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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적 민영방송 위해 함께한 분들께 너무나 죄송하다"[인터뷰] OBS 떠난 이훈기 전 노조위원장… 4번의 '좌천성 인사', 그리고 인사위 회부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9.25 09:27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경인지역 지상파 OBS의 ‘개국공신’으로 꼽히는 이훈기 전 노조위원장이 정년 5년을 앞두고 최근 퇴사했다. 그는 퇴사 배경에 대주주(영안모자, 회장 백성학)의 전횡과 반복된 좌천성 인사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전 위원장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되는 일이 있었다. 사유는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의 '회사 명예훼손 및 직원 품위 손상'이었다. 지난해 OBS 재허가 심사 당시 이 전 위원장이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심사위원장인 표철수 상임위원에게 재허가 반대 의견을 반복 피력했고, 이것이 심사 결과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OBS는 재허가 심사에서 중점 심사사항 과락 평가를 받고도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앞서 인천시민사회는 OBS의 제작비 투자, 인천으로의 본사이전 등 직전 재허가 조건의 미이행과 반복된 대주주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 훼손 논란을 거세게 비판하며 "백성학 회장에게 속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iTV 시절부터 노조위원장을 여섯 번 역임했으며 OBS 개국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지난해 OBS 방송정책국장으로서 IPTV 3사와의 프로그램 재송신료(CPS) 협상을 이끌었다. 미디어스는 대면, 서면 인터뷰 등을 통해 OBS를 떠나게 된 경위와 소회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이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이훈기 전 OBS 노조위원장 (이훈기 제공)

Q. 일생을 바친 OBS를 떠나게 된 경위와 소회는

저의 청춘과 일생을 바친 방송이다. 이를 내려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번뇌가 있었겠나? 그렇지만 계속 이 짐을 떠안고 가기에는 몸과 마음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온 것이다. 공익적 민영방송이란 대의를 위해 뜻을 모아준 모든 분들께 너무나 죄송할 따름이다. 

iTV 때 공익적 민영방송 투쟁부터 시작해 무려 17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 공익적 민영방송 투쟁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iTV 노조위원장인 저는 대주주인 경총회장 동양제철화학에 맞서 방송사유화 저지와 공익적 민영방송 쟁취 44일 전면파업을 이끌었다. 대주주는 이를 노동과 자본의 싸움으로 정의했다. 노사 간 전면전이 벌어졌다. 사측은 300여 명의 용역깡패를 투입해 회사를 장악, 직장 폐쇄를 강행했다. 결국 그해 12월 iTV는 방송사상 초유의 재허가 취소로 정파를 맞았다.

저는 iTV 노조원들과 실직의 고통을 딛고 경인지역 새 방송 만들기에 나섰다. 조합원들은 퇴직금을 각출하고, 새 방송 만들기의 중심에 섰다. 국내 명망가 1천명이 새 방송 준비위원으로 힘을 보탰고, 한겨레신문 발기인보다 많은 1만 5천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노조원들이 2년 반 동안 풍찬노숙 하면서, 인천·경기·서울지역 400여개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탄생한 것이 공익적 민영방송 OBS다. 당시 대주주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도 OBS는 공익적 민영방송임을 공식 선언했다. 

OBS의 탄생은 대한민국 방송계의 의미 있는 시도였다. 자본이 주도하지 못한 탄생과정 때문일 것이다. 시청자와 방송노동자가 중심에 서고 여기에 자본이 결합한 사상 초유의 시도였다. 노동운동사에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백기완 선생은 "노동자들이 싸움을 하면 판판이 깨지는데 iTV 희망조합 노동자들은 수년 간 풍찬 노동 투쟁을 통해 완벽한 승리를 이뤄냈다. 이는 수십 년 노동운동사에 길이 남을 성과"라고 격려해 주셨다. 

하지만 시청자와 노동자, 자본의 균형관계가 언제부터 깨졌다. 대주주가 당초 약속했던 공익적 민영방송의 대의를 저버리고, 방송을 장악해 나갔다. 저와 노조, 구성원 모두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지 못했다. 

