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행과 관련해 언론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외교부가 일찍이 내놓은 코로나19 '특별여행 주의보'가 이 교수의 미국행으로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해당 문제를 강 장관 거취 문제로 연결 짓거나, 이번 논란과는 관계 없는 고급주택 임대 사업 등이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강 장관 배우자인 이 교수는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요트여행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 교수의 행선지는 미국 뉴욕주다.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뉴욕주에 있는 요트를 구매해 미국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7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강 장관과 배우자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사진=연합뉴스)

문제의 핵심은 강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외교부가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전 국가, 전 지역 '특별여행 주의보'를 발령하고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이 교수가 미국 '자유여행'을 떠났다는 것이다. 외교부의 특별여행 주의보는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계획 연기·취소 권고부터 여행철수 권고까지 이르는 조치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해외방문 자체가 개인 건강뿐 아니라 국내 방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권고조치를 결정했다. 이 교수 행선지인 미국 뉴욕주의 경우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꼽힌다.

이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집에서 그냥 있을 수 없으니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4일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KBS 10월 3일 <[단독] 강경화 장관 배우자, ‘코로나’에도 미국 여행…목적은 요트 구입> 기사 갈무리

이와 관련해 언론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5일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공직자 가족으로서의 책임 의식은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이 교수의 해외여행은 사회지도층 인사의 전형적인 이중잣대이다. 강 장관은 4일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이것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에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며 "과연 코로나가 재유행하는 시기에 정부 지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국여행을 가는 게 '정상 생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해외여행 자제를 계속 요청하며 협조를 구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며 "최고위 정무직 공무원은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조차 그 지위와 역할에 걸맞는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받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의 인식 수준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강 장관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강 장관 거취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거나, 이번 논란과 관계없는 이 교수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 사안을 가지고서 강 장관 거취 문제를 논의하거나 그런 단계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게 불법이나 위법은 아니고, 거기에 어떤 공직의 특권이나 지위가 활용된 것도 아니고, 전후 상황을 판단해보건대 상당한 설득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본인의 의견을 꺾지 못해 여행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장관의 거취를 묻는다든지, 이런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또 "만약 반대의 경우, 즉 남편이 장관이었다면 남편의 배우자가 과연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며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여전히 공직수행에 있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혹은 남녀 간의 차이 이런 것들이 이 사안에서도 보이는 것 아닌가 싶어 다소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일병 후임은 이일병. 단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면서 "근데 이건 개인의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 10월 4일 <[단독]강경화 남편, 연희동서 '고급2룸' 임대사업 준비했었다>, 5일 지면 <강경화 남편, 연희동 집 재건축 고급주택 임대사업 추진했었다>

조선일보는 4일 이 교수 개인 블로그 글을 바탕으로 기사<[단독]강경화 남편, 연희동서 '고급2룸' 임대사업 준비했었다>를 보도했다. 이 교수가 본인 소유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을 재건축해 임대사업을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현 정부 정책과 다주택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 때문에 추진이 좌초된 듯 보인다는 게 보도요지다. 이 교수가 임대사업자가 되면 어떤 점들이 문제가 되는지, 구상과 검토만으로 이 같은 비판의 대상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선일보는 설명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현재 서울 연희동 일대는 신규 주택 건설 개발이 한창이다. 강 전 장관 부부 자택 근처에도 6층 빌딩과 5층 신축 빌딩이 들어서 있다"면서 "이씨는 지난해 6월 '중단기적으로 내 목표는 2년안에 서울 땅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노후 생활에 아주 중요해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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