권이라는 진기록과 함께 세계 육상 역사에 새 장을 여는 위업이 될 것이다.

펠릭스의 위대한 도전에 기대의 시선을 보내본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