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청자 투어는 분명 대형 프로젝트다. 비록 제작비는 남극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덜 들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줄 것도 분명하다. 0세 영아부터 100세 노인까지 모인 것 자체가 이미 감동이었다. 강호동의 하차 선언과 그로 인한 1박2일 종영 결정으로 많이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1박2일을 찾은 100명의 시청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7만 명에 육박하는 신청자들의 사연을 모두 검토하고 또 인터뷰까지 해서 거른 100명의 시청자들은 무엇보다 너무도 평범했다. 그 중에는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있었지만 그저 100명 속에 서있을 때에는 굳이 튀지 않는 보통의 이웃이었다.

1차의 국악고 그리고 2차 유니버셜발레단 등 특별한 그룹들을 통해서 시청자 투어가 브랜드가치를 높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철저히 개인 참가라는 점이 다른데, 1,2차와 달리 이번 3차 시청자 투어는 그렇게 특별히 누가 주목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몇 명 눈에 띄게 예능감이 돋보이는 참가자들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재미보다는 100명의 전체적인 색깔을 더 중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청자 투어도 방송이고 예능인데도 불구하고 1박2일 제작진은 세 번째 맞는 시청자 투어는 좀 더 진지한 마음으로 기획을 이끌고자 한 것 같다.

그것은 1박2일이 왜 국민예능인지를 시청자와 제작진 스스로에게 새삼스레 각인시키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6개월 후 시즌1이 끝나게 될지 혹은 1박2일이란 이름이 영원히 사라지고 전혀 다른 예능이 그 자리를 대신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100명의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하루치 방송분량이 모두 채운 것은 그저 특별한 몇 사람들의 사연이 아니었다.

사연만으로도 눈물과 감동이 넘치는 참가자, 빼어난 예능감으로 전문 예능인을 능가하는 웃음을 준 참가자들도 있었지만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그래서 겨우 이름 석 자만 말한 아직은 눈에 띄지 않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번 시청자 투어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볼거리는 지난 투어보다 덜할지는 몰라도 이 평범한 시청자들을 통해서 1박2일은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과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비록 특별히 주목받을 만한 재주나 사연은 없다 할지라도 100명의 모든 참가자들은 그냥 온 것이 아니었다. 1박2일이 매주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5살 심의진 어린이는 농활 때 은지원을 도와주던 모습을 보고 엄태웅을 좋아하게 됐다고 또박또박 말을 했다. 그런가 하면 80세 허숙 할머니는 1박2일이 아니면 살 것이 없다면서 입수도 하라면 하겠다고 했다. 이렇듯 시청자 투어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은 그저 방송사에서 여행을 보내준다니 나온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1박2일을 애청하는 사람들이고 그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예능이라는 것이 각자 색깔이 있어 즐기는 계층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1박2일은 세대의 벽을 허물고 모든 국민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5세부터 80세가 넘은 고령자까지 무리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티비 프로그램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과거의 전원일기가 그런 프로그램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드라마는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호환, 마마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이 돼버렸고, 노인들에게는 불쾌감만 주는 경우가 아주 많다. 또한 젊은층이 환호하는 예능일 경우 아주 어리거나 혹은 고령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나영석 PD는 이번 시청자 투어 3탄을 통해서 1박2일이 왜 국민예능인지를 더 분명하게 밝히려는 것 같다.

그 얘기는 곧바로 1박2일의 모토를 버리지 않겠다는 나영석 PD의 강력한 의지를 말하는 것이며, 6개월 후 종영되는 것은 1박2일 시즌1이며 곧바로 시즌2를 갈 수밖에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설혹 강호동이 없더라도 1박2일은 또 누군가를 국민MC로 등극시킬 수 있는 자체의 힘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보자가 시즌1의 멤버가 됐건 혹은 전혀 새로운 멤버가 됐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1박2일 애청자들은 그를 기꺼이 국민MC로 사랑해줄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강호동을 비난할 필요 없다. 1박2일은 또 하나의 강호동을 너끈히 만들어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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