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국PD의 위상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MBC `무한도전`이 정착기에 들어설 즈음인 것 같다.

방송에 지미집·스테디캠 등의 전문 촬영 기기들이 나오고, PD·카메라 감독·작가 등 스태프들이 출연하는 것이 지금은 아주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신선한 일이었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를 표방하며 프로그램 특유의 자막 시스템으로 제작진과 시청자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가능케 했고, 출연자들이 제작진에 대한 언급을 하며 그림자 같이 여겨졌던 그들의 존재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웃기기만 하면 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어떤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성과 깊이에 재미까지 더해진 무한도전 제작진의 연출덕에 이제야 조금 예능에서 `감독`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시작한 것 같다.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의 다음 주자로 나선 `1박2일` 등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큰 몫을 했다.

MBC 예능국의 대표급인 주철환PD와 여운혁PD, 황금어장과 위대한탄생의 임정아PD, KBS 해피선데이의 이명한PD와 신원호PD, 개그콘서트의 김석현PD 등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스타PD들이 종편을 택하고 있다. 그들은 왜 안정적이고 명예로운 공중파PD라는 직함을 버리고 종편을 택할까? 짐작하기에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1. 달라진 PD의 위상, 변함없는 방송국의 대우

예능국PD들은 어찌 보면 찬밥이었다. 영화감독이나 드라마 감독들이 인정받는 '연출력'에 비해 웃음이라는 것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깊이나 작품성보다 '저급'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노력에 비해 대중적인 인정과 대우를 받지 못했던 직업이 예능PD였다. 얼마 전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종편 이적설이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단지 회사를 '이적'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가지고 프로그램의 존폐 유무를 논하기 시작했는데, 마치 영화에서 감독이나 작가가 바뀌면 안 본다라는 식의 분위기가 지배하며 예능국 PD가 드디어 대중적인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입증했다.

드라마나 영화감독들과 다르게 PD는 방송국에 속해있는 직원이기 때문에, 임금에도 한계가 있으며 프로그램 제작 수준에도 한계가 있다. 작품의 흥행 성적에 따라 폭이 큰 대우를 받는 여타 감독들처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일례로 김태호PD와 1박2일의 나영석PD에게 제안했던 종편 이적료는 30억이었다. 어떻게 보면 '돈' 때문이고,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대우' 때문일 것이다.

2. 방송 제작 자율성 침해

예를 들어, 나는 가수다에서 경질된 김영희PD 같은 경우 방송사 경영진에 의해서 바로 잘린 아주 비극적인 케이스다. 나는 가수다라는 획기적이고 재미있는 구성을 다 만들어놓고 몇 주 만에 죽 쒀서 개 준 꼴이 돼버렸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자", "자르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했던 여론과 달리 철저하게 경영진의 생각에 의해 프로그램을 놓게 되었고, 합리적인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과정 또한 없었다. 이런 식의 직접적인 개입은 궁극적으로 프로그램의 질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며, 엄연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라디오에서도 특정 인물을 출연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진행 방향을 바꾼다거나 하는 등 제작 과정에서 연출진의 핵심인 권한을 제재하는 등의 행위들이 공중파PD라는 자부심을 없애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3. PD로서 새로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곳

이미 프라임 타임 시간대에는 고정된 포맷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고, 시청률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새로운 포맷은 시도조차 힘들다. “공중파 중심의 방송을 다양화 한다”는 취지하에 새롭고 신선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자로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종편으로 이적한 몇몇 PD들의 경우 현장 연출보다는 책임을 맡고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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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가수를, 한 때는 기자를 꿈꾸다 현재는 '법'을 배우고 싶어 공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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