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청자 투어는 분명 대형 프로젝트다. 비록 제작비는 남극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덜 들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줄 것도 분명하다. 0세 영아부터 100세 노인까지 모인 것 자체가 이미 감동이었다. 강호동의 하차 선언과 그로 인한 1박2일 종영 결정으로 많이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1박2일을 찾은 100명의 시청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7만 명에 육박하는 신청자들의 사연을 모두 검토하고 또 인터뷰까지 해서 거른 100명의 시청자들은 무엇보다 너무도 평범했다. 그 중에는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있었지만 그저 100명 속에 서있을 때에는 굳이 튀지 않는 보통의 이웃이었다.
그것은 1박2일이 왜 국민예능인지를 시청자와 제작진 스스로에게 새삼스레 각인시키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6개월 후 시즌1이 끝나게 될지 혹은 1박2일이란 이름이 영원히 사라지고 전혀 다른 예능이 그 자리를 대신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100명의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하루치 방송분량이 모두 채운 것은 그저 특별한 몇 사람들의 사연이 아니었다.
사연만으로도 눈물과 감동이 넘치는 참가자, 빼어난 예능감으로 전문 예능인을 능가하는 웃음을 준 참가자들도 있었지만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그래서 겨우 이름 석 자만 말한 아직은 눈에 띄지 않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번 시청자 투어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볼거리는 지난 투어보다 덜할지는 몰라도 이 평범한 시청자들을 통해서 1박2일은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과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예능이라는 것이 각자 색깔이 있어 즐기는 계층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1박2일은 세대의 벽을 허물고 모든 국민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5세부터 80세가 넘은 고령자까지 무리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티비 프로그램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과거의 전원일기가 그런 프로그램의 하나일 것이다.
그 얘기는 곧바로 1박2일의 모토를 버리지 않겠다는 나영석 PD의 강력한 의지를 말하는 것이며, 6개월 후 종영되는 것은 1박2일 시즌1이며 곧바로 시즌2를 갈 수밖에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설혹 강호동이 없더라도 1박2일은 또 누군가를 국민MC로 등극시킬 수 있는 자체의 힘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보자가 시즌1의 멤버가 됐건 혹은 전혀 새로운 멤버가 됐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1박2일 애청자들은 그를 기꺼이 국민MC로 사랑해줄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강호동을 비난할 필요 없다. 1박2일은 또 하나의 강호동을 너끈히 만들어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