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오디션이 본격 생방송 무대를 앞두고 드림 스쿨 졸업 시험을 치렀다. 각 클래스마다 2명씩 조를 이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눠 연기를 벌이면 이를 지켜본 100명의 청충평가단에게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팀은 2명 모두 본선에 오르게 되고 나머지 4조는 각각의 드림마스터가 그 중 한 명만을 선택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두 명 중 한 명의 제자를 스승의 손으로 직접 떨어뜨려야 하는 잔인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도 1위를 내지 못한다면 전후반 두 번이나 겪어야 하는 지독한 경험이다.

전반전에는 이범수 클래스의 남남커플 손덕기와 주희중이 1위를 해 두 명 모두 본선에 오르게 됐으며, 후반에도 역시 여여커플인 이미숙 클래스의 주민하, 김난아가 1위에 선정됐다. 공교롭게도 전후반에 동성커플이 모두 한 팀씩 있었는데 1위는 모두 그들에게 돌아가서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100명의 결코 넉넉지 않은 청중평가단의 선택에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영화 비열한 거리의 한 장면을 연기한 손덕기, 주희중의 연기는 누가 봐도 가장 흡인력이 강했고, 후반 1위팀인 주민하, 김난아가 보여준 영화 장화홍련의 그로테스크한 연기 또한 훌륭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1위팀과 하위팀과의 득표수에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 간발의 차로 인해서 다섯 명의 드림마스터 중 이범수와 이미숙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두 번이나 자기 제자를 떨어뜨리는 잔인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사실 기적의 오디션만이 갖는 이 독특한 방식은 스승인 드림마스터에게는 대단히 잔인한 일면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심사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껏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선보이고 있지만 기적의 오디션처럼 멘토들이 힘들고 학대받는 경우는 없었다. 예컨대 멘토 시스템을 본격화시킨 위대한 탄생의 경우 멘토들이 고스란히 본선까지 심사를 맡았다. 비록 자기 제자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제자들에게 유리한 심사를 했다는 오해를 받고 말았다. 멘토들에게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믿기는 어렵지만 심사 시스템 자체가 오해를 살 만큼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기적의 오디션 드림마스터들은 자기 제자들 외에는 전혀 심사에 관여치 못한다. 드림스쿨 중간평가부터 해서 최종 졸업시험까지 탈락자와 생존자는 모두 자신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드림마스터에 의해서만 결정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드림마스터들은 매번 곤혹스럽고 괴롭겠지만 탈락한 제자들 입장에서는 아픔을 받아들이기에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결과를 추려보면, 이미숙과 이범수 클래스는 각 3명이 본선에 오르고 나머지 김갑수, 곽경택, 김정은 클래스에서는 2명씩이 본선에 올라 총 12명이 생방송 무대에서 연기를 겨루게 된다. 시청자의 문자투표가 역시나 톱 12의 생사를 결정하게 될 본선 첫 생방송의 관전 포인트는 몇 명의 비주얼 강자들의 생존여부일 것이다. 드림마스터들의 선택에 대해서 연기가 아닌 비주얼의 무게가 더 큰 것 아니냐는 불만도 없지 않은 상황인데 과연 드림마스터들의 편애인지 아닌지는 결국 시청자들의 문자가 증명해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증명에는 아주 커다란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 생방송의 결과를 진정한 국민의 뜻이라고 만족할 만큼의 충분한 문자투표가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첫 회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슈퍼스타K로 인해 동시간 대 방영되는 기적의 오디션은 시청률 피크를 향해 달려야 할 때 주저앉는 형국이다. 기적의 오디션이 8월 27일 기록한 시청률은 고작 4.2%에 불과하다. 이는 동시간대 방영된 다큐멘터리 MBC 스페셜의 반도 못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예능 사상 최악의 프로그램이라는 도전자에게도 미세하게나마 뒤지는 굴욕을 겪었다. 이런 저조한 시청률 환경에서 과연 문자투표의 열기가 생길 수 있겠냐는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불안한 상황이라고 해서 시청자와 약속된 생방송을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기적의 오디션 제작진의 큰 고민일 것이다. 물론 4.2%의 시청률에서도 높은 문자투표가 전혀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큰 기대를 걸기에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생방송 첫 무대에서 누가 떨어지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당연한 관심보다 문자투표가 얼마나 나올까 하는 것이 더 큰 관심사가 되고만 불우한 오디션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매번 드라마가 시작될 때마다 발연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시청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증된 배우를 찾아내는 의미만은 허각이나 백청강을 발굴하는 것만큼이나 클 것이다. 드라마 천국에 배우가 부족한 기형적 현실의 아이러니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투자라는 점에서 끝까지 이 기적의 오디션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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