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현이 세단뛰기 예선경기 도중 발목부상으로 쓰러지면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에서 더 이상의 '톱10' 진입자 내지 결승진출자는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자마라톤이 남아있지만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대표팀의 에이스 지영준이 부상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대표팀 선수 가운데 세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릴 선수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전망일 듯하다.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3일, 현재 한국 선수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종목별 '톱10'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남자 20km 경보에서 6위를 차지한 김현섭뿐이며 결승 진출자도 남자 멀리뛰기의 김덕현 뿐이다.

남자 100m 한국기록보유자 김국영은 부정출발로 실격했고, 대표팀 주장인 110m 허들의 박태경은 꼴찌로 예선탈락하면서 '이게 현실'이라고 허탈한 심경을 전했다. 결승진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도 허무하게 예선탈락했으며, 내심 메달까지도 바라봤던 여자마라톤 역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으로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그나마 남자 10종 경기의 김건우와 남자 1600m 계주팀(박봉고, 임찬호, 이준, 성혁제)이 한국신기록을 수립한 것이 위안거리지만 이들 역시 결승 진출이나 톱10 진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 육상이 이전에 열렸던 12차례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권에 든 것은 6차례에 불과하고, 바로 직전 대회인 2009 베를린 대회에서는 19명의 출전자 전원이 예선탈락했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번 대회에서 거두고 있는 성적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대회 개최국 대표팀의 성적치고는 초라한 성적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당초 대구세계육상이 유치된 이후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내걸었던 '10-10 프로젝트' 즉 최소 10개 종목에서 10명의 결승진출자를 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그 목표치의 3분의 1도 달성하지 못한 채 끝나버릴 것이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최근 한 국내 유력 스포츠언론의 베테랑 기자가 쓴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참 솔직하지 못했던 10-10 프로젝트'라는 제하의 이 칼럼에서 기자는 유력 스포츠 언론의 베테랑 기자로서 결코 하기 힘든 고백을 했다.

최근 대구스타디움에서 한 육상계 인사와 제법 긴 대회를 나눴다고 밝힌 기자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육상이 처참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화제가 나오자 그 육상계 인사가 정색을 하며 "그런데 정말 국내 언론들은 '10-10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까"라고 반문하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기자는 육상연맹이 내건 '10-10'이라는 목표에 대해 "기본종목인 육상의 기록이 하루아침에 향상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사실 '10-10'이라는 목표는 좋게 말하면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대회를 앞둔 사기진작용이었고, 나쁘게 표현하면 '사기'에 가까웠다"고 지적하면서 이 육상계 인사가 이렇게 반문한 것에 대해 "대회를 앞두고 '10-10'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지적한 언론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자는 그렇게 반문하는 육상계 인사에게 '국내에서 세계육상 최고 축제가 벌어지는데 잔치도 열리기 전에 재릴 뿌릴 수야 있겠는가'라며 얼버무렸지만 솔직히 창피한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국내 육상담당 기자들 스스로도 '10-10'이라는 목표가 허무맹랑한 목표인줄 알면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기최면 또는 대회 분위기를 깰 수 없다는 자기검열이 심했던 것이 '10-10'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지적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는 것.

기자는 "대구대회가 끝나도 한국육상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처절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며 "2007년 세계육상선수권을 유치한 뒤 4년 만에 열리는 대구 대회에서 대한육상연맹이 보다 솔직한 목표를 내걸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는 말로 칼럼을 마쳤다.

이 스포츠 전문기자의 솔직한 고백은 비록 뒤늦은 고백이기는 하나 한국육상계는 물론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조정계와 2018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국내 동계스포츠계 등 앞으로 대규모 국제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려는 모든 스포츠계에서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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