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대회 중반에 이른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대회는 굵직한 이벤트들을 상당 부분 소화한 상태입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남자 100M의 볼트가 아쉽게 실격된 가운데, 기대를 모으는 스타는 오늘밤 이신바예바 선수가 남아있죠.

스포츠의 특성상 예측이 그대로 이뤄지리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너무 심할 정도로 기대에 대한 실망이 이어지면서 여기저기서 대회에 대한 새로운 푸념들이 쏟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예측불가라는 매력만큼이나 큰 부분이 바로 "스타"들의 화려한 경기일 터, 거기에 "신기록"을 본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인데, 대구대회는 이런 부분들에 아쉬움이 깊은 건 분명합니다.

남자 110M허들에서는 세계 기록 보유자 로블레스가 아시아의 육상 스타 류샹의 진로를 방해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중국팬들 앞에서 뛴 류상의 정상탈환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맹목적이다 싶을 정도의 강한 비난들이 이어지는 육상대회, 기록과 스타들의 불운을 "저주"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도 높게 언급하는 매체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대회의 모습은 분명 이런 것들로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말이죠.

국내 경기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구스타디움, 이 공간이 매일 저녁마다 3만 이상의 관중들로 가득합니다. 실제로 그 공간의 열기와 뜨거움이 대단하며, 모두가 육상을 가벼운 마음과 진심어린 눈으로 본다는 점은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육상열기에 대한 걱정과 육상 성적의 저조함을 언급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런 어려운 여건임에도 이토록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즐길 수 있다는 건 대단합니다. -"동원"도 일부 있었고, 그로 인해 표를 구하기 어려워진 현실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만. 자발적 관중도 상당하다는.-

무엇보다, 관중 동원과 같은 부분을 언급하고 비난해야 할 것이지, 신기록이 나오지 않고, 스타 선수들이 부진한 걸 비난하는 것, 그 모든 것들로 "대회"를 비난하는 건 뭔가 맞지 않는 논리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대회전에는 "무관심"으로 일관된 시선을 유지하더니, 대회 중에는 "비난"으로 대회의 흠을 찾는 것, 그러면서 대회에 대한 열기나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분명 이율배반적이며, 스스로에게 있는 책임을 망각한 행동입니다. 중계를 만나기 힘든 현실이나, 대구시와 조직위원회의 과정상에 문제, 홍보상의 실수와 아쉬움을 언급하는 건 또 모르겠습니다만.

한편에서는 "이변", 혹은 아름다운 도전, 같은 것들에 초점을 맞춰 아무런 비난 없이 보도하고 언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쪽에서는 그저 "불운", "실망", "실패" 등을 말하는 너무나 다른 시선들이 있음을 봅니다.
그 어떤 이야기에도 균형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칭찬을 위한 칭찬, 비난을 위한 비난, 모두 다 맞지 않다는 거. 문제를 지적하려면 차라리 현장에서 직접 느껴지는 문제들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셔틀에서 내리자마자 보게 되는 암표상들의 문제 같은 것들, 표를 구하기 힘든데 자리가 비어있는 문제 같은 것들을 말이죠.

100%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비교적 원만하고 깔끔하게 흘러가는 대회에서 이젠 선수들의 부진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 마치 그 모든 것이 대회의 부덕함인 양 말하는 걸 보면 답답하고 무플보다 더 나쁜 악플, 무관심보다 더한 비난이 있음을 봅니다.

문제에 대한 언급도 필요하고, 아쉬움을 말할 필요도 있습니다. 대회 전반에 있는 여러 가지 숙제들은 분명 대회 이후에도 해결해야 하고, 풀어야 할 과제들이 되겠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여전히 대회가 진행 중이고, 뜨겁게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회 4일째인 오늘도, 대구스타디움에는 육상을 즐기는 많은 시민들이 있다는 것, 또, 전 세계 육상팬들이 주목한다는 것, 그 부분에 일단은 집중하며 모든 결과와 경기에 순수한 눈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그것이 더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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