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의 단독 협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대주주가 노조와 단독협의하는 경우는 없다는 이유다. 언론노조 SBS본부 측은 결정권자인 윤석민 회장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유종연 TY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대주주가 대표이사를 배제하고 노조 대표와 단독 협의하는 것은 어느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SBS 노동조합이 TY홀딩스의 협의 제안을 거부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지난 22일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에게 제안한 추석 전 SBS종사자 대표와의 단독 협의 제안을 TY홀딩스 사장이 입장문을 통해 거절한 것이다.

SBS 목동 본사 (사진=미디어스)

앞서 방통위는 태영그룹이 TY홀딩스 체제로 재편되기 전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건’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SBS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SBS자회사·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 개편 등 경영계획을 마련할 것과 계획 수립 시 SBS의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6개월 이내에 방통위에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부가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100일이 지나도록 TY홀딩스 측에서 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유종연 사장은 윤석민 회장이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고, 실무협의가 완료되는 시점에 함께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SBS본부는 협의 완료 책임은 윤석민 회장에게 있다며 추석 전까지 윤석민 회장과 SBS본부장의 단독 협의를 제안했다.

유종연 사장은 “TY홀딩스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부과한 승인조건 중 하나인 SBS종사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조항 이행을 위해 SBS 노동조합에 수차례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며 “충분한 협의를 한 이후 11월 말 방통위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기 전에 윤석민 회장이 SBS, SBS미디어홀딩스, TY홀딩스 대표이사와 함께 SBS 종사자 대표와 만날 것을 공식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사장은 “SBS 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이 제안을 거부했다”며 “SBS 자회사 개편과 관련해 실질 책임자인 SBS, SBS미디어홀딩스, TY홀딩스 대표이사들을 배제한 채 윤석민 회장 개인과의 협의만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방통위가 승인조건을 부과한 취지에 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유 사장은 “대주주가 대표이사를 배제하고 노조 대표와 단독 협의하는 것은 어느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SBS노조는 방통위가 부과한 승인조건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TY홀딩스가 요청한 협의에 조속히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이날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다 헛소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 본부장은 “방통위로부터 TY홀딩스 변경승인을 받은 건 노조가 아닌 회사인데 책임을 노조에게 전가하고 있다. 윤석민 회장이 대화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권한 없는 사람을 실질대표라고 내세우는 건 시간끌기로 보여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윤석민 회장은 실질적 권한이 없다고 하지만 방통위 이행각서에 서명한 사람은 윤 회장이다. 대화에 나서야하는 건 결정권을 가진 윤 회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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