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화와의 원정 경기에서 2연승한 5위 LG의 잔여 경기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천 취소 경기가 속출해 29경기가 남은 가운데 4위 SK와는 5.5경기 차, 6위 두산과는 5경기 차를 기록 중이기 때문입니다. 6위로 추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4위로 치고 올라가 8년 동안 이루지 못한 가을 야구의 꿈을 실현할 가능성 역시 높지 않습니다.

기로에 선 LG는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첫 번째 선택지는 남은 경기에서 4강 진입을 위해 전력을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야구에서 전력을 총동원한다는 것은 선발 투수들의 로테이션을 앞당기거나 불펜 투수로 전환시키는 방안이 있으며 기존의 불펜 투수들의 연투를 불사한다는 의미로 통합니다.

▲ 4강 올인과 리빌딩의 기로에 선 LG 박종훈 감독 ⓒ연합뉴스
하지만 9월에도 월요일 외에 휴식일이 거의 없는 LG의 빡빡한 일정을 감안하면 선발 투수들의 로테이션을 앞당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주키치는 4일 휴식 후 5일 등판을 고수하며 최다 이닝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전환시키는 방안 역시 박현준과 주키치가 7월 초 원정 한화전에 불펜 투입된 이후 각각 부상과 구위 저하에 시달렸음을 감안하면 무리입니다.

기존 불펜 투수들의 연투 불사는 즉 혹사라는 의미인데 마무리 송신영이 7월 31일 LG 이적 이후 1이닝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2패를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올 시즌 넥센 소속이던 지난 4개월 동안 단 1패에 그쳤는데 LG로 이적한 뒤 4주 만에 2패를 기록했다는 점은 35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어려우며 1이닝 마무리로 고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입니다.

롱 릴리프로 기용되는 임찬규와 마무리 송신영 앞에서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기용되는 한희의 연투 또한 재고의 여지가 있습니다. 8월 중순까지 9경기 중 8경기에 등판한 임찬규나 8월 내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다 8월 25일 잠실 넥센전에서 뒤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해 실점한 한희를 연투시키는 것은 자칫 올 시즌 4강 탈락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작년에 4강 탈락이 일찌감치 확정된 상황에서 승패와 무관하게 원칙 없이 혹사당한 이동현이 구위와 제구 모두 저하되어 올 시즌 불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음을 감안하면 두 젊은 투수의 혹사를 피하고 순리를 따르는 편이 낫습니다.

결국 LG가 4강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선방하고 있는 투수진보다는 집중력 저하가 두 달 이상 지속되는 타선이 터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조인성과 박용택이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으며 8월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수비 중 부상을 입은 이진영이 타격에서 제 기량을 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최근 김태완과 서동욱이 기대 이상으로 분전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심 타선을 외롭게 이끄는 최고참 이병규는 기복이 있어 안타를 몰아치는 날과 치지 못하는 날이 들쭉날쭉합니다. 따라서 LG 타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최근 복귀한 이택근인데 8월 26일 한화전에서는 4안타로 분전했으나 다음 날부터 두 경기 동안에는 각각 1안타에 그쳤기에 타격감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차후 이택근의 회복 여부에 LG 타선 전체의 부활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1경기 차를 좁히기 위해 10경기가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29경기를 남겨 놓고 5.5경기 차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4위 SK가 2위 기아, 3위 롯데와의 승차가 적어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 또한 LG로서는 불리합니다. 2위 싸움에서 확실하게 밀려나는 팀을 타깃으로 설정하는 것이 LG가 그나마 4강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주중 문학 3연전에서 SK를 상대로 3연전 싹쓸이를 하지 않는 한 SK를 4위 싸움으로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리한 4강 싸움보다는 대승적으로 내년 시즌을 바라보고 리빌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순위가 판가름 난 경기에서 개인 기록에 집중하는 일부 베테랑 선수보다 신진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우선 조인성의 체력 저하로 인한 부진을 감안하면 백업 포수를 육성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심광호는 34세로 조인성보다 단 두 살이 적을 뿐이며 도루 저지와 타격에 매우 취약합니다. 4년차 김태군이 타격에서는 심광호보다 낫지만 역시 도루 저지 능력이 부족합니다. 만일 김태군이 올 시즌 뒤 입대한다면 2군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포수 유강남에게 1군 출장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아울러 황선일, 정주현 등 2군에서 타율이 좋은 선수들에게 1군 타석에 설 기회를 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박경수의 입대 뒤 주전이 확정적인 오지환의 백업 유격수와 노장 이상열을 뒷받침하는 좌완 불펜 투수를 확보해야하는 과제도 시급합니다.

LG 박종훈 감독은 소위 ‘청문회’에까지 시달릴 정도로 8년 연속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팬들의 강한 열망과 요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포기할 수 없으며 4강에 실패할 경우 내년 시즌에도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각인시키려 할 것입니다. 2002년 준우승 이후 2007년과 동일한 팀 최고 성적인 5위라도 유지해 체면치레하고 싶은 욕심 또한 없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무리한 4강 싸움으로 내년 시즌에도 여파가 미치는 것은 무엇보다 피해야 합니다. 4강 올인도 리빌딩도 선택하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에 내몰린 박종훈 감독의 선택이 궁금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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