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복무 특혜 의혹을 다루는 언론보도 행태가 진상규명보다 의혹 확산에 방점을 찍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겨레 이봉현 저널리즘책무실장은 23일 칼럼 <뉴스, 변할 때가 지났다>에서 "시대에 따라 뉴스도 달라져야 하지만, 도돌이표가 반복되는 보도 패턴이 있다. 바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가 연관된 공정의 이슈를 다루는 보도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보도에서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보도에 이르기까지 그런 뉴스의 역기능이 도드라지고 있다"며 "주요 공직자의 가족, 병역, 재산형성 등에 법적, 도덕적 문제가 없는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살펴보는 것은 언론의 책무이다. 하지만 원칙 없이 '과몰입'해 막장드라마 같은 뉴스를 쏟아냄으로써, 국민을 '욕하면서 보는' 시청자화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겨레 9월 23일 <[말 거는 한겨레]뉴스, 변할 때가 지났다>

이 실장은 "추 장관의 아들이 '엄마 찬스'를 활용해 어떤 특혜를 누렸는지는 규명할 만한 사안이다. 그렇다 해도 몇몇 보수 신문이 주도한 것처럼 한 젊은이의 군 휴가 문제를 바닥까지 긁어 한달 가까이 다른 현안을 덮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며 "사안의 경중을 무시하는 언론의 이런 행태는 결국 21대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나흘이 추 장관 아들 공방으로 유실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또 이 실장은 "보도방식도 구태의연했다. 야당의 폭로와 추 장관 쪽의 반박, 관계자의 말을 따옴표로 옮기기 바빴다"며 "주장들은 날것 그대로 기사화됐고, 사실 여부를 확인해 언론 자신의 목소리로 가닥을 잡아가는 기사는 드물었다"고 했다.

추 장관 아들 군복무 의혹은 아들 서 씨가 부대 밖에서 휴가 연장 전화를 하고, 여당 대표의 보좌관과 추 장관 부부가 부대측에 관련 민원전화를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공정' '특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게 사실이다. 여권 일각의 과도한 '감싸기' 대응이 논란을 증폭시킨 점은 여권 내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쏟아진 언론보도와 논란 속에서 의혹의 시시비비는 가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본질에 벗어나는 보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서씨의 휴가 연장을 '병장회의'가 결론냈다는 채널A 보도는 온라인 상에서 '인사권도 없는 병장들이 휴가연장을 결정한다는 것이냐'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지난 20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패널인 임자운 변호사는 "여당 당 대표 시절 일이고 지금 법무부 장관이다. 불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자격 시비가 붙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기사 수를 보면 9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 9개 중앙일간지에서 500여개 기사가 나온다.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언론이 진상 규명을 원하는 여론을 모으고자 했다면 지금보다 더 차분하게 했을 때 훨씬 더 효과적일 거라고 본다. 그랬을 때 '이것은 분명히 규명해야 해'라는 여론이 단단하고 정제된 상태로 모아질 거라고 보는데, 지금 언론은 그런 식의 분위기에 관심이 없다. 그냥 확산"이라고 지적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이 제기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이슈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있다. 문제는 예단하고 프레임화해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언론이 심층 취재를 통해서 뭘 발견해냈나. 그냥 스피커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 보도가 폭발적으로 나온 것에 사실의 축은 딱 두 가지였다. A(당직) 사병과 대령"이라며 "따져보면 취재원 하나에 의존했고 검증하지 않았다. 그게 무너지면 대책이 있나. 개별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이런 정도의 수준으로 전락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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