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여자 축구는 역사상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U-20(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는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쾌거를 이뤘습니다. 또 여자 성인 대표팀 역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따돌리고 3위에 올라 사상 처음으로 메달권 입상에 성공했습니다. 최초, 최고라는 단어가 잇달아 쏟아져 어느 때보다 흥분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맞이했습니다.

여자 축구가 모처럼 또 하나의 큰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다음달 1일부터 중국 지난에서 열릴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이 그 무대입니다. 월드컵에는 지난 2003년에 출전한 바 있지만 올림픽에는 아직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한국 여자 축구는 또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굳은 각오를 갖고 '결전의 땅'인 중국에 27일 입성했습니다.

▲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 대비해 소집된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경기도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최종예선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북한, 중국, 호주, 태국 등과 풀리그를 해서 무조건 2위 안에 들어야만 본선 티켓을 따낼 수 있습니다. 지난 달 독일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일본, 언제나 강호로 꼽혔던 북한, 그리고 다크호스인 중국, 호주 등과 대결을 펼쳐야 하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국이야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꺾었고, 호주 역시 지난해 피스퀸컵 결승에서 만나 승리하고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어 자신감이 있지만 월드컵 우승팀 일본, 월드컵 본선 진출팀 북한과의 만남은 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진 일정 역시 홈팀인 중국을 가장 먼저 만나고 바로 다음에 일본, 북한과의 경기로 잇달아 이어져 초반 기선 제압을 하지 못하면 힘든 레이스를 펼칠 공산이 큽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여자 대표팀은 조용히, 차분하게 이번 예선을 준비해오며 강한 자신감을 갖고 결전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황은 어려워도 어차피 통과해야 할 관문인 만큼 한 번 부딪혀보고 넘어서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자월드컵 본선 직전 우리와 1-1로 비긴 일본이 여자월드컵 우승을 한 것에 강한 자극과 자신감을 갖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예선에서 최소 3-4승을 거둬 꿈에도 기다렸던 올림픽 본선 진출을 하겠다는 당찬 의지를 선수나 코칭스태프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 축구의 희망은 단연 지소연입니다. 지소연은 지난해 말, 일본 고베 아이낙 팀에 입단해 데뷔 시즌부터 7골을 몰아넣으며 득점 2위로 올라 있을 정도로 상승세를 꾸준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 부상 없이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면서 보다 파워풀해지고 원숙해졌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1년 사이에 지소연은 많이 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전가을, 박희영, 차연희 등으로 이뤄진 WK리그(여자프로축구) 공격수들의 기량까지 잘 받춰진다면 충분히 어떤 팀을 만나도 어렵지 않은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해 최인철 감독 부임 이후 단행됐던 세대교체가 빠르게 정착돼서 신-구 조화가 적절하게 이뤄진 것은 현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강점이자 특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서로 간에 갖고 있는 장단점을 잘 보완할 수 있게 되다보니 그만큼 전력은 다져지고, 보다 더 강한 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최종예선이 기대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단 여자대표팀은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기겠다는 자세로 덤벼들 필요가 있습니다. 전력 상으로는 이제 충분히 큰 차이가 없어진 만큼 심리적인 면에서 얼마만큼 잘 조절하고 이를 경기 중에 잘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것입니다. 때문에 지난해 여자 축구 각급 대표팀이 보여줬던 마인드 그대로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쳐야 원했던 레이스를 펼칠 수 있습니다. 베테랑 선수들이 잘 이끌어주고, 신예 젊은 선수들이 그에 맞게 패기 넘치는 경기력을 펼쳐 조화를 이뤘을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 여자 축구가 이제는 춘추전국시대가 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각 팀 전력이 비슷해졌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최인철 감독과 여자 축구대표 선수들은 그동안 조용히 준비해온 그대로 경기에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내려 하고 있습니다. 쉽지도,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은 도전. 최인철호 여자대표팀이 여자 축구의 희망을 또 한 번 쏘아올리는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의 선전을 응원해야 하겠습니다.

여자대표팀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경기 일정

9월 1일 중국 (20시)
9월 3일 일본 (20시)
9월 5일 북한 (16시 30분)
9월 8일 태국 (16시 30분)
9월 11일 호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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