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LG가 잔여 경기 첫날 4위 SK를 상대로 역전승하며 3연승으로 승차를 4.5로 좁혔습니다. 박현준의 호투와 역전에 성공한 타선에 힘입은 것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LG 내외야진의 호수비였습니다.

1회말 1사 후 조동화의 안타성 땅볼 타구를 1루수 이택근이 다이빙 캐치해 아웃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LG의 수비는 실책 없이 놀라운 호수비를 이어갔습니다. 5회말 선두 타자 최윤석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는데 쉽게 아웃 처리해야 할 상대 8번 타자를 투수의 잘못으로 출루시켰다는 점에서 불길했습니다. 하지만 1사 후 박재상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장타성 타구를 우익수 서동욱이 처리했으며 이어 조동화의 안타성 타구를 정성훈이 직선타 아웃으로 처리했습니다.

6회말에도 선두 타자 최정의 3유간으로 빠지는 땅볼 타구를 정성훈이 아웃 처리했습니다. 만일 정성훈이 포구하지 못해 역동작으로 송구해야 하는 유격수 오지환에게 타구가 넘어갔다면 내야 안타가 될 가능성도 충분했습니다. 최정이 출루했다면 이호준을 비롯한 중심 타선으로 넘어가 어려운 승부가 되었을 것이고 자칫 박현준이 일찍 강판되어 LG의 필승 계투진이 조기에 가동되었을 텐데 선두 타자 최정을 범타 처리한 것이 6회말 삼자 범퇴로 이어진 셈입니다. 7회말에도 1사 1루에서 최윤석의 안타성 타구를 우익수 서동욱이 슬라이딩 캐치하는 호수비를 선보였으며 9회말 승리를 확정짓는 마지막 카운트도 처리했습니다. 서동욱은 공격에서는 5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두 번의 호수비로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3회초 1사 후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SK 선발 엄정욱이 손가락 부상으로 강판된 것이 LG로서는 행운이었으며 SK 이만수 감독 대행의 투수 교체 및 운용 역시 LG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3회초 2사 후 엄정욱을 구원한 정우람은 43개의 투구수로 2.1이닝을 소화한 뒤 강판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만수 감독 대행은 오늘 정우람의 투구수를 조절해 내일이나 모레 경기에 다시 등판시키겠다는 의도로 강판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 김성근 감독이었다면 SK를 상대로 스윕해야만 4강을 노려볼 수 있는 LG의 희망을 첫 경기부터 완전히 짓밟기 위해 LG에 강한 정우람을 길게 끌고 갔을 것입니다.

더욱 LG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은 정우람 못지않게 LG에 강한 송은범에게 두 명의 타자만 상대시킨 후 좌타자 이진영이 대타로 투입되자 좌완 박희수로 교체한 것입니다. LG는 송은범의 빠른 강판에 쾌재를 불렀고 결국 7회초 박희수를 상대로 역전시키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박희수가 역전을 허용한 뒤 SK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대현을 등판시킨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불펜 투수들의 연투를 통해 승기를 잡아나가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방식이었지만 정대현만큼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시키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섬세하게 관리 받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경기 종반 SK가 역전했다면 어떤 투수를 마무리로 활용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이만수 감독 대행의 투수 운용이었습니다. 결국 정대현은 초구에 정성훈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무너졌습니다.

▲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경기. 1회말 1사 2루 LG 정성훈이 1타점 안타를 친 뒤 김인호 코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훈의 적시타가 2타점이 된 것은 그에 앞서 작은 이병규의 빗맞은 역전타에 중견수 김강민이 홈으로 악송구해 타자 주자 작은 이병규가 득점권인 2루에 안착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김강민이 악송구하지 않았다면 작은 이병규는 뒤이은 정성훈의 안타에 홈으로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며 8회말 이호준의 2점 홈런은 동점포가 되었을 것입니다. 부질없는 결과론일 수도 있으나 김강민의 악송구가 SK를 주저앉힌 것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에 무너진 SK와 호수비가 이어진 LG는, 김성근 감독의 SK 재임 시절 양 팀의 모습과는 정반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8회말 LG는 세 가지 측면에서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우선 4:1로 앞선 3점차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정을 상대로 볼넷을 내준 이상열의 투구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설령 솔로 홈런을 허용하더라도 정면 승부해 주자를 쌓아주지 말아야했는데 가장 불길한 상황을 자초한 것입니다.

둘째, 이상열에 이어 이호준을 상대할 투수로는 임찬규가 아니라 한희를 올리는 편이 나았습니다. 최근 임찬규는 롱 릴리프, 한희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활용되었으니 8회말에는 송신영에 앞서 한희가 등판하는 것이 적절했습니다. 아마도 벤치에서는 8월 28일 한화전에 등판한 한희보다 하루 더 휴식을 취한 임찬규가 낫다고 본 것일 수 있으나 불펜 투수들의 보직은 쉽게 바꾸지 않고 비슷한 상황에 계속 등판해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이호준을 상대한 공 배합이 안일했습니다. 볼 카운트 0-2에서 커브로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는 동안 이호준은 방망이를 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두 개의 커브가 들어오는 동안에는 직구를 노렸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2에서 바운드 볼로 풀 카운트가 된 후 다시 임찬규가 커브로 승부하자 이호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월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켰습니다. 2개의 스트라이크가 커브로 들어온 뒤 직구 낮은 유인구가 들어오자 커브를 벼른 것으로 추측됩니다. 노련하며 장타력을 지닌 이호준을 상대로 커브 세 개로 승부한 것이 무리수였던 것입니다. 상대 주자가 출루해 위기에 빠질 때마다 LG 벤치에서 사인이 나왔음을 감안하면 이호준과의 승부에서도 임찬규 - 김태군 배터리가 사인을 낸 것이 아니라 벤치의 잘못으로 보입니다.

LG는 6명의 투수가 등판한 SK를 상대로 승리하며 3경기 연속 역전승을 기록했습니다. 11안타 6볼넷으로 4득점에 그친 집중력은 아쉽지만 안타와 볼넷을 개수를 감안하면 타선이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3타수 2안타 2볼넷의 이택근을 비롯, 두 명의 이병규까지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모두 멀티 히트를 기록한 것이 고무적입니다. 4강행의 작은 불씨를 살리기 위한 관건은 역시 타선 폭발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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