Q. 인천 총국, 의정부 총국 발령 등 수차례의 좌천성 인사를 겪었다고 했다. 올해 초에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OBS는 국내 지상파 중 유일하게 10여 년 간 재송신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IPTV 등 플랫폼들은 서울역외재송신 중단 등을 무기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를 했지만 OBS는 속수무책이었다. 

저는 2018년 1월부터 방송정책국장을 맡아 OBS의 숙원사업이었던 재송신료 협상을 총괄했고, 2019년 2월 IPTV3사와의 협상을 타결했다. 이에 따라 OBS는 지난해 30억원대의 재송신료를 받았다. OBS 창사 12년 동안 가장 큰 성과였다. 재송신료는 초기에는 계속 상승하고 콘텐츠 질에 따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늦었지만, OBS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든 것이다. OBS는 지난해 광고매출이 전년대비 24억원이나 줄었지만, 11억여원의 흑자를 냈다. OBS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흑자다. 

이러한 성과에도 지난해 6월 인천 총국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신상필벌을 완전히 무시한 발령이었다. 그 전후에 언론에는 이 같은 발령 배경이 대주주가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하면서 벌어진 일이란 기사가 나왔었다. 올해 2월에는 다시 의정부 총국으로 부당 좌천 발령을 받았다. OBS 입사 후 4번째 의정부 발령이었다. (관련기사 ▶OBS가 보도국장 공개 모집에 나선 이유)

회사는 2월 저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회사 측이 인사위원장 명의로 문서화 한 인사위 회부 사유는 제가 방송통신위원장과 재허가 심사위원장인 상임위원에게 재허가 반대 의견을 계속 얘기했고, 이 때문에 재허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외부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하고, 재허가를 공정하게 하지 않았다는 경악할 내용이다. 저는 인사위에 출석해 회사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허위사실로 저를 인사위에 회부하고,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인 재허가 심사위원장을 공범으로 몰았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 건은 저와 방통위원장, 상임위원, 방통위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 사안임을 지적했다. 회사는 이후 징계가 불가능하자 저를 의정부로 부당 강등, 부당 전보인사를 냈다. 백성학 회장이 (월례)회의에서 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뒤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 전 위원장의 '회사 명예훼손 및 직원 품위 손상' 인사위 회부 건은 OBS에서 '개연성은 있으나 객관적인 증거가 불충분하여 심의를 유보한다'는 결론이 났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는 회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이 건은 '물증'없이 '심증'만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것으로, 모든 직원을 '심증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는 나쁜 전례를 만들었다"며 "그리고 이어진 조직개편에서의 인사발령은 객관적 증거 불충분으로 심의 유보된 인사위 결과와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2016년 11월에는 3번째 의정부 발령을 받았다. 당시에도 방송정책국장을 맡아 SMR(스마트미디어랩) 런칭 등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의정부 발령 사유는 제가 사장을 쫓아내고 사장을 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실은 전혀 없고 OBS 구조상 불가능한 일이다. 언론노조와 제가 수십억원의 자본을 끌어와 대주주를 교체하려 한다는 주장도 대주주의 입에서 나왔다. 당시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허위사실을 성토하고 대주주와 사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2011년에도 의정부 발령을 받았다. 당시 보도국 국제팀장을 맡아 매일 30분씩 국제뉴스를 전하는 '오늘의 월드뉴스'를 런칭했다. 월드 뉴스 시청률은 메인뉴스의 2배나 나왔고, 사측에서 우수프로그램 상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의정부 발령을 냈다. 사유는 지역 경험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의정부에서 2년 넘게 있었다. 

