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들을 차로 치어 살해를 시도하고, 철거민들의 머리에 소화기를 던져 두개골을 함몰시키는 사람들. 그러나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도 되지 않는 이들. 공식적인 이름은 사설경비업체 직원이지만 실은 자본이 고용하는 합법적인 깡패들입니다.

유성기업,한진중공업,명동 철거민 사건 등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용역깡패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이들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기자로서도 궁금하지만, 입을 여는 사람들이 드물지요.

2009년 용산참사가 벌어졌던 때. 저는 우연히 용역경비업체 사장과 용역경비업체에서 일했던 한 청년을 만났었습니다. 이들은 한때 좀 나쁜 곳에 몸담았지만 2008년 촛불 정국 이후 사상전향(?)하고 착하게 살고 있던 분들이었습니다.

▲ 경찰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명동 철거민 농성장인 카페 마리의 경비를 서고 있다. 건물 안에는 철거 용역회사 직원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
이들이 들려준 경비 용역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용역은 자본이 고용하고 용역 뒷바라지는 경찰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용역회사 사장은 이걸 ‘짜웅’이라고 불렀습니다. 담합이라는 뜻의 은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용역경비업체 사장은 2005년부터 직원 15명 정도를 고용해 철거일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주 조그만 영세경비업체라고 보면 됩니다. 참고로 전국 단위로 활동하는 비교적 규모 있는 용역경비업체는 15~20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는 경찰과의 협력이 있기 때문에 철거가 가능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철거가 진행되는 관할 경찰서의 정보계장을 미리 만나서 ‘우리가 이날 이러 이렇게 한다’고 말하면 경찰은 ‘살살해 달라’는 정도로 부탁을 한다고 했습니다. 살살해 달라는 건 철거민들을 심하게 때리지 말라는 걸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잘 들어야 합니다. 경찰이 ‘폭행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고 ‘살살 하라’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상사가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이 때 경찰과 시행사와의 ‘짜웅’이 작용해 사건을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무조건 용역업체 직원을 무죄로 만들어주기 어렵기 때문에 ‘쌍방 폭행’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이지요. 규모가 큰 철거회사 사장은 이렇게 경찰과 선이 닿아 있다는 게 이 용역업체 사장의 증언입니다.

예를 들어 한 철거민이 용역직원에게 각목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칩시다. 경찰에 신고하겠지요? 경찰이 출동합니다. 그런데 경찰은 맞은 철거민과 때린 용역직원을 같이 잡아갑니다. 경찰서에 가면 용역직원은 ‘나도 맞았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몸싸움이 일어나면 용역직원들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폭행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경찰은 그냥 단순한 ‘쌍방 폭행’으로 만들어줍니다. 경찰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시공사와 경찰의 ‘짜웅’을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2005년에 보상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던 대구의 한 백화점 입점 상인들을 내쫓은 적 있다고 합니다. 수고비로 12억을 받았다는군요.

제가 만났던 용역경비업체 직원은 2008년 봄 여의도 코스콤 비정규직 농성장에 투입됐었다고 했습니다. 그 때 팀장으로부터 “영등포 경찰서랑 다 얘기 돼있으니까 사람 칠 때 조심히 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치지 말라는 게 아니고 조심히 치라는 것입니다. 경찰과 ‘짜웅’을 했으니까요.

경찰이 왜 이럴까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양심고백하는 경찰이 나타나줘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이들이 뭔가 시공사로부터 뒷돈을 받거나 융숭한 대접을 따로 받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을 뿐입니다.

경찰은 부인하겠지요. 그럴 겁니다. 이걸 순순히 인정하면 공권력이 아니라 자본의 사조직인 것을 고백하는 셈일 텐데 당연히 부인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2009년 용산참사 때 경찰과 경비업체 직원들이 함께 행동했던 것을 발견한 적 있습니다. 그 때 경찰은 “우린 용역직원들과 함께 한 적 없어요”라며 거짓말 했지만 당시 용산 철거민들을 공격하던 경비직원들이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소화기 호스를 뿌려대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지요. 심지어는 용산참사 당일 오전 6시29분 경찰과 용역직원들이 무전기로 교신하며 철거민 진압을 함께 준비하던 기록까지 공개된 적 있습니다.

▲ 용역직원들로부터 폭행당한 시민들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3구역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허재현 기자
경찰이 사전에 용역경비업체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행동한다는 추측을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이건 수사가 필요합니다.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금방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8월 초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을 면대면으로 만나본 적 있습니다. 명동 마리에서였습니다. 이들은 마리를 침탈한 뒤 지린내 진동하는 곳에서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 죄없는 시민들 머리에 각목과 소화기를 내리쳤던 폭력배들이 지친 듯 쓰러져 있었습니다. 떡대가 산만한 놈들부터 애 둘 딸린 인상좋은 아저씨까지 다양했습니다. 말을 붙이니 말도 하더군요. ‘밥 먹었냐’ 물어보니 ‘배고프다’고 답했습니다. ‘왜 이런 데 나와서 일하냐’ 묻자 ‘갈 데가 없다’는 답변도 돌아왔습니다.

순간, 우린 다 밥먹고 살려고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인데. 왜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지. 좀 처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요. 그래요. 이들을 이런 괴물로 만들고 뒤에 나자빠져 단물만 쏙 빼먹고 있는 자본이 나쁜 놈입니다. 매맞아야 할 자본입니다.

현재 한겨레 방송부문 뉴스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다.
영상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함께 들고 현장을 누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앞선 멀티형 기자가 되려고 노력중이다.

우리 사회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사명을 놓는 그 순간, 기자가 아닌 단순 직장인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그저 그런 기자가 되느니 문제적 기자가 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고 살기도 한다. 한겨레와 한겨레 독자들을 무지 사랑한다.

개인 블로그 http://blog.hani.co.kr/catalu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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