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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군주' '함정격파' '노예', 극한으로 치닫는 말-말-말언론, 공무원 피살 사건 강경발언 확대·재생산…"사회적 합의 수준 벗어난 강한 발언"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9.28 14:58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A씨의 북한군에 의한 피살 사건과 관련해 '계몽군주', '전화위복' 또는 '북한 함정 격파', '김정은의 노예' 등 본질에서 벗어난 표현들이 주요 정치인들의 입에서 연일 나오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 같은 과도한 표현을 주고 받고, 언론이 필요에 따라 한쪽의 주장만을 다루는 등 사건을 정쟁화시키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5일 유튜브 생중계 방송으로 진행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계몽군주'에 비유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방송 중 김 위원장 통지문 소식이 알려지자 "우리가 바라던 것(신속한 사과)이 일정부분 진전됐는 점에서 희소식"이라며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그전과 좀 다르다. 제 느낌에 계몽군주 같다"고 말했다. 

9월 28일 조선·중앙·동아일보 기사 및 사설 갈무리

같은 자리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유명을 달리한 이씨와 가족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며 "이 불씨를 어떻게 살리느냐는 남은 우리의 노릇이다. 새로운 남북관계 부활로 연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참석 인사들은 북한의 해명만을 믿을 수 없는 만큼 남북 합동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 함정을 격파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24일 TBS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에서 "합동참모본부가 상황을 기민하게 파악했다면 군 대응 원칙에 따라 우리 주민을 사살하고 불에 태운 그 함정을 격파했어야 했다"며 "북한을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전 의원까지 '북한 함정을 격파했어야 한다. 국방부가 골든타임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면서 "북한 함정 격파를 지시하거나 북측에 조속한 구조와 신병 인도를 요청하라고 나설 사람은 문 대통령뿐이었다"고 썼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안보실장이 북한에서 보낸 전문("청와대 앞")을 감격해서 읽어주는 황송스러운 모습은 김정은 하수인이거나 노예 같았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유 이사장 '계몽군주' 발언에 대해 "억울한 매를 맞고 응당 받아야 할 사과를 마치 성은이나 입은 양 떠들어대는 노예근성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이들의 발언은 김 위원장의 이례적인 사과문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았고 우리 군이 사실관계 확인과 사건 대처에서 실책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솔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경향신문 관련 기사에서 "여야가 합의 수준이 가장 높았던 국방·안보 문제까지 합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 수준을 벗어난 과도하고 강한 발언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 일각에서는 '과도하고 강한 발언'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부각하고 있다. 28일 조선일보는 사설 <金 "미안" 한마디에 文 반색, 이게 한국민 목숨 값>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사람을 죽이고 소각했는데 '미안하다'니 감읍한다"며 "사람을 죽여 놓고 '미안하다' 한마디 하면 끝인가. 그 한마디에 정권 전체가 나서 감읍하다시피 반색하면 대한민국 국민 목숨 값은 뭐가 되나"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국민은 북이 함부로 죽이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만인 그런 존재인가. 인터넷에는 '우리는 늘 얻어맞다가 밥 주면 꼬리 흔드는 X개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 말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여권에선 벌써 김정은을 '계몽군주'에 비유하는가 하면 어떻게든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발언들이 넘친다"며 "그러니 청와대의 공동조사 요구도 국내여론 무마용으로만 비치고, 북한은 다시 큰소리를 치며 위협하는 못된 버릇을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국민 정서에 불지르는 '김정은 비호'>에서 "일부 인사들은 요설에 가까운 황당한 표현으로 북한의 잔혹한 행위에 참담해진 국민 정서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며 "이러니 SNS에서 '참담하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짝사랑에 김정은이 한국인 총격 사살로 화답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편드니 북한이 진정성 있게 공동 조사에 응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사건 발발 초기 국민의힘과 주요 보수언론은 대통령 UN 연설 연계에 집중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를 문제 삼는 곳은 없다. 청와대가 UN 연설은 이미 15일에 녹화해 18일 UN으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의힘과 주요 보수언론은 '종전이벤트'인 UN연설 때문에 사건을 은폐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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