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폐막을 이틀 앞두고 있다. 이번 대회는 개막하기 이전부터 '거품 티켓 예매율' 논란, 한국 선수들의 성적 부진에 대한 우려 등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을 제외하고 이처럼 많은 육상 스타들이 한국을 찾을 기회가 앞으로 언제 다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세계적인 육상스타들이 모이는 대회인 만큼, 이들이 펼칠 기록행진에 큰 기대가 모아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회가 임박하자 스타 플레이어들의 잇단 불참 선언으로 맥이 빠지더니 개막 이후에는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남자 100m 결승 실격, 아사파 파웰(자메이카)의 대회 도중 출전 포기 선언, 엘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의 부진 등 악재가 이어지며 좀처럼 신기록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당초 대회 주최측은 '기록제조 트랙'으로 불리는 몬도트랙을 대구스타디움에 깔았고, 폭염을 피해 오전과 저녁시간에 경기를 치르도록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상당수의 세계신기록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대회 폐막을 이틀 앞둔 현재, 여자 투포환에서 세계타이기록이 하나 나왔을 뿐 세계신기록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기록 가뭄이 이어지면서 경기를 중계방송하는 중계진들도 결승이 벌어지고 있는 순간 조차 아예 세계신기록에 대한 언급을 생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기록 가뭄의 원인에 대해 경기시간의 조절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덥고 습한 날씨가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구의 고온다습한 날씨가 특히 아프리카 선수들의 컨디션에 악영향을 주며 세계신기록이 비교적 잘 나오는 종목인 장거리 트랙 종목에서마저 '기록 가뭄'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이번 대회가 세계신기록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은 채 일정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참고로 지금까지 세계신기록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은 대회는 지난 2007년 오사카 대회를 포함해 세 차례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대회 준비소홀과 운영미숙 등의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이번 대회가 세계신기록 하나 없이 대회를 마친다면 역대 최대규모의 대회라는 주최측의 자랑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당할 가능성이 높고, 역대 최악의 대회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이 농후해 진다. 따라서 남은 기간 세계신기록이 나올지 여부는 대회 전체에 대한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종목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어느 종목에서 세계신기록이 나올 수 있을지 미리 예단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으나, 일단 필드 종목에서는 세계신기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치러진 다른 종목의 예를 봐도 그렇고 앞으로 남은 높이뛰기, 창던지기 등 종목의 예선 성적을 봐도 세계신기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승 후보라는 선수들의 예선기록이 세계기록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트랙 종목에서도 아프리카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세계신기록이 나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기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종목은 중단거리 트랙종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라이벌 구도가 팽팽한 여자 200m는 최상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과 자메이카 선수들의 각축장으로 최고의 명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세계신기록에 기대감도 가장 높은 종목이다.

4회 연속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앨리슨 펠릭스를 필두로 이번 대회 여자 100m 우승자 카멜리타 지터, 올해 200m 최고기록(22초15)을 가지고 있는 샤론다 솔로몬 등 막강한 미국 선수들의 기세에 '올림픽 챔피언' 캠벨 브라운, 셰론 심슨, 케론 스튜어트 등 자메이카의 선수들이 자존심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결승 무대에 오른 8명의 선수들 가운데 6명의 선수가 미국과 자메이카의 선수들로 채워진 셈이다.

참고로 여자 200m 세계기록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미국의 그리피스 조이너가 세운 21초34.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는 캠벨 브라운이 21초74로 개인 기록이 가장 좋고 펠릭스가 21초81로 그 다음이다.

앞서 치른 예선기록을 놓고 보면 21초대를 기록한 선수가 없지만 결승에 오른 선수들의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밖에 남자 100m 결승에서 실격을 당한 볼트가 단단히 벼르고 있는 남자 200m와 400m 계주, 펠릭스가 미국 대표팀으로 뛸 예정인 여자 1,600m 계주, 그리고 성 정체성 논란을 빚었던 세메냐가 출전하는 여자 800m도 눈여겨 볼 종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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