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0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천정배 민주당 의원. ⓒ곽상아
2년 전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날, 그는 만용이니, 강경파니 하는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배수진을 택했다.

나는 그와 함께 뜨거운 여름 날 명동 거리를 헤맸다. 가족과 생이별하고 19일 동안의 민생포차를 끌고 전국을 떠돌기도 했다. 오늘은 검찰청 앞에서, 내일은 헌법 재판소 앞에서 정의를 위해서라면 부하를 향해 고개 숙이는 부끄러움도, 노숙도 마다않는 그의 옆을 지켜보기도 했다.

언론악법이 무효가 되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언론악법이 헌재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는 모습에 그와 나는 흥분도 잠시 ‘무효는 아니다’라는 해괴한 논리에 함께 좌절하기도 했다. 어느 12월 국회의장실을 점거를 시작으로 그의 옆자리 차가운 국회의 대리석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며 꿈쩍도 않는 탐욕의 바위를 향해 ‘헌재판결 이행하라'고 계란을 던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처참한 패배감과 부끄러움을 안고 나는 그를 따라 계면쩍게 그렇게 돌아왔다. 170일 그 길은 생활고로 무척 괴로웠고, 강경파라는 낙인 속에 외롭고 씁쓸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 달만 더 늦었더라면 나마저 중도포기 선언을 하고 그와 이별했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처절한 배수진의 대가였다.

무척 힘들었지만 그의 배수진은 헛되지 않았다.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함께 싸우며 많은 동지를 만났고, 언론악법이 괴물 같은 존재임을 온 국민에게 알릴 수 있었다. 민생포차를 돌며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힘든 처절한 민생의 고통을 가슴에 담을 수도 있었다. 수많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민이 그의 스승이자, 친구가 되었다.

오늘 그는 진보개혁 세력이 승리하는 길로 가는 물꼬를 터겠다며 또 다시 배수진을 쳤다. 다윗의 형들처럼 많은 이들이 배수진을 치고 골리앗 앞에서 서겠다는 그를 향해 ‘너는 안돼’라고 비웃을 지도, 그의 배수진을 만용이자, 무모함이라고 비난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감히 답한다. 걱정 말라. 그는 배수진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막막하지도 두렵지도 않다. 올바른 길, 국민을 위한 길을 위해 택한 배수진이면 그는 죽어서도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살아서도 죽을 것이다.

다만 나는 오늘 그가 죽음을 각오하고 골리앗을 향해 던진 ‘인권’과 ‘복지’의 물맷돌은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힐 것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임을 확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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