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7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에서 ‘끝장집회’에 들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SBS미디어홀딩스 최대주주 변경' 사전 승인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대주주는 12월 전까지 SBS 종사자 대표와 성실 협의를 이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 SBS본부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에게 단독 협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윤 회장과 TY홀딩스 측은 소유경영분리 원칙에 따라 유종연 TY홀딩스 대표가 협의 당사자라며 거부했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이날 윤석민 회장이 노조와의 협의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방통위 고위관계자를 만났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윤 회장이 추석 전 방통위 고위 관계자를 만난 것을 확인했다. 소유경영분리 원칙에 따라 종사자 대표와는 만날 수 없다면서 방통위 상임위원은 왜 만났냐"고 물었다.

SBS본부에 따르면 9월 말 윤 회장과 신경렬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유종연 TY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박정훈 SBS사장은 방통위 상임위원을 만났다. 당시 TY홀딩스는 SBS본부에 서면 협의서를 전달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카카오톡으로 서면협의 하자고 보내는 게 어딨냐”라며 “TY홀딩스 대표와 합의한 뒤 나중에 만나겠다는 논리의 배경은 소유경영분리인데 과연 SBS의 소유경영분리는 확실히 됐었냐”고 말했다.

또한 “제가 끝까지 윤 회장을 만나야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윤 회장이 SBS를 제대로 지배할 생각이 있는지,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윤 회장은 SBS 구성원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가지고 있으니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앞에서 열린 '윤석민 회장 규탄 집회' (사진=미디어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언론노조, 시민단체는 단독협의를 거부한 윤 회장을 비판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최다액출자자 변경건에 대한 이행각서를 제출한 이는 윤석민 회장으로, 윤 회장과 구성원 대표인 윤창현 본부장이 협의하는 것이 방통위의 조건”이라며 “그 조건을 왜곡해서 TY홀딩스 대표를 만나라고 하는 것은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무시하는 행각”이라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SBS 문제가 시민들이 보기에는 복잡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제 눈에는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이 경영권 강화라는 지극히 사적인 이윤을 얻기 위해 모든 리스크를 SBS 구성원들에게 떠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 승인조건의 핵심은 구성원 대표와 성실협의해서 이 문제 해결방안을 만들라는 것이다.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손해를 끼치는 주체이니 리스크를 떠안게 될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책임당사자인 윤석민 회장이 이를 회피하는 것은 명백한 승인조건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SBS 30년 역사에서 대주주는 걸핏하면 방송 사유화와 사회적 책임 방기로 위기를 자초했고 난국을 극복한 원동력은 늘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의 몫이었다”며 “방송노동자들과 방송의 미래를 위해 SBS본부는 윤석민 회장이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자신으로 인해 초래한 위기들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 SBS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에게 성실하게 직접 설명하고 합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외쳤다.

노조의 집회 예고에 TY홀딩스는 “이미 공지했듯 윤석민 대주주는 SBS와 SBS미디어홀딩스, TY홀딩스의 대표이사들과 함께 노조와 만날 것을 공식 제안했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SBS 내 어떠한 직책이나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대주주가 회사의 경영 문제에 대해 각사 대표이사들을 배제하고 SBS노조 대표와 단독으로 협의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윤석민 회장이 협의 당사자라는 SBS노조의 주장에 대해 “이행각서는 방통위가 요구한 것으로 윤 회장이 SBS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지키라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요구한 이행각서 어디에도 SBS노조와 협의라는 문구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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