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일 밤(한국시각),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첫 경기를 통해 월드컵을 향한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레바논을 비롯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와 한 조에 속해 중동의 모래바람과 싸워야 하는 대표팀은 무난하게 3차예선을 치러 최종예선 진출을 가볍게 이뤄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체질적인 개선을 통해 새로운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며 질적으로도 우수한 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대표팀이 최종예선 전 관문에서 진 것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1라운드 예선에서 말레이시아에 진 이후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2006 독일월드컵 3차예선에서는 4승 2무로 최종예선에 올랐으며, 2010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에서는 3승 3무 조 1위로 최종예선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외의 팀과 졸전을 벌여 숨죽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2004년에는 몰디브 원정에서 치욕적인 0-0 무승부를 기록해 당시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이 경질당하기도 했으며, 2008년에는 북한과 2차례 비기고 넬로 빙가다 감독이 이끌던 요르단과 홈경기에서 2골을 넣고도 2골을 내주며 무승부를 거둬 몇 차례 냉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비교적 전력이 약한 팀과 만났다 할지라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며 한국 축구만 보여줄 수 있는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레바논전과 나흘 뒤(7일 새벽) 펼쳐질 쿠웨이트전을 통해 조광래호는 순식간에 무너졌던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0-3 굴욕적인 참패를 당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조광래호는 단 한 번에 '실패한 팀'처럼 낙인찍혔습니다. 패배를 순순히 인정한 조광래 감독은 귀국 뒤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숙였고, 주장 박주영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은 깊이 반성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 다짐 그대로 조광래 감독은 이후 갖는 첫 경기 레바논전과 곧바로 치러지는 쿠웨이트전을 통해 명예회복을 해야 합니다.

▲ 월드컵 예선전을 앞두고 대표팀 훈련이 시작된 31일 오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대표팀이 조를 나눠 훈련을 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2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레바논과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다.ⓒ연합뉴스
그래도 분위기는 좋습니다. 방황했던 주장 박주영이 잉글랜드 명문 아스널로 극적 이적하면서 확실히 많이 안정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긴 부상을 걱정했던 구자철이 돌아왔고, 소속팀 적응, 개인 문제로 한일전에 뛰지 못했던 지동원, 홍정호 등도 복귀해 힘을 보탰습니다. 확실히 일본과의 평가전과는 달라진 스쿼드인 만큼 다시는 한일전같은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면서 다시 활기를 띤 대표팀의 현 분위기대로라면 기대하는 바는 큽니다.

지난번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 있고, 레바논전 이후 곧바로 중동으로 날아가는 강행군 일정도 빡빡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선배 선수들은 꿋꿋하게 이겨냈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연속적으로 이뤄내는 쾌거도 만들어 나갔습니다. 투혼과 끈기로 점점 발전해 왔다면 현 조광래호는 기술적인 면까지 덧붙여서 확연히 업그레이드된 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이번 월드컵 3차예선, 그리고 최종예선을 통해 밟아나갈 것이며, 이를 순탄하게 시작하기 위해 이번 레바논전, 쿠웨이트전은 아주 중요합니다. 한일전 패배 후 첫 경기, 그리고 주장 박주영의 아스널행 확정 직후 갖는 첫 경기라는 묘한 상황 속에서 과연 조광래호가 6월 세르비아, 가나전에서 연승했던 모습처럼 활력 넘치고 질적인 장점을 갖춘 팀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줄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뛰면서 다시 떠오르는 조광래호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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