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일,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를 주장한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로써 <PD수첩> 제작진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 재판 과정은? = 앞서 <PD수첩> 제작진 5명은 지난 2008년 4월29일 방송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방송을 통해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부식품부장관, 민동석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 등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지난 2009년 6월18일 검찰에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0년 1월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PD수첩> 1심 선고 공판에서 “고소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고, 허위사실 유포로 업무를 방해했다고도 볼 수 없다”며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12월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상훈)도 <PD수첩> 명예훼손 등과 관련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공적인 사안에 대한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는 완화돼야 하고, 공직자의 행위는 국민의 감시와 언론의 비판 대상”이라며 1심과 같이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부 방송 내용에 대해 ‘허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12월3일,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 조능희 당시 책임 프로듀서(가운데)가 2일 오후 대법원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선영
◇ 대법원의 판단은? =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검찰의 주장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특히 “제작진이 제작한 방송보도 내용 중의 일부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된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이 사건 방송보도가 국민의 먹을거리와 이에 대한 정부 정책에 관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및 사회성을 지닌 사안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대법원은 또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정되는 방송보도 내용이 공직자들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직자들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을 감안하면 제작진에 대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심 판결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008년 4월29일 방송된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언론 자유에 대한 제한, 완화되어야”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대한 평가를 달리해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다.

대법원은 특히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이를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 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에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언론 보도로 인해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의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보도로 인해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원심이 피고인들이 제작한 이 사건 방송보도 내용 중의 일부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된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방송 보도가 국민의 먹을거리와 이에 대한 정부 정책에 관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및 사회성을 지닌 사안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 등 사정에 비추어 제작진에게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정당하다”며 제작진의 손을 들어줬다.

◇ 대법원 판결의 의의는? =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공직자가 개인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언론 종사자를 처벌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 개인의 명예훼손이라는 형태로 언론종사자를 처벌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라는 법익충돌을 해결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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