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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미디어 두 개의 중국[기고] 완군 / 라이타애호가
김완 (라이타 애호가) | 승인 2008.03.11 07:54

해마다 연말이 되면 미디어는 <올해의 뉴스>를 선정한다. 아직 9개월이 넘게 남은 2008년이지만 오늘 신문을 읽다가 문득 2008 <올해의 뉴스>를 장식할 1, 2위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1위 후보는 아마 미국의 대통령일 것이다. 11월 첫째 월요일이 속한 주의 화요일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본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전 세계 모든 미디어의 이목이 미국 대통령 선거의 간접 선거에 집중되어 있다. 마치 내게도 1년, 52번의 화요일이 모두 같은 것이 아니라 벌써 몇 번의 화요일들은 ‘슈퍼 화요일’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력한 그리고 유력한 1위 후보는 북경 올림픽이다. 만약 많은 이의 예상대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면 단연코 <올해의 뉴스> 첫머리는 북경 올림픽이 장식하게 될 것이다. ‘슈퍼 파워’ 중국의 등장! 팍팍~~

   
  ▲ 중앙일보 2008년 1월1일자 1면.  
 
그래서일까, 올림픽을 앞두고, 슈퍼 파워 중국의 실체적 부상을 앞두고 국내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중국 관련 특집을 이미 했거나 기획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미디어가 만난 새로운 중국

그 중에서도 중앙일보는 단연 돋보인다. 중앙일보는 2008년 새해 첫날 <세계 질서 흔드는 중국 파워 ‘팍스 시니카’온다>는 기사를 통해 이미 중국이 세계 경제의 무시하지 못할 중심으로 자리 잡았으며, 2008년 북경올림픽을 기점으로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보다 분명해질 거라 예측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넘어서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 ‘평화’를 뜻하는 팍스(Pax)와 ‘중국’을 뜻하는 시노(Sino)의 합친 말)의 선언이었다. 굉장히 신선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가 영원하리라는 수구언론의 주술적 답함에 균열이 가는 순간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변화하는 국제 질서의 다양함, 그 사실적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팍스 시니카(Pax Sinica)’ 보도가 차라리 신선하게 느껴졌던 건 아마도 그 동안 국제 뉴스의 수준이 가혹하리만큼 일방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중앙일보의 보도는 몇 년 전부터 진보 학계에 일고 있는 미국 헤게모니 붕괴의 전망이 답답한 학술의 울타리를 넘어 드디어 광활한 소통의 공론에 등장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후 중앙일보는 다양한 연중기획으로 중국을 집중 조명하고 있는 중이다.

방송 역시 텍스트 매체처럼 발 빠르지는 못하지만 묵직한 기획들을 통해 중국이라는 만만치 않은 무언가가 등장했음을 지속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KBS가 관심이 많은 것 같다. KBS는 연초 2회에 걸쳐 특집 다큐의 형태로 <격동중국>시리즈를 방영했다. 제1편 ‘5억의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중산층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키워라’와 제2편 ‘천년대국의 꿈, 소프트차이나’로 이뤄진 <격동 중국>은 중국이 올해의 화두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KBS는 이후에도 <중국의 올림픽 꿈나무> 등과 같은 기획을 통해 중국이 스포츠 강국일 수밖에 없는 경제․문화적 조건을 설명하며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디어가 만든 원래의 중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에게 중국은 ‘값싼 물건을 만들고 그걸 속여 팔아 우리의 뒤를 바짝 쫒아오고 있는 나라’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중국의 경제적 풍경의 변화를 보여주고 사회 문화적 저력을 설명해도 사라지지 않는 ‘메이드인차이나’의 선명한 체험 때문일 것이다. 까닭일랑은 복잡하겠지만, 여전히 중국산은 품질이 ‘차이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스포츠의 경우에도 그 실체적 강대함에 비해 한국에서는 특히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소평가는 ‘우리도 중국만큼 인구가 많다면 그 정도는 하겠다’는 막연하지만 단단한 오해와 국기적 구기종목인 축구에서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이른바 ‘공한증’이 해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 같다.

   
  ▲ 조선일보 3워3일자 21면.  
 
그러나 이러한 정서적인 이유들 외에도 국제 뉴스를 생산해왔던 미디어의 오랜 관행이 중국에 관한 우리의 시선을 저 낮은 곳에 단단히 붙들어 놓았던 것은 아닐까 싶다. ‘실용’과 ‘글로벌(Global)’이란 단어의 위력이 저잣거리 풍경에 까지 위력을 미칠 정도로 세계화의 첨단이 강조되고 있지만, 국제 뉴스를 다루는 미디어의 솜씨는 쌍팔년도 어느 날의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 뉴스를 만드는 미디어의 태도는 크게 2단계로 요약할 수 있었다. 우선,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서구) 중심의 시각을 깔꼬, 우물 안 개구리의 허세이거나 아니면 겁먹은 촌놈의 태도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활용은 모두 국제적 관점이 아닌 내부적, 우리적 관점이란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미디어가 만사 제쳐두고 중국 알리기에 나선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가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호들갑을 떨면서 바로 문 밖에서 무슨 일이 있는 줄 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허세를 떨고 있는 대다수 우물 안 개구리들과 중국 성장의 본질을 파악하기도 전에 겁부터 비벼먹은 일부 촌놈들의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실상 그것은 미디어 자신일 뿐이다.   

따라서 여전히 답답할 정도로 중국에 관한 일상적 인식이 요지부동한 것에는 새로운 중국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는 편견과 오해들을 지속적이고 관성적으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퍼트리고 있는 미디어에게 책임이 있다.

그동안 무차별적으로 “중국산=나쁜 것”의 도식을 만든 것이 바로 미디어이다. 이것은 조직 폭력배 관련 뉴스를 다루면서 배경 화면으로 용이 그려져 있는 조직 폭력배의 몸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이럴 경우 시청자에겐 “문신=범죄”의 도식을 만들어진다. 정부의 잘못된 농업 정책으로 마늘 파동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꼭 마지막에는 “이 와중에, 값싼 중국산 저질 마늘까지 대량 수입돼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하는 식 말이다. 이렇게 중국에게 저질을 덮어씌우는 미디어의 습관이 일부 어쩔 수 없다 하여도 전부 옹호될 수는 없다. 구체적 사실 확인, 인과 관계에 대한 분석 없이 중국을 고정 관념에 가두는 미디어의 태도는 진지한 얼굴로 새로운 중국을 말하는 순간을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물론, 진실은 여럿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미디어가 전혀 다른 두 개의 중국을 말하는 낯간지러운 장면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국제 뉴스 특히 동아시아 뉴스를 만드는 미디어여, 수준을 좀 높이자! 그리고 특히 한중일의 문제를 대하며 ‘일본을 따라잡고, 중국을 이기자!’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프레임에 사실을 구겨 넣는 단순 무식한 짓거리 좀 그만하자! 

학교라고 믿었던 사회운동을 휴학하고 몸을 더듬어보니 라이타 한 개밖에 없더라는 싸구려 열정에 여전히 감격하는 청년 백수. 을용타에 열광하는 청년 백수들이여,라이타(right-打)하라! 오른쪽을 때려라!

김완 (라이타 애호가)  ssamwa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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