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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12회 - 사택비 넘어선 은고 송지효, 계백을 살릴까?[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1.08.31 20:11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시청률도 오르는 것은 일반적인데 뒤로 가는 시청률이 아쉽습니다. 그 원인은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성인 연기자들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이야기마저 재미를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지효, 초반 사택비의 카리스마 넘어설 수 있을까?

길게 보며 왕이 되고자 하는 의자 왕자를 돕는 은고.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 하지도 않은 채 무모한 일 벌이기에만 정신이 없는 계백. 이 두 남자를 모두 돌봐야 하는 은고의 역할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홀로 서지 못하는 의자와 계백을 모두 품으며 사택비 가문에 복수해야 하는 은고의 역할은 무기력한 남자들의 남성성을 드러내는 뜬금없는 도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는 합니다. 의자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호색한 노릇을 해왔다고 하지만, 과연 그가 왕이 될 수 있는 그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상황은 의자 왕자에 대한 지략가 흥수의 발언에서 모두 드러나고 있지요.

의자가 교기보다 뛰어나서 초헌관을 준 것이 아니라는 그의 발언과 함께, 왕이 되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다는 표현은 의자가 타고난 왕도 아니고 혼자서는 결코 왕이 될 수 없는 존재였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역사적인 사실 관계를 퓨전 사극에서 따질 수는 없는 문제이고, 의자가 왜 백제의 마지막 왕으로 끝나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들은 초반부터 자리를 잡아가는 듯합니다.

복수만을 생각하는 두 남자 사이에서 단순히 사택비 하나만을 제거한다고 복수가 끝나지 않는다는 은고의 말은 진리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저 사택비만 제거하면 자신들의 복수는 완성된다고 믿는 의자와 계백의 단순무식함과는 달리, 은고는 사택 가문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권력과 사택비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택비가 백제의 실질적인 권력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그를 제거한다고 사택 가문이 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사택 가문을 철저하게 무너트려 더 이상 회생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만 진정한 복수가 된다는 은고의 발언은 잔인하지만 정확한 답이기도 합니다.

그저 복수에 대한 관심밖에 없는 계백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의자를 이용합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의자와 함께 잠을 자고 싶다는 그의 청은 의자에게 행복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의자로서는 자신의 생명을 살린 무진의 아들과 친형제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문제는 계백이 의자를 친형제로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그에 대한 복수심 역시 숨기고 있을 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자신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의자를 이용해 궁에 머물 수 있었던 계백은 능숙하게 사택비의 처소에 침입합니다.

포로로 오랜 시간 사비를 나가 있었지만 그는 이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 강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포로로 잡혀 죽음을 담보로 적과 싸워 키운 실력이니 만큼 그 누구와 견주어도 월등할 수 있을 겁니다. 별명마저 '이리'(왜 늑대가 아니라 이리였을까?)일 정도로 그의 야생성은 탁월합니다.

   
 
사택비 처소를 지키는 무리들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들어선 그를 맞이하는 것은 사택비만이 아니었습니다. 향 치료를 담당하고 있던 은고는 사택비보다 먼저 계백을 발견하고는 무모한 그의 도발을 제지합니다. 그저 사택비 하나만 처리하는 것이라면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었다는 은고의 발언은 계백에게는 여전히 무의미하거나 불만스러운 이야기일 뿐입니다.

웃기는 것은 적들이 산재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무리들이 기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택비가 그 문제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상황상 자신을 해하려는 누군가가 기습했다면 자연스럽게 문제에 대해 추궁하고 이를 통해 계백에 대한 존재가 어느 정도 드러나는 과정들을 담아 계백과 사택비의 긴장감을 높이는 것이 더욱 흥미로웠을 것입니다. 연출자의 섬세함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정작 <계백>은 알지 못하나 봅니다.

계백의 행동은 어린 시절 의자가 저질렀던 행위와 다름이 없습니다. 당시 죽음의 향을 그대로 피웠다면 방안에 있던 사택비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어린 은고는 당시에도 진정한 복수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던 존재였습니다.

여전히 복수심만 드높이며 불안하게 만드는 두 남자를 위해서라도 은고는 사택비가 요구한 사택적비의 양딸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진정한 복수를 위해 자신이 증오하는 집안의 딸로 들어가는 은고의 결단은 대단합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하듯 사택 가문을 멸하기 위한 은고의 선택은 대단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적의 환심을 사고 이를 통해 서서히 그들을 몰락하게 만들겠다는 은고의 전략은 잔인할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이런 은고의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기력한 의자와 계백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미미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의자는 철저하게 은고의 지략에 의지할 뿐이고, 이후 왕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의자를 돕겠다는 성충에 의해 왕이 될 수 있었던 의자의 모습은 마지막 순간까지 매력적이지는 못할 듯합니다.

인간적인 모습이 여러 측면에서 보이기도 하고 영특한 듯한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들도 여럿 있기는 하지만 은고의 카리스마에는 비견할 바가 아닙니다. 계백 역시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넓고 깊게 사물을 바라보는 능력은 떨어지고 눈앞에 있는 사물에만 집중하는 존재입니다.

거대한 존재에 대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약점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공격해만 무너트릴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데 계백에게는 그런 지략 자체가 없어 보입니다. 백제 최고의 무사였던 무진의 피를 이어받아 타고난 무술 실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현명하고 영특한 장군으로서의 기질을 아직까지는 보이고 있지 못합니다.

포로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돈과 식량이 국가에서 말한 것과 전혀 딴판이라는 사실에 분개해 폭동을 일으키는 계백의 모습은 그저 즉흥적으로 자신의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계백의 모습은 과연 이런 존재가 어떻게 최고의 장수가 될 수 있을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사건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라고 한다면 이런 설정들을 통해 굳어지는 캐릭터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를 통해 매회 보이는 모든 것들은 등장인물들을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일을 했는지가 모여서 존재를 만드는 상황에서 의자와 계백의 모습은 매력을 찾아보기 힘든 무기력한 군상들일 뿐입니다.

이런 무기력한 주인공들 때문인지 은고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초반 <계백>이 사택비의 카리스마가 무왕을 압도하며 극을 이끌어갔듯, 성인 연기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존재는 은고 하나일 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그녀는 대장부이며 뛰어난 지략가이며,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진정한 로맨티스트이기도 합니다. 상단을 이끌며 엄청난 부를 쌓았고, 백제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사택비마저 자신의 편으로 만들 정도로 정치력과 친화력이 뛰어난 은고는 백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여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모한 사건들을 만들며 의자와 계백의 존재감을 만들어가고 있는 <계백>이 언제나 호감을 받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매력적인 이야기의 틀을 가지고도, 주인공 캐릭터 구축에 실패한 채 매력적인 전개를 하지 못하는 <계백>은 위기입니다. 그저 분량 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매력적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탄탄한 전개가 절실한 시기입니다.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듯한 <계백>에 사택비를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은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계백>이 은고로 인해 새롭게 비상할 수 있을지도 기대됩니다. 송지효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오연수를 넘어서며 진정한 존재감으로 거듭날지도 궁금해집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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