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캡틴박' 박주영의 새 팀 최종 행선지가 결정됐습니다. 유럽 축구 이적 시장 마감을 하루 앞둔 30일 밤(한국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팀 아스널에 박주영이 새 둥지를 트면서 한국인으로는 9번째, 아스널에는 첫 번째 한국인 선수로 활약하게 됐습니다. 어느 팀에서 뛸지 좀처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지 않았고, 이적 막판 많은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박주영은 유럽 무대에 진출해 그토록 꿈꿔왔던 무대, 잉글랜드에서 새로운 꿈을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 박주영 ⓒ연합뉴스
군입대까지 2년 남은 상황에서 박주영은 평생 한 번 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군문제 때문에 박주영을 데려가겠다고 했다가 포기한 팀들이 워낙 많았기에 '설마'하기는 했지만 결국 '설마'했던 팀이 아스널일 줄은 수시로 국가대표 주력 선수들을 체크하는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조차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약간 늦기는 했어도 뒤늦게 가치를 알아채고는 박주영을 데려간 아스널의 결정은 일단 많은 한국 내 축구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있으며,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박주영의 아스널행은 한국 축구 전체에도 상당한 의미를 가져다 줬습니다. 먼저 2005년 박지성이 가장 먼저 잉글랜드 무대를 밟은 이후 햇수로 7년 동안 9명의 한국 선수가 배출돼 이제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 무대에서 한국 축구, 나아가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호의적으로 정착됐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선구자 역할을 한 박지성, 이영표의 역할이 컸습니다. 나란히 2005-06 시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해 성실하고 끈기 있는 플레이를 펼친 이들의 활약상은 한국 선수들을 주목하는 계기로 이어져 1년에 1-2명씩 새로운 한국 선수들이 입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던 한국 축구가 몇 년 사이에 이 선수들 덕분에 더 떠올라 어느 정도 평가받는 계기로 이어진 것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박주영의 아스널행은 그 평가를 몇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박주영은 '거너스(아스널의 애칭)'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아스널 홈경기장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사진: 김지한)
서서히 계단을 밟아 올라간 과정만 놓고 봐도 박주영의 행보는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후배 선수들에게 충분히 귀감이 될 수 있습니다. 2005년 혜성같이 등장해 4년간 K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다 프랑스리그 AS 모나코로 이적해 3년간 주축 선수로 인상에 남았던 박주영은 진통이 있기는 했어도 아스널의 관심을 받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까지 진출해 '계단형 발전'을 이룬 선수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는 '영원한 캡틴박' 박지성의 행보와도 거의 흡사한 것으로, 특히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서 이뤄낸 것이어서 충분히 박지성만큼 빛나는 주장, 든든한 캡틴이 되는데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지성의 사례에서 봤듯 주장이 그만큼 안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대표팀 경기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 자체만 놓고 봐도 일단 박주영의 아스널행은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K리그가 기본적인 발판이 된 것도 수많은 K리거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박주영이 FC 서울 출신인 것을 알고 있다면 결코 K리그가 만만한 리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텐데요. 물론 이청용, 지동원처럼 곧바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을 한 케이스와는 다르지만 K리그 무대에 데뷔해 프로 무대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느낀 뒤 프랑스리그에서 업그레이드해 마침내 큰 무대까지 입성한 케이스는 해외 진출, 특히 유럽 빅클럽 입성을 꿈꾸는 많은 선수들에게 또다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해 더 많은 선수들이 주목받고 떠오르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 더 활력 있는 리그가 되는데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스널에 가서 등번호(9번) 징크스를 깨느니, 적응을 못 하니 하는 말이 당분간 나오겠지만 비교적 짧은 2년이라는 시간에 박주영을 활용하려 아스널이 눈독을 들이고 영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꿈을 이룬 박주영이 이 같은 의미들을 더욱 빛나고 두드러지게 하려면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새 둥지를 찾는 시간이 길어져 비판,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일제히 '기대가 크다'고 한 우리 팬들의 반응은 꽤 긍정적입니다. 일본인 공격수 이나모토가 과거 아스널에 들어왔다 '유니폼 장사'하는 신세로 전락해 퇴보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한국 축구 주장다운 화끈한 경기력으로 아스널의 희망, 나아가 한국 축구의 '진짜 천재'로 다시 떠오르는 박주영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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