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 예능 베끼기' 사례가 최근 5년간 20차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중국 방송국에 의한 권리침해였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이 저작물에 해당되지 않아 적극적인 법적 구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외 프로그램 포맷 권리침해 사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 예능프로그램 18편에 대해 20차례 무단도용 등 권리침해가 발생했다. 정식 판권계약을 하지 않고 프로그램 포맷을 표절한 사례들이다. 2016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이후 중국 방송국의 한국 예능프로그램 표절이 본격화됐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JTBC '효리네 민박'·후난위성TV '친애하는 객잔', SBS '미운 우리 새끼'·후난위성TV '아가나소자', tvN '윤식당'·후난위성TV '중찬팀'

방송사별로 권리침해가 발생한 건수는 SBS 7건, MNET 4건, JTBC 3건, tvN 3건, KBS 2건, MBC 1건 순이었다. SBS는 '판타스틱 듀오', '심폐소생송', '영재발굴단', '신의 목소리', '정글의 법칙', '미운오리새끼' 등 6개 프로그램이 중국 방송국에 의해 유사형식으로 제작됐다. '신의 목소리'의 경우, 2017년 중국장수위성TV, 상화이위성TV 등 2곳에서 프로그램 포맷 도용이 발생했다.

JTBC는 '대단한 시집', '히든싱어', '효리네 민박' 등 3개 프로그램이 중국 방송국에 의해 포맷을 도용당했다. tvN은 '삼시세끼', '윤식당', '응답하라 1988' 등 3건, Mnet의 경우 '너의 목소리가 보여', '프로듀스101', '쇼미더머니' 등 3개 프로그램에 총 4건 포맷 도용이 발생했다. 이밖에 KBS '안녕하세요', '노래싸움 승부', MBC '무한도전'이 포맷 권리 침해 사례로 조사됐다.

정필모 의원은 "방송포맷의 경우 개별적인 요소들을 저작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배열이나 구성이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이른바 '편집저작물'로의 저작물에 해당함을 주장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은 아이디어 차원으로 치부돼 저작물로 인정되기 어렵고, 전체적인 배열·구성이 동일하더라도 약간의 변형이 있으면 저작권 침해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정 의원은 "방송 포맷 표절은 제작진의 창작 의욕을 크게 꺾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포맷 판매 기회를 박탈하는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실제로 해외 방송사에 의한 포맷 행위를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국 법원에 제소해야 하는 만큼 해외에서 발생하는 권리 침해 구제를 위한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국제적 인증과 협력을 통한 방송프로그램 포맷 보호를 제안했다. 방송포맷의 법적 권리 보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로는 FRAPA(Format Recognition and Protection Association)가 활동 중이다. FRAPA에는 100여개 이상의 방송 제작 관련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포맷 인증 ▲포맷 등록 ▲포맷 무단도용에 대한 법적 분쟁 중재기능 등을 수행한다.

정 의원은 "FARA 중재를 통한 문제 해결 비율이 약 80% 정도인 만큼 국내 예능 프로그램 제작시 포맷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인증과 등록을 진행해 권리 침해를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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