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축구대표팀 명단을 보면 한국에서 뛰는 선수보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가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일본 J리그 무대가 대부분이더니 지금은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유럽파 선수들 덕분에 한국 축구는 보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거듭나고 이제는 어느 팀을 만나도 자신 있게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축구를 구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런 반면 국내파 선수들이 다소 소외되는 면도 있었습니다. 실력 면에서도 전보다 국내파 선수들의 경쟁력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해외 빅클럽에서 활약한 선수들에게 밀리는 현상은 자주 나타났습니다. 더 크게 빛을 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도 그렇지 못했던 국내파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 출전할 조광래호 25명 명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내파 선수는 11명으로, 해외파 선수 14명보다 적었습니다. 그러나 국내파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K리그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보여줘 주전 기회를 잡고 주축으로 떠오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부산 아이파크 한상운(맨오른쪽)이 포항 스틸러스의 문전에서 드리볼하면서 슈팅을 노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출전할 국내파 11명 가운데는 김정우, 이용래, 윤빛가람, 정성룡, 김영광 등 조광래호에서 지속적으로 발탁된 선수와 더불어 다시 돌아온 5명의 선수, 그리고 새로 발탁된 공격수 한상운에 많은 눈길이 갑니다. 승부조작설을 딛고 재기를 다지고 있는 수비수 홍정호, '포스트 이영표'를 꿈꾸는 측면 수비수 홍철, 아시안컵 이후 7개월 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염기훈은 당장 주전으로 활용해도 좋을 정도로 실력과 경험을 갖춘 선수들입니다. 여기에 한일전 치욕의 아픔을 갖고 있는 수비수 이재성, 출전하지 못했던 박현범, 아예 엔트리에도 오르지 못했던 김재성은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습니다. 손흥민의 부상으로 '대타 형식'으로 기회를 잡은 한상운은 '손흥민보다 못 하다는 말은 안 듣겠다'는 말로 첫 대표팀 입성에 대한 당찬 각오를 밝히며 '비밀 병기'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모두 적어도 리그에서의 상승세를 타고 있던 선수들로, 조광래 감독이 추구했던 "짧은 기간 안에 최상의 경기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준에 딱 맞아떨어지는 선수들입니다.

이들에게 어느 때보다 주목이 가는 것은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유럽파와 다르게 한창 순위 레이스를 펼치며 한껏 달아올라있는 만큼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 대표팀 경기력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0일 열린 한일전에서 한국이 완패했던 것은 주축 선수들, 즉 유럽파들의 무기력한 경기력, 체력적인 부담이 큰 원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회의론, 의문이 고개를 들었고 그 가운데서 경쟁력 있는 국내파 선수들에 대한 중용 역시 관심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평소와 다르게 '회전문식'으로 전에 활용했던 국내파 자원들을 최대한 이번 대표팀에 포함시킨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작용했기에 그랬습니다.

경쟁력 있는 국내파 선수들의 중용은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돼 왔습니다. 설령 주전이 아니라 할지라도 주전, 비주전 격차를 줄이는 차원에서 국내파 선수들의 꾸준한 중용은 경쟁력 강화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일전 패배로 다소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라면 차라리 새 실험보다는 옛 자원을 다시 중용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경험 있고 최근 상승세에 있는 국내파에 눈길을 준 것이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국내파 입장에서는 2연전에서 주어진 기회를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조광래호에서 얼마나 더 롱런하고 자리를 잡을지, 성패가 엇갈리게 될 것입니다. 이번 2연전 뿐 아니라 앞으로 조광래호가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 항해하면서 해외파들의 활약만큼이나 함께 떠오를 국내파 자원은 누구인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파의 경쟁력, 그리고 꾸준한 향상은 곧 조광래호의 또 다른 경쟁력, 나아가서는 전체의 경쟁력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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