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합뉴스 코로나19 일부 보도는 부정확하거나 심층성이 부족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듯하다”
“공식적인 지면에 정보가 불확실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기사를 실어줄 것이 아니라 정확한 분석과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가 코로나19 보도와 관련해 심층성·정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광훈 목사의 주장을 검증 없이 전달한 기사, 자극적인 국제뉴스도 수용자권익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제9차 회의록에 따르면 수용자권익위는 연합뉴스가 코로나19 보도에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진아 위원장(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은 지난달 3일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전한 <“폭발적 확산” 겨우 막았지만…코로나 중환자-사망자 급증 비상> 보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설 위원장은 “보도에서 중환자-사망자가 16일간 14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단순 나열했다”면서 “하지만 위중·중증 환자 124명의 확진 판정 및 입원 시점이 다르고, 급증했다고 보기 어렵다. 단순히 16일간 14배 급증하였다는 보도로 국민, 특히 60대 이상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줄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사진=미디어스)

김영순 위원(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은 <"정치권도 뚫렸다"…차명진 `정치인 첫 확진' 충격>(8월 19일) 보도에 대해 “의도적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순 위원은 “`뚫렸다'는 식의 경마식 보도는 방역에 실패했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면서 “정부가 코로나19를 완벽하게 방어하지 못해서 실패했다는 것인가. 이런 보도는 의도적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위기감을 조성하고 공포를 확산시키는 보도가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전문가 분석, 정부 정책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위기를 함께 극복할 지혜를 모으는 책임 있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 정치부 측은 “주요 정치인 중 확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 발생한 사안이라서 주요하게 소개했다”면서 “한층 정제된 보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광훈, 또 `바이러스 테러' 음모론 운운…"방역 공안통치" 주장> 보도 (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김영순 위원은 <전광훈, 또 `바이러스 테러' 음모론 운운…"방역 공안통치" 주장>(8월 21일) 기사를 두고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의 입장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전광훈 목사의 `바이러스 테러' 주장은 정부의 방역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영향력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연합뉴스는 전광훈 목사의 말을 따옴표로 인용하고,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사실 확인이 안 된 주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공식적인 지면에 정보가 불확실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기사를 실어줄 것이 아니라 정확한 분석과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뉴스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수용자권익위는 연합뉴스가 분석·해설 없이 외신·논문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고 봤다. 우지숙 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밥 우드워드 기자의 저서 ‘격노’ 내용을 소개한 <"트럼프 `김정은, 장성택 처형 후 머리 잘린 시신 간부들에 전시'">(9월 12일) 기사에 대해 “저널리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우 위원은 “저자의 책 내용을 그대로 기술하고 있어서, 기사를 읽는 독자는 그 주장을 그대로 믿게 되기 쉽다”면서 “선정적인 제목의 이 기사는 국내 많은 언론에 의해 그대로 보도됐다. 연합뉴스의 권위에 기대어 국내 언론들이 선정적인 낚시성 기사를 양산한 개탄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 위원은 “기사 내용을 보면 AFP 통신의 기사를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조금만 영미의 다른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언급이나 주장을 찾아보았다면 이 책에 나오는 이 주장에 많은 의문점이 이미 제기된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신빙성이나 정확성에 관한 어떠한 검토도 없이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는 거짓이나 왜곡 보도를 하지 않았음에도 저널리즘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국제뉴스1부 측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향후 기사 작성 시 염두에 두고 처리하도록 하겠다”면서 “다만 기사 작성 시점에는 책 원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깊이 고민한 끝에 직접 인용으로 외신에 소개된 내용 중 일부에 국한해 최대한 절제된 형태로 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최병구 위원(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은 <홍콩학자 “우한연구소가 코로나19 만들었다” 논문 공개>(9월 16일) 기사를 두고 “논문 타당성에 관한 구체적 논의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는 중국 우한연구소가 코로나19를 만들었다는 음모론적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위원은 “독자들의 관심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발생했는지 그 진위”라면서 “(연합뉴스의)문제는 연구원의 논문을 기사화하면서 전문용어를 그대로 가져와 설명만을 기사로 쓰고 논문 내용의 타당성에 관한 구체적 논의는 제시하지 않았다. 전날 일부 방송사의 보도에서는 자연 발생이 아니라는 의혹 제기에 대해 반대 증거를 함께 제시하는 균형 잡힌 보도를 하였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국제뉴스2부 측은 “신속하게 기사를 써야 하는 뉴스통신의 특성이 있다”면서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기사를 좀 더 균형감 있게 처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병사 5만 명 죽은 게티즈버그에 유령 모습 포착?> 보도 (사진=네이버 뉴스화면 갈무리)

설진아 위원장은 연합뉴스가 <병사 5만 명 죽은 게티즈버그에 유령 모습 포착?>(9월 14일) 보도에서 황색지로 분류되는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를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설 위원장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영국의 타블로이드지인 데일리메일을 인용하여,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믿거나 말거나'식의 기사를 보도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기자는 왜 이런 자극적인 황색언론을 인용해서 보도했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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