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박주영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극적으로 잉글랜드 명문 클럽 아스널 FC와의 계약을 확정지었고, 이제는 당당히 프리미어리거가 됐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무뚝뚝하기로 소문나있던 박주영의 레바논전 표정은 어느 때보다, 아니 여태껏 본 것 중에 최고로 밝아 보였습니다.
'캡틴박 Ⅱ'박주영이 축구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데 큰 몫을 해냈습니다. 대표팀은 2일 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박주영의 해트트릭, 지동원의 2골, 김정우의 마무리골로 6-0 대승을 거두고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상대가 워낙 약체였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일본과의 평가전 0-3 참패의 아픔을 두 배로 많은 골을 넣으면서 어느 정도 극복하는 데 성공, 의 미있게 경기를 치러냈습니다. 무엇보다 한일전에서 내내 굳은 표정을 보였던 박주영이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환한 미소를 보여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박주영은 원톱 공격수로 나선 지동원과 잇따라 스위칭을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위력적인 슈팅으로 레바논 골문을 위협했습니다. 그리고 시작 단 7분 만에 왼쪽 측면 파트너 풀백 홍철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이어받아 곧바로 논스톱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며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레바논의 밀집 수비로 좀처럼 공간이 열리지 않아 한동안 애를 먹기도 했지만 세트 피스 상황에서 통쾌한 헤딩골로 전반 종료 직전 귀중한 골을 뽑으며 분위기를 바꿨습니다. 이후 지동원의 골에 이어 곧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해트트릭 골을 넣으며 레바논의 경기 의지를 완전히 잠재워버렸습니다. 골이 터진 장면이나 시점, 분위기 모두가 잘 들어맞았던 박주영의 활약 덕분에 대표팀은 활력 넘치는 팀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3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지동원 역시 2골을 터트리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고, 남태희, 홍철 등 신진급 선수들도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진작에 이런 경기력을 일본전에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결혼을 하고도 한동안 어느 팀으로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던 박주영은 지난달 10일 열린 한일전에서 그다지 눈에 띄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내내 굳은 표정으로 경기에 임해야만 했습니다. 경기가 안 풀린 탓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상황이어서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후 유럽 이적 시장 마감 전까지 박주영은 가슴 졸이는 순간을 맞이하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쿠웨이트 원정까지 잘 마치고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박주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기분 좋은 데뷔를 맞이하려 할 것입니다. 아쉬웠던 순간들을 싹 가시게 하고 이제 기분 좋은 일들만, 새로운 순간만을 맞이하고 싶어 할 박주영. 무표정하고 말주변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 주장이 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박주영이 앞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대표팀 모두 이번 레바논전처럼 활짝 웃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주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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