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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메이저리그식' 분쟁조정, '합리적 선례'될까CJ ENM-딜라이브 사용료 분쟁 '다수결', '비공개' 처리…지상파 CPS 인상에 "개입할 수 없다"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9.18 09:01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CJ ENM-딜라이브 간 프로그램 사용료(CPS) 분쟁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1표 차이 '다수결'로 조정됐다. 과기정통부는 CJ측 손을 들어줬다. '블랙아웃'(송출중단) 상황을 면했으나 지상파-유료방송 간 CPS 분쟁에 개입하지 않아왔던 정부가 중재에 나선 상황은 이례적이다. CJ ENM은 매년 인상되고 있는 지상파 CPS를 인상 명분으로 들었다.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정부의 민간 협상 개입은 시청권 보호 측면에서 타당성을 갖지만 정작 분쟁조정 정책이 현장에서 합리성과 일관성을 잃는 모양새다.

과기정통부는 16일 CJ ENM-딜라이브 CPS 분쟁에 대한 중재위원회를 개최해 CJ ENM 인상안을 중재안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중재는 정부가 절충점을 찾아 인상률을 정해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양측의 안을 분쟁위원회가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언론에서 '메이저리그 방식'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프로야구에서 선수와 구단 간 연봉 입장차가 클 때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기정통부는 16일 CJ ENM-딜라이브 CPS 분쟁에 대한 중재위원회를 개최해 CJ ENM 인상안을 중재안으로 채택했다. (사진=연합뉴스)

과기정통부는 방송·경영·법률 등 각계 전문가 7명으로 분쟁조정위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7명의 분쟁위원 중 4명이 CJ ENM, 3명이 딜라이브 인상안에 투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제안을 채택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분쟁 중재의 새로운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종 인상안은 양측이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기를 원치 않아 비공개 처리됐다. 업계에서는 인상률을 10%대로 추정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방식'은 과기정통부 설명대로 '합리적 선례'로 남을 수 있을까. 앞서 CJ ENM은 20% 인상을 요구하며 협상 불발 시 블랙아웃을 예고했고 딜라이브는 과도한 인상률이라며 반발했다. 시청자 피해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중재에 나섰다. 양사는 과기정통부 중재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과기정통부는 정부가 적정 수준의 인상률을 정해 권고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CJ ENM은 블랙아웃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상파의 CPS 인상을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지상파는 협상력 우위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CPS 인상을 이뤄왔는데, 영향력이 그에 못지 않은 자신들은 수년 째 동결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지상파 CPS 인상에 정부 책임은 없을까. 근래 지상파는  CPS 협상으로 유료방송업계와 적지 않은 갈등을 빚어왔다. 지상파 광고매출이 미디어환경 변화 등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반대급부로 CPS 협상 갈등은 갈수록 커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 개입은 사실상 없었다. 

과기정통부는 민간 영역의 협상 문제이고, 지상파는 과기정통부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손을 대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6월 케이블TV 업계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CPS 인상을 막아 달라는 요구에 "현재 좋은 방법이 없고,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2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는 분쟁 발생 시 시청권 보호 측면에서 직권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논의했지만 지상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2년 1월, 지상파가 케이블에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자, 케이블측은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상파를 끊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방통위가 방송분쟁 조정제도 개선을 논의하자 지상파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반대했다. 방송협회는 "과거 유료방송의 불법적 재송신으로 인해 분쟁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자율적인 재송신료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분쟁 가능성 자체가 거의 없는 환경이므로 방통위가 사적 사업 영역에 개입하려는 직권조정은 정책적으로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상파는 2016년 스카이라이프에 콘텐츠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2012년엔 CPS 협상 문제로 지상파 블랙아웃이 현실화했다. 방통위는 최근 다시 직권조정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 사이 지상파-유료방송 간 CPS 협상 갈등이 지속됐다. 25% 안팎의 인상 협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의무전송제도가 폐지된 종편 역시 유료방송계에 이전과 달라진 자신들의 지위와 지상파 등을 근거로 CPS 인상을 물밑에서 요구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는 정부에 콘텐츠 대가 산정위원회 구성과 함께 CPS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CJ ENM-딜라이브 분쟁조정이 '메이저리그 방식'과 인상률 비공개로 종결되면서 하나의 기준이 세워질 것이라는 방송업계 전망도 물거품이 됐다. 

한겨레 9월 16일 <통신사 이익단체가 운영 설계 도맡았다>

한편, 방통위가 '이용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한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제도설계와 운영이 이동통신사 이익단체에 맡겨져 조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겨레 16일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는 2019년 통신분쟁조정위 개설에 앞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설계용역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맡겼다. KAIT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LG전자 등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단체다. 현재 회장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다. 

KAIT는 방통위에 제출한 통신분쟁조정위 설립설계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조정결과 비공개'안을 제시, 이 안은 시행령에 담겨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방통위는 2019년 4월 통신분쟁조정위 운영세칙 개정안 설계 용역을 발주했는데, 이 역시 KAIT가 수주했다. KAIT는 해당 용역 보고서에서 통신분쟁 조정 결과가 공개될 경우 사업자 과실만 두드러질 수 있다며 '회의 비공개'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료를 제출받은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분쟁조정위 조정결과 비공개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통신사 이익단체인 카이트가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번에 밝혀졌다"며 "조정결과를 공개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날 한겨레 기사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어 "분쟁조정은 사적절차로서 당사자가 상호 만족할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고 해결안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조정결과에 대한 비공개 원칙이 전제될 때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는 '비공개 원칙'은 타 기관 분쟁조정위도 유사하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조정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분쟁조정위, 금융위원회 금융분쟁조정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분쟁조정위,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제공분쟁조정위, 과기정통부 우체국보험분쟁조정위 등을 사례로 들었다. 방통위는 "통신분쟁조정위는 관련법령에 따라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법조계‧학계‧소비자단체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해 사실관계 확인, 관련 법규 적용 등을 거쳐 조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방통위는 17일 추가설명자료를 내어 "대부분의 분쟁조정위는 회의를 비공개 하고 있으나 조정결과는 익명처리를 거친 사례를 공개하거나 사례집을 발간하는 방법으로 조정결과를 공개하고 있다"면서 "방통위도 다른 기관들의 사례를 참고해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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