OBS에 재직하면서 4차례에 걸쳐 4년 이상 유배 생활을 했다. 모두 맡은 분야에서 성과를 낼 때, 마타도어에 의한 부당한 인사였다. 대주주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본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두 차례 안면 마비도 왔다.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있다. 제 차가 36만 킬로미터를 운행했는데, 그중 거의 20만 킬로미터는 의정부 출퇴근인 것 같다.(웃음)

이훈기 전 OBS 노조위원장 (이훈기 제공)

Q. OBS에서는 대주주 경영개입 문제가 반복돼 왔다. 내부에서 체감하는 대주주 개입의 영향은 얼만큼 심각한 것인지, 민영방송사에서 소유·경영분리 원칙이 왜 더 중요한 가치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저는 민영방송 소유구조의 문제를 OBS에서, 또 과거 iTV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OBS 대주주인 백성학 회장은 처음엔 소유·경영 분리에 대해 신경을 썼다. OBS 탄생에 시민사회인 시청자와 방송현업인 노조의 역할이 워낙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대주주가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대주주인 백성학 회장이 월례회의에 참석했다. 발언 시간이 가장 길었고, 회의를 주도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백 회장의 아들은 수년 전부터 OBS 이사자격으로 거의 매주 한 번 OBS 간부회의에 참석했다. 대주주 회사 부장급 직원도 매주 OBS 회의에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지켜지겠는가? 

주요 인사권과 의사결정이 대주주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OBS 직원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대표이사 사장은 이러한 대주주에 대해서 소유·경영의 분리, 방송의 독립성을 전혀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OBS 이사회 의장이 백 회장 아들인 백정수 영안모자 부회장으로 바뀌었다. 방송사 부자세습이 이뤄진 것이다.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를 부자세습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 아닌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민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이런 폐단을 극복할 수 없다. 금융회사는 금융회사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따로 있다고 한다. 대주주 감독권한과 이사회 추천권한에서의 특칙, 그리고 금융기관은 금융위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방송사에도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급하다. 

민영방송의 핵심인 소유·경영의 분리를 위해서는 느슨해진 지상파방송 재허가를 법과 원칙에 따라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한다. 특히 재허가 때마다 소유·경영의 분리가 공통의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되지만, 전혀 구속력이 없다. 때문에 소유·경영 분리 제도화가 뒤따라야 한다. 방송사 노조와 구성원의 방송독립에 대한 의지와 실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16일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사무지회, 금속노련 자일자동차판매노조 등 3개 노조가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백성학 우량기업 파괴저지 공동투쟁단 발족'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Q. 현재까지도 OBS 사측이 인력감축과 전 직원 급여 10% 반납 등을 시사하면서 내부 반발이 일고 있다. 사측은 경영위기를 이유로 든다. 재송신료 협상을 주도해 OBS 경영수지 개선에 기여했던 만큼 이 같은 상황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당연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재송신료는 방치하고, 또 직원들에게 인력감축과 임금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해 OBS는 11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안다. 새로운 수익원인 재송신료가 효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 OBS의 경영난은 이미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OBS의 광고는 매년 하락하는 구조다. 우선 결합판매 최소판매비율(95~97%)이 있어서 OBS의 광고는 매년 줄어든다. 여기에 지상파방송의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OBS 광고 매출은 이중으로 줄어들게 돼 있다.   

올해도 OBS의 돌파구는 재송신료다. OBS는 지난해 IPTV에서 30억원대의 재송신료를 받았다. 그렇다면 올해 케이블TV에서 20억원대의 재송신료를 받아야 한다. 전체 플랫폼에서 케이블TV가 차지하는 가입자 비율을 따지면 대충 그렇다. 그런데 OBS는 IPTV와 재송신료 협상을 타결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 케이블TV와 재송신료 협상 타결 소식이 없다. IPTV와 위성으로부터 재송신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TV로부터 재송신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OBS를 떠나면서 OBS 탄생에 힘을 보탰고, 끊임없이 OBS에 관심과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너무나 송구스럽다. 제 퇴사 소식에 많은 분들이 격려와 위로를 주셨지만, 또한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셨다. 공익적 민영방송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제 후배들의 몫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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